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악재 쌓인' 쿠팡 추격할까...이베이 대신 CJ대한통운 택한 이유
상태바
네이버, '악재 쌓인' 쿠팡 추격할까...이베이 대신 CJ대한통운 택한 이유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6.22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쿠팡, 17일 물류센터 화재로 노동환경 문제제기
김범석 창업자 책임 회피론·쿠팡이츠도 태도 논란
네이버,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약점인 배송 능력 강화
8월에는 신선식품 위한 콜드체인 풀필먼트센터 가동
신세계와도 이미 지분 교환 통해 오프라인 협력 가능성 높아
쿠팡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을 놓고 경쟁 중인 네이버가 쿠팡과의 격차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지난 17일 발생한 쿠팡의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안이한 재난 대처 방식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쿠팡 불매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이날 김범석 쿠팡 창업자의 이사회 의장 및 등기이사직 사임 발표 시기가 겹치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책임 회피론이 불거졌다. 내년 1월부터 만약 안전 의무를 위반해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공식 직위를 내려놓는 게 아니냐는 것.

설상가상 최근 쿠팡이츠에서 ‘새우튀김 갑질’ 이용자로부터 점주를 보호하지 못한 채 환불 처리를 과하게 요구했으며, 22일 쿠팡에서 일본 욱일기 관련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국민 정서와 너무 다른 것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진다. 

쿠팡은 올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으로 시가총액 70조에 달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범석 창업자가 쿠팡을 설립하면서 "미국에 상장하겠다"고 발표한 지 10년 만이다. 시장 점유율도 2016년 4%에서 지난해 13%로 5년 만에 9%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최근 몸집이 커가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 만으로 치부하기에는 중대한 사안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곤혹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쿠팡의 불매 운동이 계속될 시, 이커머스 업계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시장 점유율 1위 네이버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 이베이 대신 CJ대한통운 잡았다

네이버는 22일 "당사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일환으로 이베이코리아 지분 일부 인수 등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인수 절차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시하면서 이베이코리아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된다면 이커머스 1위인 네이버가 3위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합병하는 같은 업종 내 기업결합이기 때문에 독과점 우려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등 압박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앞서 공정위는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할 시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요기요 매각을 명령한 선례가 있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하더라도 수수료 인상 금지 등 특정 조건을 걸면 네이버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네이버는 올해 1분기(1∼3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8% 올랐음에도 영업이익은 되려 1.0% 감소했다. 네이버페이 적립금 증가 등 비용 증가에 따른 결과다.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에 지분 투자할 필요성 자체가 낮다는 분석도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미 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 숍인숍을 통한 거래액이 상당하기 때문에 네이버가 없으면 곤란한 상황”이라며 “(네이버는) 굳이 높은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 수준)에 지분 투자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대신 네이버는 더 빠른 배송을 위해 최근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물류 인프라를 확대했다. 네이버의 인공지능(AI)모델을 통해 스마트스토어 등 자사 커머스 상품에 쿠팡의 ‘로켓배송’ 같은 익일배송 서비스 ‘오늘주문, 내일배송’를 순차 적용한다. 쿠팡과 비교해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던 배송 서비스를 보완하기 위해 힘을 쏟는 모습이다. 

구체적으로,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함께 경기도 군포에 상온 제품의 물류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e풀필먼트센터 가동을 지난 20일부터 시작했다. 군포 센터는 축구장 5개를 합친 크기인 연면적 3만8400㎡(약 1만1616평) 규모로, 온라인으로 주문된 상온 보관 제품의 보관·포장·출고 등 전체 물류 과정을 처리한다.

네이버가 CJ대한통운 풀밀먼트센터에 적용할 물류 수요 예측 AI모델 ‘클로바 포캐스트’는 네이버의 쇼핑 주문량을 하루 전에 예측 가능해 주문 예측치에 맞춰 물류센터에 적정 인력을 사전에 배치할 수 있다. 주문량 변동 폭이 큰 이벤트 기간에도 95%에 달하는 예측 정확도를 나타낸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수요 예측도를 높이고, 물류·로봇·친환경 패키징 등 스마트 물류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물류 작업 처리를 돕기 위한 무인 이동 로봇도 시범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오는 8월에는 경기도 용인에 냉장·냉동 등 신선식품 전용 저온 보관에 특화된 콜드체인 풀필먼트(c풀필먼트)센터를 오픈할 계획이다. 이 센터는 연면적 1만9174㎡(약 5800평) 규모다. 이에 따라 오는 8월부터 신선식품의 익일배송까지 가능해 질 전망이다. 

그간 네이버쇼핑의 또 다른 약점은 신선식품이었다. 전반적인 물류 인프라가 미흡하니 빠른 배송이 필수인 신선식품 역시 아쉬운 부분일 수밖에 없었다.  또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가게들의 제품 대부분이 공산품이라 경쟁력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었다. 용인 c풀필먼트센터가 오픈하면 콜드체인 물류센터 부재로 신선식품 배송에 아쉬움을 남겼던 네이버의 약점을 한 번에 씻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쿠팡 불매운동이 지속된다면 네이버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쿠팡 역시 신선식품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으나, 약 500만개에 이르는 상품의 대부분이 공산품이다. 쿠팡을 탈퇴한 소비자들은 생필품을 사기 위해 가장 먼저 검색과 가격 비교가 용이한 네이버에 제품을 검색해볼 가능성이 높다.  

또 네이버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된 신세계 이마트 부문과 지난 3월 25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며 ‘혈맹’을 맺었기 때문에 쿠팡은 가지고 있지 않은 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마트의 최대 강점 신선식품이 오는 8월 네이버 장보기에 입점 예정돼 있다. 

이머커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인기를 끈 결정적인 이유는 빠른 배송 서비스와 편리한 반품 서비스 때문이다”며 “네이버가 CJ대한통운, 신세계그룹과의 지분 교환을 계기로 물류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면 자연스럽게 쿠팡의 배송·반품 경쟁력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쿠팡은 택배 인력이나 물류센터 등 자체 풀필먼트센터를 구축해놨기 때문에 네이버가 이를 넘어서려면 타 기업과 협력 이상의 직접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