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탈퇴합니다" 위기 맞은 쿠팡...문제는 화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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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탈퇴합니다" 위기 맞은 쿠팡...문제는 화재가 아니다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6.21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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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중심으로 ‘#탈퇴방법’ 공유
화재 사고 아닌 ‘노동환경’이 문제
지난 한 해만 쿠팡 노동자 9명 사망
인권·공정 등 윤리의식 중요한 가치
“소비자, 기업의 경영 감독할 권리 있어”
지난 17일 경기도 이천의 쿠팡 물류센터에 대형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21일 SNS를 중심으로 '쿠팡 불매운동'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 경기도 이천의 쿠팡 물류센터에 대형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21일 SNS를 중심으로 '쿠팡 불매운동'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쿠팡이 얼마나 노동자에게 질 나쁜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는지 제대로 깨달았습니다. 애초에 월2900원만 내면 무한대 새벽 배송을 해준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착취입니다. 노동자들의 안전에는 투자하지 않으면서 소비자에게만 착한 기업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한 네티즌이 본인의 페이스북에 쿠팡 탈퇴를 인증하며 이같이 밝혔다. 21일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온라인 커뮤니티 등 각종 SNS에서는 ‘쿠팡 불매운동’을 위해 회원 탈퇴 방법을 비롯해 이미 탈퇴했다는 인증 사진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도 이천의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국내 법인 의장,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한 사안이 맞물리면서 계기가 됐다.

쿠팡 측은 “순직 소방관 유가족을 평생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애초에 화재 때문에 불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작점은 17일이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날, 김범석 창업자의 한국 쿠팡 이사회 의장 및 등기이사직 사임 발표 시기가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쿠팡 측은 21일 입장문을 내고 “김범석 전 의장의 국내 등기이사 및 이사회 의장 사임일자는 지난 5월 31일로, 이번 화재가 발생하기 17일 이전에 이미 사임이 이루어졌다”며 “사임등기가 완료되어 일반에 공개된 시점에 공교롭게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의장의 사임과 화재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김 전 의장의 사임 이유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 책임 회피를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사업주가 안전 확보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게 형사처벌까지 부과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김 전 의장은 일단 국내 등기이사직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 전 의장은 한국 쿠팡㈜의 지분 100%를 가진 미국 상장법인 쿠팡 아이엔씨(Inc.)의 의결권 76.7%를 여전히 가지고 있으며,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직도 유지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한국 쿠팡을 지배하고 있는 미국 쿠팡 의결권을 80% 가까이 가지고 있으면서 국내 지위를 내려놓는 것이 권한은 갖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으로 비춰질 소지가 있는 것이다. 

김범석 창업자는 지난 5월 미국 국적을 내세워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총수(동일인) 지정을 피하면서 각종 규제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트위터 '쿠팡탈퇴' 관련 게시글 갈무리. 사진=트위터 캡처

더욱이 이번 화재는 지하 2층에 에어컨이 없어 선풍기를 연결하기 위해 설치된 멀티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직원들의 휴대폰 반입을 금지하는 쿠팡의 정책과 화재 대피 훈련을 한 적이 없다는 일부 직원들의 주장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쿠팡의 노동자 관련 리스크는 꾸준히 터져왔다. 지난 1년 간 쿠팡의 배송과 물류센터에서 노동자 9명이 과로사가 의심되는 이유로 사망한 바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쿠팡의 산업재해는 빠르게 증가해왔다. 2017년 48명에서 지난해 2020년 224명으로 약 5배 증가했다. 

택배연대노조,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부 등 쿠팡 관련 노조는 당시 사망 사고들에 대해 “쿠팡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의 죽음에도 김 전 의장이 직접 나서서 사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지난해 과로사 문제로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요구받았지만 이 자리엔 엄성환 쿠팡풀필먼트 전무가 참석해 대리 사과했다.

다만 빠르게 확산되는 쿠팡 불매운동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가장 피해를 보는 건 물류센터와 배송 직원들”이라며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쿠팡 물류센터 건립으로 평균 2000명 정도의 고용 인원이 신규로 생겨나는데, 물류센터 화재까지 난 상황에서 쿠팡 불매운동까지 펼치면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과도한 소비자 불매운동보다는 전반적인 노동 환경 개선에 대한 약속, 김 전 의장의 직접적인 사과 등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할 수 있다.

ESG 경영과 인권·공정 등 윤리의식이 기업 평가의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는 최근 흐름에서 쿠팡 역시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사후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불매운동으로 최근 남양유업 오너일가가 57년만에 경영권을 내려놓았던 사례에서 보듯 경영진의 독단적인 판단은 언제든지 기업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미움을 사면 기업이 망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며 “소비자는 경제를 구성하는 중요한 당사자로서, 기업이 제대로 된 경영을 펼치고 있는지 감독하고 관리할 권리와 책임이 있는 집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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