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신세계냐 롯데냐' 이번주 결정…인수해도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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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 '신세계냐 롯데냐' 이번주 결정…인수해도 '첩첩산중'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6.1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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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美본사 이사회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공개 예정
일각에선 롯데보다는 신세계가 인수할 것으로 전망
몸값만 5조 원…인수 이후 플랫폼 간 시너지도 문제
물류센터 등 추가 투자 불가피…시스템 통합도 난제
유통업계 최대 매물로 꼽히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전통 유통 강자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맞붙은 가운데, 새 주인이 사실상 이번 주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유통업계 최대 매물로 꼽히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전통 유통 강자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맞붙은 가운데, 새 주인이 사실상 이번 주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유통업계 최대 매물로 꼽히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전통 유통 강자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맞붙은 가운데, 새 주인이 사실상 이번 주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롯데보다 신세계그룹이 제시한 입찰가가 더 높아 신세계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나 더 중요한 것은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는 15일 예정된 미국 이베이 본사 연례 이사회 이후 이베이코리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지난 7일 마감된 이베이코리아 매각 본입찰에는 롯데쇼핑과 이마트만 참여했다. 이마트의 경우, 네이버와 손잡고 인수전에 나섰으며 롯데쇼핑은 단독으로 참여했다.

신세계는 4조 원 안팎의 인수가격을 써냈으며 롯데그룹은 이보다 1조 원가량 낮은 3조 원 초반대의 가격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 본사가 5조 원에 이베이코리아를 매각하고자 희망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써낸 신세계의 승리를 점치는 예측이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입장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기업,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 쿠팡에 이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3위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놓고도 이렇다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2005년 연간 기준 흑자를 달성한 이래 16년간 연속으로 흑자를 내고 있지만 성장성 측면에서 봤을 때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이베이코리아의 현재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12%다. 아직 톱3를 지키고 있지만 지난 2016년 독보적 1위인 18%에서 6%포인트나 떨어졌다. 그 사이 네이버는 7%에서 17%로, 4%에 불과하던 쿠팡은 13%로 성장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유통시장은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지 않으면 구조적으로 이익을 내기 힘든 완전경쟁시장”이라며 “이베이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은 2020년 기준 10% 내외로 파악되고 있어서 기업가치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타 이커머스 기업들과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 또한 매년 성장세가 더딘 부분도 우려 사항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매년 20%이상 성장하는 반면 이베이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0년 영업이익률 20%를 정점으로 하락해 지난해엔 5.5%로 떨어졌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존 예비 입찰에 참여했던 SK텔레콤과 MBK파트너스는 본입찰에 불참했다. SK텔레콤은 오픈마켓 11번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MBK파트너스는 오프라인 매장 홈플러스의 주인이다. 두 기업 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사업적 이유는 충분하지만 인수 후 기존 사업들과의 시너지 및 매각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뉴욕증시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100조 원을 찍은 쿠팡과는 별도로 시장에서는 오픈마켓을 이커머스와 따로 봐야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OTT, 라이브커머스, 배달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서 플랫폼 성격이 강하지만 이베이코리아는 중개업자로서 사실상 급변하는 시장 판도에서 뻗어나갈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인수 이후 운영이 관건…추가 투자도 과제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거래액은 20조 원으로, 쿠팡(21조 원)과 맞먹는 규모다. 하지만 자체 풀필먼트 센터나 물류시스템 등 유형자산이 많지 않아 배송 서비스가 타 이커머스 기업들에 비해 취약하다. 사실상 900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개발자 능력, 20여 년간의 플랫폼 노하우와 고객 데이터 등 무형자산이 전부다.

강점과 약점이 비교적 뚜렷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보다 인수 이후가 더 중요할 것으로 본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롯데온의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 이마트는 쓱닷컴 외의 비식품 부문의 몸집을 키워야 하는 과제가 있는 만큼 인수 후 구체적인 전략 방향성이 주가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고 밝혔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기업은 자사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과 G마켓·옥션·G9 등 각각의 독립적인 플랫폼들을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롯데쇼핑과 이마트의 이커머스 부문을 담당하는 롯데온과 SSG닷컴은 회원제도, 결제시스템 등이 이미 탄탄하게 구축돼 있다. 큰 돈을 들여 인수해놓고도 각 사이트 간 연계 시너지를 구축하지 못한 채 별도 플랫폼 단순 유지에 그친다면 운영비만 중복으로 나갈 공산이 크다.

현재 이베이코리아의 물류센터는 경기도 용인·동탄·인천 3곳뿐이어서 쿠팡과 같은 전국 단위 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도권과 주요 대도시에 빠른 배송 서비스를 펼치기 위해선 추가 물류투자가 불가피하다. 5조 원에 가까운 대금을 지불하고도 추가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이커머스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이베이코리아에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매각가가 책정됐다”며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 유통 사업을 꾸리는 데 더 익숙한 롯데와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서 어떻게 시너지를 펼칠지가 더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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