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주택 가격 급등, 각국 중앙은행과 증시 발목 잡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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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주택 가격 급등, 각국 중앙은행과 증시 발목 잡을 수도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1.07.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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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주요국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극도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쓰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에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최근 로버트 캐플런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의 MBS(주택저당채권) 매수가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MBS 매입부터 줄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연내 적어도 1회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경기 회복이 불균형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경기 확장의 지속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며 완화적 통화정책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한 가운데 나온 이러한 발언들은, 주택 가격 급등이 각국 중앙은행들이 취하고 있는 완화적 정책 기조 연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주택가격 급등세, 왜 문제일까

실제로 최근 몇몇 국가의 주택 가격 상승은 놀라울 정도다. 미국의 경우 5월 거래된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35.3만달러로 작년 5월 대비 23% 이상 크게 올랐고,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도 작년 5월대비 14.6% 급등했다. 특히 대도시 지역의 가격 상승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독일과 스웨덴, 영국 등 유럽 주요국 대도시 주택 가격도, 호주 시드니의 주택 가격도 2017년의 사상 최고치를 가볍게 넘어서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1분기까지 수치를 보면 작년 동기대비 5~10%의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인데 KB 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6월 서울아파트 가격은 작년 동기대비 19% 올랐고, 전국으로 확대해도 가격 상승 폭은 13%를 넘어선다.

지난 3월 미국의 주택가격이 15년만에 최대폭의 상승률을 기록하자 백악관이 집값 급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주택 가격 급등은 왜 문제일까? 무엇보다 주거 비용의 증가가 가계에 부담을 준다. 많은 국가에서 주거 비용은 전체 가계 생활비의 큰 몫을 차지하는데, 주택 가격의 상승은 주택 보유자의 기회 비용, 무주택자의 주택 마련 비용을 끌어 올린다.

특히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러한 비용 부담 증가는 주택 마련을 포기하게 만들고, 더 좋은 주택 마련이 필요한 의사결정 자체, 대표적으로 결혼과 육아 등을 포기하게 만든다.

정부의 주택 정책에도 주택 가격 급등은 나쁜 영향을 미친다.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 비용을 높이기 때문이다.

합리적 정부라면 주택가격 안정을 중요한 목표로 삼는 이유는 가격 급등이 주거 안정을 해치고, 정부가 나서서 주거 안정을 도모할 때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가격이 오르면 주거 안정 정책을 위해 주택 관련 세금을 더 올리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이는 세금이전 효과를 통해 실제 거주자의 비용 부담을 늘릴 수 있다. 일종의 악순환이 나타나는 것이다. 

가격이 크게 올랐다가 떨어질 때 관련 부채가 부실화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금융기관의 수익 창출을 위한 노력과 가계의 주택 매수 열풍이 더해지면, 위험을 적절한 가격으로 전환하는 자본시장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폭적인 가격 하락과 관련 대출의 부실화다. 따라서 정책당국으로서는 주택 가격 급등을 막을 유인이 있다.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잘 먹히지 않는 이유

문제는 이러한 부작용을 잘 인식하고 대처하려 함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상황에서 주택 가격은 급등하고 미시적인 대응은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양한 이유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득 불평등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우리는 보통 소득 불평등을 논할 때 소득이 낮은 계층의 문제를 다루지만, 주택 가격과 관련해서는 높은 소득 계층의 문제도 같이 살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아파트 문화가 자리잡은 곳에서는 소수의 거래 만으로도 전체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것처럼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평균 또는 중위소득자의 경우 서울 아파트 가격은 대출을 활용한다고 해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지만, 몇몇 업종에 종사하는 고액 연봉의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그 가격을 감내할 수 있고, 대부분의 가계에서 주택은 자주 거래하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이 올랐다고 매물이 급증하지도 않는다. 이렇게 되면 오른 가격에 겁을 내는 실수요자들이 다시 매수에 나서며 가격을 끌어 올릴 수 있다.

주택이 삶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고 가계 보유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산이라는 점도 주택 가격 상승기에는 가수요를 부추긴다. 보유와 보유하지 않는 경우 비대칭적인 심리적 충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주택을 사고 난 이후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와 사지 않았는데 가격이 올랐을 경우 충격은 후자가 훨씬 더 클 수 있다. 이 때문에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어떻게 해서든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늘어난다.

일부 국가에서는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정책적 판단, 수요와 공급에 대한 이해 부족이 오히려 주택 가격을 끌어 올리기도 한다. 주택 수요는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그 나라의 소득 수준에 맞춰진다.

이미 소득이 뒷받침되는 우리나라의 젊은 계층은 조금 더 안락하고, 직장과 가까운 주거를 선호한다. 여기에 지역과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달라졌다. 원하는 지역과 브랜드가 아니면 공급이 늘어도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금리를 올리거나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뿐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연내 금리인상과 함께 내년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은행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올해 1분기부터 시작된 통화정책 되돌림 논의에서 핵심은 물가였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난 5월에 전년동월대비 5% 선까지 올라가면서 시장의 우려는 정당한 것이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기저 효과와 병목 현상이 주된 이유이긴 했지만, 어쨌든 5% 대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투자자들에게 걱정할 만한 수준임이 분명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주가도 물가 우려가 먼저 커졌던 2~4월에 떨어진 바 있다.

그러나 5월 이후 실제로 발표되는 이러한 물가 지표를 보면서도 장기금리는 크게 오르지 않았고, 주식시장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과 우리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고, 주요국 주식시장도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 있다.

물가를 보고 통화정책이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속도와 폭으로 바뀌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필자 역시 연준과 각국 중앙은행이 예상을 벗어나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주가도 계속 상승 추세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주택 가격 급등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의 경계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은 주식을 비롯한 자산시장에 좋은 신호로 볼 수 없다.

물론 경기 회복이 진행 중이고, 주식시장 참여자가 크게 늘어난 상태이며,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목표가 경제와 자산가격의 연착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곧바로 자산시장이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 이러한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보면 당장 주식을 내다 팔아야 할 상황은 아니다.

그렇지만, 주택 가격 상승의 위험과 주택 가격 통제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주식시장의 위험은 조금씩 커져가고 있는 것 같다. 각국 주택시장 관련 통계와 이에 대한 중앙은행의 반응을 신중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재직했으며 최근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영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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