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포스트 코로나, 되돌아 올 것과 계속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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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포스트 코로나, 되돌아 올 것과 계속될 것들
  •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 승인 2021.06.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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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전세계 하루 확진자 수는 여전히 30만명을 넘나들고, 사망자 수도 하루에 1만명 이상 발생하고 있지만, 3~4차 팬데믹의 고점보다 이제 확산과 사망은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이번 4차 팬데믹은 3차 때와 달리 현재 추세대로 계속 확산과 사망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큰 타격을 받았지만, 인류는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다시 한번 승리를 거둘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미 백신 접종률이 높은 일부 국가에서는 방역 지침이 완화되기 시작했고, 하반기에는 그 지역이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미국은 7월 독립기념일까지 집단 면역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데다 이미 마스크 착용 의무나 여행 제한을 일부 해제하고 나섰다.

접종 속도가 다소 느리다고 평가됐던 우리나라 역시 최근 들어 접종 속도가 빨라지며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 대한 방역 수칙을 완화할 계획이다. 

'고통의 끝'이 보이고 시작했다

물론 초기부터 걱정했던 지역별 백신 디바이드, 즉 국별로 차별적인 접종 속도는 여전히 문제다. 경제적인 이유나 의료 시스템 미비로 백신을 확보하지 못하고 확보된 백신을 맞추기도 어려운 나라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나라들에서는 일국 내 백신 디바이드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선진국의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완료되고 나면, 이러한 지역과 계층에게도 인도적 차원의 지원과 함께 접종이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내년 말이면 전세계 집단 면역이 가능할 것이다. 변종 바이러스 등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례없는 고통의 시간은 지나갈 것이다.

코로나19의 극복은 지난 1년 반 동안 변했던 것 중 많은 부분들이 되돌아 올 것임을 시사한다. 일상 생활에서의 변화가 가장 극적일 텐데, 마스크 착용이 많이 줄어들 것이고 야외 활동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여행도 당분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서 화장품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이른바 보복적 활동이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되돌림 중 어떤 것들이 더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인지, 그럴 경우 수혜를 보는 기업은 어디일 것인지를 분석하는 데 여념이 없다.

경제적으로는 정부의 대규모 지원이 줄어들 것이고, 금리가 오를 것이다. 국내에서는 국회가 추진 중인 자영업자 피해 보상이나 추가적인 재난 지원금 지급 등이 아직 남아 있고, 미국에서는 일정 기간 높은 수준의 실업 급여가 지급되겠지만, 결국 이러한 정책들은 사라질 것이다.

또한 이미 미국에서 시작됐듯이 기업 부도를 막기 위한 각종 유동성 정책도 중단될 것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인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막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저금리 역시 좀비 기업의 생존을 장기화한다는 측면에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막는다. 따라서 정도와 속도, 시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책금리와 시장금리는 올라갈 것이다. 

코로나19 충격이 초래한 몇 가지 변화는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백신 개발을 비롯한 제약 바이오 부문에 대해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어질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결국 백신 개발, 특히 mRNA 방식의 백신 개발은 미국과 독일 등 최첨단 과학 기술 국가에서 가능했다. 우리 역시 GDP 기준 전세계 10위권 국가가 되었지만,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또한 많은 국가에서 전염병과 관련된 위기 관리 시스템이 부실한 상태였음이 확인됐다. 이러한 변화는 고령화와 맞물려 국가 전체의 자원이 건강 관리, 제약, 바이오 등으로 배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유례없는 '고통의 시간'이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온라인 중심'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또 다른 변화는 온라인 생태계의 정착이다. 예전에 온라인 공간이 주로 젊은이들의 활동 무대였다면, 코로나19 사태로 쇼핑과 컨텐츠 소비 등 모든 측면에서 전 세대의 온라인 공간 활용이 늘어났다. 코로나19는 그 동안 있었던 어떤 자극보다 확실했는데, 온라인 쇼핑의 증가와 OTT 업체 서비스 가입자 수의 증가는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준다.

