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3만달러도 위태로운데...美 기술주 왜 계속 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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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3만달러도 위태로운데...美 기술주 왜 계속 오르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6.2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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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자산으로 분류되며 유사한 추세 보여왔으나 최근 정반대의 주가 흐름
유동성 축소로 위험자산 선호도 낮아지나, 기술주 탄탄한 실적이 비결
전문가들 "비트코인 3만1000~4만1000달러 움직일 듯"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움직임과 미 기술주의 움직임이 엇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움직임과 미 기술주의 움직임이 엇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6월 이후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자산을 꼽으라면 단연 '비트코인'을 내세울 수 있을 정도로 최근 비트코인 가격의 급락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밤에는 그간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3만달러까지 무너뜨렸다. 한 때 6만4000달러를 넘기며 십만달러를 눈앞에 뒀던 비트코인이 어느새 2만달러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물론 2만달러대로 내려앉은 후 저가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다시 3만4000달러대까지 회복했지만, 비트코인의 최근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비트코인 가격과 동시에 주목되는 것은 미국 기술주의 움직임이다. 기술주가 모여있는 나스닥 지수는 지난밤에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으며, 대표적인 기술주로 꼽히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전일 시총 2조클럽에 발을 들이기도 했다. 

같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며 비교적 유사한 방향성을 보여온 비트코인과 기술주가 최근에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어 주목된다. 

비트코인 4월 최고치 후 두달만에 반토막

지난 4월 중순 비트코인 가격은 6만4829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당시만 하더라도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상장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든든한 지원, 대기업들의 잇단 결제수단 채택 등이 대두되면서 '십만달러'가 머지 않았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그런데 불과 두달 만에 장밋빛은 어느새 회색빛으로 바뀌었다. 6만달러를 넘어섰던 비트코인 가격은 3만달러 아래로 반토막이 났고, 든든한 지원자였던 머스크는 등을 돌렸다. 주가 상승 모멘텀이었던 코인베이스 상장은 '뉴스에 팔라'는 시그널처럼 인식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물론 변동성이 여전히 극심해 하락과 반등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비트코인 가격은 6월 들어서만 18% 하락할 정도로 다른 자산들에 비해 낙폭이 과도했다는 점도 사실이다. 

미 주요 언론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한 주요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중국의 규제 강화와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조기 금리인상 시사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연준이 조기 금리인상을 시사한 점은 그간 비트코인 상승의 한 축이 됐던 풍부한 유동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로 연결되면서 상당한 악재가 됐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중요한 점은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풍부한 유동성의 혜택을 받아왔고, 일각에서는 비트코인과 함께 '가격 거품'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기술주'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비트코인과 기술주는 나란히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면서 비교적 유사한 흐름을 보여왔다. 비트코인 가격이 본격적인 상승세로 접어든 것은 지난해 10월부터인데, 기술주의 경우 팬데믹 이후 꾸준히 상승 흐름을 보였으나 지난해 10~11월경 재차 가속도를 높인 바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팬데믹 이후 기술주를 대변하는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주식과 비트코인 가격은 유사한 추세를 유지하는 등 높은 상관관계를 유지했으나 이러한 추세가 2분기 들면서 급격히 약화됐다"며 "FANG 지수와 비트코인 가격간 차별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이 3만달러를 무너뜨렸던 지난 22일(현지시간) 미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비트코인의 최대 악재가 유동성 축소라는 점에서 볼 때 비트코인과 기술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 이는 펀더멘털의 차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가상화폐의 경우 자산가치를 측정할 근거가 빈약한 반면 기술주의 경우 실적 등이 뒷받침되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기대감과 유동성의 힘으로 동반 상승했지만, 기술주의 경우 실적이라는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반면 가상화폐 가격은 기대감 소멸로 유동성 축소와 규제에 대한 취약성을 노출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이나 기술주나 모두 위험자산에 속하지만 악재에 직면했을 때에는 결국 펀더멘털이 향방을 가린다는 것이다. 

그는 "유동성 기대감이 약화될수록 가상화폐 급락에서 보듯 일부 펀더멘털이 취약한 자산가격이 급격히 조정받을 위험이 잠재해 있음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하이투자증권
자료=하이투자증권

비트코인 전망은 여전히 엇갈려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여전히 엇갈린다. 

비트코인 가격이 3만달러선을 무너뜨린 후 이내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빠르게 회복했다는 점에서 3만달러의 지지력은 상당히 강하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변동성이 극심해 규제강화 등의 이슈가 거론될 때마다 흔들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미 경제전문지 배런즈는 "3만달러를 무너뜨린 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반등한 점은 3만달러선이 유지될 수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의 규제 강화 등은 오히려 비트코인의 체질개선을 이끌어내 장기적인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페이스북의 디지털 화폐인 '리브라'를 총괄했던 데이비드 마커스는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을 단속하는 것은 비트코인에는 큰 발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비트코인 광부들이 더 많은 전력소비를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전환하거나, 전력이 어디서 오는지 투명하게 하는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만일 그 목표를 달성한다면 비트코인은 더 많은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인의 50일 이동평균선이 200일 이평선을 밑도는 '데드크로스'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긍정적이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데드크로스는 단기 추세선이 장기 추세선을 밑돌았다는 것으로, 추가 낙폭 가능성을 의미하는 대표적인 기술적 시그널이다. 

오펜하이머의 기술분석 책임자인 아리 왈드는 "데드크로스가 형성된 것이 기술적으로 큰 손상을 입혔다"며 "지지선 3만1000달러와 저항선 4만1000달러 사이에서 당분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도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자문회사인 메리온 캐피털 그룹의 시장 전략 헤드인 리처드 파르는 "우리는 가상화폐의 매도세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연준이 내년에 몇 차례 인상에 나설 수도 있고, 더 많은 규제들이 눈 앞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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