일본 방송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행적 자세히 소개
'반 문재인'이라는 점 강조…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큰 관심
윤 전 총장 대통령 당선될 경우 한일관계 개선 기대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지난달 30일, 일본 최대 야당의 유명 국회의원인 렌호 의원이 트위터에 왜 일본 방송에 한국 대통령 선거 후보 관련 보도가 그렇게 많이 나오냐고 올린 내용이 화제가 됐다.
이것은 최근 일본 방송들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에 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방송에서는 윤 전 총장의 검찰총장 취임과 문재인 정권과의 극한 대립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윤 전 총장이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며 '정권 교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한일 관계가 진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주로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일본 최대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대표 대행이고 유명 국회의원인 렌호 의원이 트위터에 '소박한 의문, 와이드 쇼, 정보방송은 왜 지금 진행되고 있는 도쿄 지방 의원 선거전이 아니라 한국의 대통령 후보 특집을 하는 거지?' 라고 올린 내용이 화제가 되어 기사화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지난달 29일에는 일본의 모든 방송사가 이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그리고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한 지난달 24일부터 30일에 걸쳐 일본의 많은 정보방송에서는 약 30분에 걸쳐 특집으로 다뤘다.
참고로 모든 방송사의 보도 논조는 매우 비슷했다.
일본 방송에서는 윤 전 총장을 소개할 때 보통 '반 문재인의 상징', '문재인 정부와 대립하는 전 검찰총장', '문재인 대통령의 천적'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보도에서 '모든 국민의 힘을 모아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뤄야 한다. 국민과 국가의 미래에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정권 연장과 국민 약탈을 막아야만 한다'라는 윤 전 총장의 발언을 집중적으로 전했다.
지난 6월 24일부터 30일까지, 일본 정보방송들의 보도 내용을 정리하면, 우선 한국의 최신 여론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에 어울리는 인물로서 윤 전 총장이 32.3%로 2위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경기도지사보다 약 10%포인트 차로 앞서며 선두를 지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윤 전 총장의 인기 배경에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강한 모습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작년 7월 검찰총장에 취임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검찰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조 전 장관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윤 전 총장은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철저히 조 전 장관을 조사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격한 대립이 있었던 상황도 소개했다.
윤 전 총장은 과거 서울 중앙 지검 검사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정 의혹을 조사하다가 좌천됐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윤 전 총장의 자세를 호평하며 서울 중앙지검장으로 전격 발탁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재작년 7월, 청와대도 여당도 권력의 부정이 있으면 엄정한 조사를 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과 함께 검찰총장에 임명됐다고 전했다.
그런데 재작년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정 의혹을 조사해 사임으로 몰렸으며, 올해 1월 문재인 정부가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이른바 '제2의 검찰'을 설립하자, 올해 3월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직을 사임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선 출마 선언장에서 한일 관계에 관해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가 이념 편향적으로 해와서 이렇게 됐다"며 "미래 세대를 위해 실용적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문재인 정부의 대일 정책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참고로 윤 전 총장의 "죽창가를 부르다 한일 관계가 여기까지 왔다"라는 발언을 소개한 일본 방송은 없었다.
윤 전 총장이 제삼지대에서 출마하는 것도 선택사항 중 하나이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손잡을 가능성이 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둘러싼 수사를 한 것이 윤 전 총장이므로 박근혜 칠드런인 이준석 대표와 맞설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경우, 이준석 대표가 40세가 안 돼 대선에 출마할 수 없으므로 윤 전 총장과 이준석 대표가 손을 잡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항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게다가 36세인 이준석 대표가 취임한 후, 국민의힘의 당원 수가 약 2만 명 증가했다며, 정치 경험이 없는 윤 전 총장이 조직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한 한국 정계 관계자의 발언도 소개했다.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에 관해 일본 방송에 한반도 전문가로 자주 출연하는 인사들은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참고로 모든 전문가가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우선, 변진일 코리아리포트 편집장은 지난달 30일, TV아사히의 '하토리 신이치 모닝쇼'에서 "대통령 선거까지 약 8개월 남았다"며 "문제는 인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다. 현재 대통령이 될 확률은 50%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서 지난달 29일, TBS의 낮 정보 방송인 '히루오비'에 출연한 게이오기주쿠대학의 니시노 준야 교수는 "만약 한국에 보수 정권이 들어선다면, 문재인 대통령보다 외교·국제 관계를 중시하므로 한일 관계도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류코쿠대학의 리소우테츠(이상철) 교수는 "만약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이 손을 잡아 정권 교체를 이뤘을 경우, 위안부 소송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강제 징용 소송의 경우, 피해자 보상은 한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규정한 노무현 정권의 입장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 이유로 윤석열 정부가 탄생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모든 정책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상식과 법치를 회복해 냉정한 판단을 할 것이기에 수정할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며, 그렇다면 윤 전 총장을 선택한 한국 국민도 그런 자세를 묵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은 2015년의 위안부 합의로 돌아가지 않으면 결국 일본과 대화할 구실이 생기지 않으므로 위안부와 강제 징용 문제에서 진전을 이룬다면 한일 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윤 전 총장의 의혹을 담은 X파일의 존재가 주목을 받으며 한국에서는 보도가 과열되고 있지만, 윤 전 총장은 가족 의혹에 대해 일절 관여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고 전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여당 내 인기 1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월 1일에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며, 윤 전 총장과 극한 대립을 했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출마할 것이라고 짧게 전했다.
저작권자 © 오피니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