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혁신기업]⑯ 28년째 특허 취득 1위, IBM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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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혁신기업]⑯ 28년째 특허 취득 1위, IBM의 비결
  • 이영원 미래에셋증권 이사
  • 승인 2021.06.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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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원 미래에셋증권 이사] 지난 1월, 특허관련 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하는 IFI Claims가 발표한 2020년 미국 특허 취득 기업 순위에서 IBM은 9130개의 특허를 취득, 28년째 1위를 기록했다.

1993년 이후 전세계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특허를 취득한 기업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특허 취득 성과를 통해보면 IBM은 압도적인 성과를 자랑하는 혁신기업이다.

특허가 기업의 혁신성과를 측정하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겠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특허로 출원되고, 보유한 특허를 바탕으로 시행되는 비즈니스가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혁신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일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컴퓨터의 대명사 IBM의 이미지와 특허 1위 기록은 매우 잘 어울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컴퓨터의 대명사와도 같은 IBM은 사실 컴퓨터 역사보다 훨씬 오랜 업력을 갖고있다. IBM은 1911년 CRT(Computing-Tabulating-Recording Company)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후, 1924년 현재의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기업이다.

계산기가 주력이던 IBM

초기 IBM은 1800년대 말 개발되었던 계산기, 금전등록기, 노동자의 일과를 계측하는 기계 등을 생산하던 4개 기업의 합병으로 출범한다. 인구 조사를 위해 개발되었던 천공카드를 활용한 계산기가 주력 분야가 되었다.

이 외에도 상업용 저울, 산업용 시간 계측기, 육류 절단기, 천공카드 등 판매와 임대를 위한 각종 기계를 생산하던 초기 CRT사는 토마스 왓슨(Thomas J. Watson)이 경영을 책임지면서 어색한 이름이었던 CRT를 버리고 IBM이라는 보다 친숙한 이름으로 재출발하게 된다. 이후 1930년대 미국 정부 등의 고객의 고용 기록과 사회보장 사업 관련 데이터 처리 등으로 성장을 이어간다.

2차대전 중에는 전자기계 컴퓨터인 ASCC(Automatic Sequence Controlled Calculator)를 만들었고, 이어 진공관 기반의 상업적 컴퓨터의 효시인 IBM 701을 1952년 출시했다. 1956년에는 하드 디스크를 도입한 IBM 305 RAMAC, 1958년에는 트랜지스터를 채용한 IBM 7000, 14000시리즈를 발표한다. 과학 프로그래밍 언어인 포트란(FORTRAN)은 1957년 개발됐다.

IBM이 1960년대 출시한 메인 프레임 컴퓨터 IBM System 360.

이어 IBM은 1960년대 현대적인 메인 프레임 컴퓨터를 출시하면서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1964년 발표된 IBM System 360은 최초의 메인 프레임 컴퓨터 시스템이며 1970년에는 IBM System 370으로 이어졌다. OS / VS1과 MVS 등 운영체제도 발표되면서 컴퓨터 분야에서 1980년대까지 IBM의 독주는 계속됐다.

이 당시 NASA의 우주개발에도 IBM의 시스템이 활용되었다. 머큐리 우주 비행사의 궤도 비행 추적, 제미니 프로젝트, 1969년의 아폴로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면서 IBM의 우수성을 과시했다. 이밖에도 DRAM(1966),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대표적인 아키텍처인 RISC(IBM 801, 1980), 바코드 시스템(1969) 등이 IBM에서 개발됐다.

개인 PC보급으로 시작된 IBM의 위기

'컴퓨터는 곧 IBM'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독보적인 모습을 보이던 IBM은 1980년대 중반 이후 PC,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더불어 위기를 맞게 된다. 개인용 컴퓨터는 1977년 애플에서 출시한 Apple II 이후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하게 된다. 이에 IBM에서는 PC라는 이름을 처음 채용한 IBM 5150을 출시하며 PC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하지만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개방형 아키텍처를 적용해 타사가 호환 제품을 생산하도록 허용하면서 애플의 매킨토시 진영을 압도하는 대세를 구축했다. 하지만, IBM 제품보다 여타 호환제조업체에서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의 점유율을 잃게 된다.

특히 IBM에서 공식 CPU로 x86 시리즈를 생산하는 인텔과 공식 운영체계인 MS-DOS와 윈도우즈를 공급하던 마이크로소프트가 표준을 장악하게 되면서 IBM은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주류에서 밀려났다. 메인 프레임 컴퓨터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IBM은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성장과 서버 – 클라이언트 체계로 바뀌어가는 시장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처지기 시작한 것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밀려난 IBM은 90년대 들어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1991년 첫 손실을 기록한 IBM은 1993년에는 손실규모가 80억달러까지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당시 미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이었다. 이후 IBM은 기업 역사상 최초로 외부 인물인 루 거스너(Louis V. Gerstner, Jr.)를 영입, CEO로 발탁하면서 회생의 길을 모색하게 된다.

IBM은 28년째 미국내 특허 취득 1위기업이다. 사진은 IBM 인공지능 플랫폼 왓슨. 사진=연합뉴스

고객에 기반한 IBM의 혁신

IBM 회생의 핵심은 적자사업부의 정리나 비효율적인 부분의 제거 등 일반적인 방법의 접근 보다는 고객을 중심으로 두고 고객이 원하는 바에 초점을 맞추는 토털 솔루션 방식의 영업으로의 전환에 있었다.

물론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IBM은 휴렛패커드(HP)나 델 컴퓨터, 컴팩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쟁력으로 결국 해당 사업부와 브랜드를 중국계 업체 레노버로 매각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하지만 메인 프레임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강점을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와 접목하는 토탈 솔루션의 도입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통계처리 소프트웨어 기업인 SPSS데이터 솔루션 등 70개 이상의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업의 인수합병과 더불어 관련 기능을 크게 강화하면서 전체 매출에서 소프트웨어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을 1993년 30% 미만에서 80%대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현재 IBM은 전략적 목표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에 두고 있다. 하드웨어 중심이 아닌 고객의 디지털 전환과 업무 자동화를 가속화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어 형식으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은 IBM 혁신의 결과물 중 하나다.

1993년 위기의 정점에서부터 혁신의 과정에서 획득한 28년간의 특허출원 1위는 이러한 노력을 반영하는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극복하고 세대를 이어가는 혁신이 IBM이 보여주는 모습이다.

참고로 지난 2020년 미국 특허 취득 2위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 이후 15년 연속 특허 취득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영원 이사는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에서 리서치 업무를 시작해 푸르덴셜투자증권, 현대차투자증권에서 투자전략을 담당했다. 미래에셋증권에 합류한 이후 해외주식 분석업무를 시작, 현재 글로벌 주식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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