물론 집단 면역이 달성되고 나면 일정 기간 보복적인 오프라인 활동이 나타날 수 있고, 이 때문에 해당 산업은 일시적으로 성장 속도가 느려질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저 효과가 마무리되고 나면, 사람들은 편리함을 찾아 다시 온라인 공간 활동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관련해서 재택근무와 원격의료 및 교육의 확산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내외의 많은 기업들은 일정 비율의 인력을 상시 재택근무화하는 모습이다. 또한 이들 기업 중 많은 수가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더라도 이러한 시스템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물론 거의 전 직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했던 일부 기업에서는 오히려 출근 비중을 높이고 있다. 오프라인 미팅과 근무가 갖는 시너지 효과와 집중력, 시스템 활용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행 착오들을 지나며 재택근무 체계가 정착될 것으로 보이며, 정착된 이후 재택근무 비율은 과거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같은 맥락에서 법적으로 제한된 원격의료 역시 궁극적으로는 허용될 것으로 보이며, 기술이 발전하면서 학교 교육 역시 원격화 되는 비율이 높아질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역별 교육 차별화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이러한 점을 완화하는 차원에서도 원격 교육의 활용도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재택근무나 원격 시스템의 채택은 거주 지역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지고, 부동산 시장과 거주 주택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ESG 열풍, 일시적 현상 아니다

다양한 변화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ESG 열풍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코로나19로 ESG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1년 사이 기업, 금융기관 모두 ESG 경영을 정착시키기 위해 혈안이 돼 있고, 정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언론의 관심도 뜨거운데, 국내 검색창에 ESG를 치면 지난 1시간 동안 관련 한글 뉴스만 수백 개가 나온다. 돈의 흐름도 엄청나다. 글로벌 기관들은 ESG 관련 운용 자금이 작년에 이미 40조달러(우리나라 돈으로 약 4.5경)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증시에서도 ESG가 화두로 떠 올랐으며, 많은 증권사가 ESG 리서치와 관련 사업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ESG, 즉 친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는 숭고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기업 경영에 있어 큰 관심을 끌지 못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나에게 편익을 제공해 주는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선호하는 주체지만, 이제는 여기에 더해 그 물건과 서비스가 친환경적인지,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나아가 기업지배구조는 투명한지까지 따져보기 시작했다.

왜 이러한 변화가 빨라졌을까? 기본적으로는 공정함과 정직함 등 시대 흐름의 변화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며 지구를 건강하게 사용하지 못한 인류 공통의 잘못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미국에서 환경 문제를 큰 가치로 생각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것이 ESG에 대한 관심을 촉진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임 후 첫 업무로 파리 기후변화협약 복귀에 서명할 정도로 친환경정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임 후 첫 업무로 파리 기후변화협약 복귀에 서명할 정도로 친환경정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 사진=연합뉴스

어찌 보면 미국이 바이든 행정부를 선택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종전 트럼프 행정부에서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는 한편, 기후 관련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큰 기업들의 ESG 관련 정보의 공시가 의무화되어 있는데, 미국에서도 조만간 공시를 의무화할 것이란 소식이 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변화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환경과 관련된 관심은 전기차 수요의 증가, 암호화폐와 관련된 에너지 소비 문제 제기로부터 각 기업의 탄소배출 정책, 정부의 수소 에너지 정책까지 폭넓게 확산되고 있고, 주요국은 탄소중립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 이머징 국가의 경우 역사적 불공정성이나 산업 발전 단계 측면, 과도한 비용을 강조하며 시점을 앞당기는데 주저하고 있지만, 결국 방향은 정해져 있고, 속도는 빨라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언급한 영구적 변화들이 모두 코로나19에 의한 것은 아니다. 시대정신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으로 이미 진행되어 오던 것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다만 코로나19가 이러한 변화를 앞당기고 영구화시키는 데 기여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가와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수익률의 제고를 위해서 코로나19 이후 지속적인 변화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 최석원 센터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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