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의 발톱' 드러낸 美 연준...국내증시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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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의 발톱' 드러낸 美 연준...국내증시 영향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6.1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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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치 행진 중 맞이한 서프라이즈 변수
당분간 변동성 장세는 불가피
달러인덱스 상승 따른 외국인 수급 변화도 주목해야 
미 연방준비제도가 조기 금리인상 신호를 보낸 가운데 국내증시의 향후 전망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미 연방준비제도가 조기 금리인상 신호를 보낸 가운데 국내증시의 향후 전망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시해온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치 못한 '서프라이즈'가 발생했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사실상 조기금리 인상 신호를 보낸 것이다.

뉴욕증시를 비롯해 국내증시 등 세계 주요 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던 상황에서 갑작스레 '매의 발톱'을 드러낸 연준의 발언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기 충분했다.

증권가는 연준이 '테이퍼링 논의'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만큼 주식시장 역시 당분간은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정상화를 향한 과정인 만큼 큰 악재가 아니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파월 연준 의장이 보여준 매의 그림자

16일(현지시각) 수퍼 비둘기였던 미 연준은 6월 FOMC에서는 다소 날카로운 매의 발톱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서 매의 그림자가 엿보였다는 표현도 내놨다. 

FOMC 정례회의 후 연준은 금리를 동결하고 자산매입 규모도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등 정책 기조상의 변화는 주지 않았다.

하지만 금리인상 시점이 빨라질 수 있음은 시사했다. 

금리인상과 관련한 연준 위원들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점도표에 따르면, 총 18명의 위원 중 13명이 2023년에 금리인상을 예상했고, 2022년 인상을 예상한 위원 역시 지난 3월 4명에서 이번에는 7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미 연준이 당초보다 금리인상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증권가는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달라진 시각에 주목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상승했고, 인플레이션은 위원들의 예상보다 더 높고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FOMC의 백미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었다"며 "FOMC에서 주목됐던 것이 테이퍼링의 공식화 시기에 대한 힌트였는데, 파월 의장 발언의 의미는 테이퍼링을 향한 연준의 시계추가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이번 FOMC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라며 "이번 FOMC를 기점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달라질 것"으로 판단했다. 

연준이 매파적 스탠스를 드러내자 뉴욕증시와 글로벌 상품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으며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8.2bp오른 1.58%를 기록했다. 이날 상승폭은  2020년 6월16일 이후 최고치였다. 달러 인덱스는 0.96% 오른 91.4포인로 마감했다. 달러인덱스 역시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인 것이다. 

원자재 시장 또한 일제히 하방 압력을 받았는데, 견조한 수요 전망 속에서 양호한 흐름을 보이던 국제유가는 금리 및 달러인덱스가 급등하자 하락세로 돌아섰다. 금 선물 또한 하방 압력을 받으며 온스당 1810달러선까지 하락 마감했다. 

"국내증시 당분간 변동성 장세 불가피"

연준이 드러낸 매의 발톱으로 인해 글로벌 주식시장 및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책이 변화하지는 않았지만, 미 10년물 국채금리, 달러인덱스, 국제유가, 국제 금값 등 주요 금융지표의 급등락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시장이 상당히 충격을 받았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 역시 마찬가지다. 전일 한 때 3280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코스피 지수가 장중 3251선까지 되밀린 것은 물론 달러·원 환율이 전일 종가대비 13원 상승한 1130원 수준을 유지하는 등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수퍼 비둘기 성향의 미 연준을 신뢰했던 투자자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 있었음을 시사했다"며 "이에 따른 금융시장 전반의 단기 변동성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달러의 움직임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외국인 순매수 전환으로 한국 증시는 탄력을 받고 있었으나 이번 FOMC 결과에 따른 달러인덱스 급등과, 1130선을 돌파한 달러·원 환율은 수급 부담을 야기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9월 FOMC까지는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9월 FOMC 회의까지 현재 경기와 물가압력을 높이는 재료들이 순화되지 않는다면 연준의 정책대응 탄력은 더욱 높아질 위험이 존재한다"며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금융시장의 스트레스도 높아지면서 9월 FOMC 이전까지 추가 정책부담 요인이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3월과 6월 미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점도표. 자료=하나금융투자
지난 3월과 6월 미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점도표. 자료=하나금융투자

"장기적으로는 정상화 과정으로 가는 길"

단기적인 변동성 요인임은 분명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그리 큰 악재가 아니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경제 정상화에 따른 테이퍼링 이슈는 이미 충분히 예상됐던 부분인 데다, 금리 인상은 피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정상적으로 향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6월 FOMC 회의가 시장 예상보다 더 매파적이었음은 분명하지만 정책 정상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금리와 달러화는 동반 상승했지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 시중금리가 예상외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금리 상승은 정상적 수준을 찾아가는 과정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달러화지수 역시 이날 큰 변동성을 보였으나, 이 역시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박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 혹은 테이퍼링 이슈가 제기될 경우 저금리 수혜를 받아온 성장주보다는 금융주를 비롯한 가치주가 좀 더 유리한 선택으로 꼽힌다. 특히 IT로 대표되는 성장주는 미 국채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국채금리 상승 여부는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영진 이코노미스트는 "매크로 전망과 통화정책 정상화의 시계추가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판단에 비춰보면 미국의 장기금리와 달러화는 오를 여지가 있다"며 "최근 미국의 시장금리가 하락했지만, 이 금리하락을 추세로 논하기는 이르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향후 미 국채금리 상승 압력을 어떻게 소화해나갈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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