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OTT업계, 구글 인앱결제로 난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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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OTT업계, 구글 인앱결제로 난관 맞나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6.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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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2028년 넷플릭스 콘텐츠 투자액 30조 추정
국내 업체 '가성비 '높은 웹툰·웹소설→영화·드라마 전략
콘텐츠 업계 “신규 작가 진입장벽 높아진다, 정부가 막아달라” 
웹툰·웹소설 경쟁력 약화가 OTT경쟁력 약화로 이어질까 우려
넷플릭스가 제작한 드라마 킹덤 홍보 영상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서 상영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넷플릭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국내 콘텐츠 업계가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 적용으로인해 신규 작가 발굴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관련 업계에선 특히 구글로 인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거대 글로벌 OTT에 맞설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입장을 내놨다.  

이는 국내 콘텐츠 업계가 그동안 대형 OTT업체의 오리지널 영화, 드라마 제작시 인기 웹툰·웹소설 판권 판매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23일 “구글 인앱결제가 의무 도입된다고 해도 웹툰이나 웹소설, 카카오tv의 영상 콘텐츠 과금 정책이 어떻게 변경될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구글 인앱 결제 도입 후 콘텐츠 시장 상황 변화 등에 대해선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지 웹툰 홈페이지. 사진=카카오 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인앱결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사용자가 개별 앱의 유료 서비스를 결제할 구글플레이(앱 마켓)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간 인앱결제 시스템 도입은 앱 개발사의 선택사항이었지만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플레이스토어에 유통되는 모든 앱에 인앱결제 도입을 의무화했다. 앱 개발사는 매출액에 따라 결제액의 15~30%를 수수료로 구글에 내야 한다.  

경쟁이 치열한 콘텐츠 업계 상황을 고려할 때 인앱결제에 따른 추가 비용을 기업이 모두 감당하기 어려워 콘텐츠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창작자, 소비자와 부담을 나눌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글로벌 OTT에 맞설 ‘K-콘텐츠’ 생태계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거대 OTT의 영향력에 맞서기 위해 국내 업계가 선택한 전략이 ‘콘텐츠 생태계’ 구성이다.  인기 웹툰과 웹소설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시장성 있는 IP를 확보해 드라마, 영화 등 영상콘텐츠를 만들어 2차·3차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구글 인앱결제가 이 같은 전략의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웹툰과 웹소설 창작자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콘텐츠 생태계 조성에 가장 활발한 기업은 웹툰·웹소설·OTT 등 다수 플랫폼을 확보한 KT와 카카오 등이다. 

KT의 콘텐츠 밸류체인 조성 전략. 사진제공=KT

KT는 지난 3월 미디어 콘텐츠 전략 발표회에서 올해부터 오는 2023년까지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1000개 이상 원천 IP와 100여 개의 드라마 IP를 보유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룹 내 콘텐츠 중간지주사인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웹툰과 웹소설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토리위즈가 원천 IP를 확보하면, 스카이TV·올레tv·스카이라이프 등 유료방송과 시즌(OTT), KTH(유통)가 협업한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 수익을 창작자와 공유해 양질의 IP를 최대한 확보한 후 이를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해 흥행을 이끌어 내는 것이 콘텐츠 생태계 전략의 핵심이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서 콘텐츠 수급…국내 업계는 선택과 집중

국내 OTT 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 내 웹툰이나 웹소설 플랫폼이 없어도 IP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다”며 “유명작가를 확보하는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 상황상 인기 웹툰과 웹소설의 IP는 싸게 먹히는 성공 방식”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계에서는 콘텐츠 제작에 CJ ENM이 향후 5년간 5조원, 웨이브가 2025년까지 1조원, KT가 2023년까지 4000억원 등을 투자한다는 계획이지만 넷플릭스 등 거대 OTT에 비하면 ‘조족지혈’수준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에 콘텐츠 제작에만 160억달러(약 20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시청자가 가장 많이 본 넷플릭스 영화 상위권 목록에는 ‘365일’(폴란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일본), ‘익스트랙션’(미국) 등 세계 각국의 작품이 포함됐다. 특정 국가에 한정하지 않고 다년간 전 세계 시장에 투자한 넷플릭스의 콘텐츠 경쟁력을 보여준다. 

시장조사업체 BMO 캐피털은 넷플릭스가 오는 2028년엔 콘텐츠 투자에만 263억 달러(약 30조원)를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OTT 업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콘텐츠 생태계 전략의 성공이 중요한 이유다. 

콘텐츠 업계 “신규 작가 진입장벽 높아진다, 정부가 막아달라”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웹툰작가협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는 신규 작가의 유입과 다양한 작품의 수급”이라며 “그러나 구글 인앱결제 강제화 조치는 건강한 웹툰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현재 웹툰 작가를 꿈꾸는 수십만 작가 지망생은 물론, 본궤도에 오르지도 못한 신인 작가의 활동 기회마저 박탈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 시리즈, 교보문고, 예스24를 대상으로 구글 인앱 결제가 미칠 영향을 조사한 결과 20~ 40%가량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작자 단체들은 국회가 입법을 통해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적용을 막아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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