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퀵 커머스’ 시동 거나…긴장하는 배민, 걱정하는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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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퀵 커머스’ 시동 거나…긴장하는 배민, 걱정하는 편의점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6.07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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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일본에서 ‘즉시 배송’ 서비스 시범 운영 시작
형태는 ‘로켓배송’ 아닌 배달의민족 ‘B마트’ 형태
‘B마트’ 2년새 폭풍 성장…쿠팡 진출 시 경쟁 시작
편의점, B마트·요마트에 쿠팡까지 경쟁할 수도
쿠팡 일본 앱 화면. 사진=쿠팡 일본 앱 캡처
쿠팡 일본 앱 화면. 사진=쿠팡 일본 앱 캡처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새로운 유통공룡 쿠팡이 퀵 커머스 시장에 진출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최근 골목상권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B마트’와 골목상권의 전통적 지배자인 편의점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단건 배달을 무기로 세를 확장하고 있는 쿠팡이츠를 막기 위해 배민도 단건 배달 맞불을 놓았을 정도로 양사의 경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퀵 커머스 영역에서까지 다투게 된다면 배민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B마트의 무서운 성장세에 국내 편의점 업체들이 고민을 거듭하는 만큼, 쿠팡까지 사업 진출을 선언한다면 편의점 업계는 B마트, 요마트(요기요)에 이어 쿠팡까지 세 곳과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쿠팡, 日 진출에 퀵 커머스 상표권 출원

7일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26일 퀵 커머스(Quick Commerce)·퀵 딜리버리(Quick Delivery)·큐커머스(Qcommerce)·큐딜리버리(Qdelivery) 등 1시간 이내 소량 배송하는 ‘즉시 배송’ 서비스와 관련된 상표권을 20개 가량 출원했다. 

등록 공고문에 따르면 쿠팡은 이 상표권에 해당하는 업무를 ▲상품 배달업 ▲상품의 신속배달 퀵서비스 준비업 ▲상품창고업 ▲상품보관업 ▲급송택배업 ▲당일배송업 ▲온라인주문에 의한 상품배달업 등으로 명시했다. 
    
업계는 쿠팡이 일본 시장 진출을 발판 삼아 한국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퀵 커머스 사업을 영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은 이달부터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 나카노부 지역에서 쿠팡 앱을 통해 신선식품, 생필품 등을 배송하는 시범 사업에 들어갔다. 주문 다음날 오전까지 물건을 가져다주는 쿠팡의 대표 서비스 ‘로켓배송’과 달리 상품 주문 즉시 라이더가 전달하는 즉시 배송이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B마트’와 유사한 형태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전국 익일 배송을 가능케 한 혁신적인 서비스다. 하지만 10여 년간 수조원의 물류센터 투자를 통해 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소요될 수밖에 없어 해외 진출 모델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쿠팡은 한국과 비교해 배달·배송 대면 수령이 익숙했던 일본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비대면 수령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움직임을 포착, 일본 시장 진출의 새로운 기회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 풀필먼트 형태인 근거리 배달 서비스로 일본 시장을 두드린 것. 

배달의민족의 즉시 배송 서비스 'B마트' 화면.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의 즉시 배송 서비스 'B마트' 화면.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진격의 ‘B마트’, 성장에 제동 걸리나 

만약 쿠팡이 국내 퀵 커머스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면 배민과 다시 한 번 전면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배민이 지난 2018년 11월에 출시한 ‘B마트(전신 배민마켓)’는 소비자가 앱에서 주문하면 라이더가 도심 내 물류센터에서 픽업해 30분 내로 갖다 주는 초근거리 즉시배달 서비스다. 과자, 아이스크림, 사탕, 음료 등 각종 가공식품은 물론이고 과일·정육·수산 등 신선식품과 가정간편식(HMR), 세제·세탁·바디 등 생활용품도 판매한다. 

배민을 운영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B마트 매출이 포함된 '상품매출' 부문이 전년 대비 약 328% 급증한 2187억 원을 기록했다. 우아한형제들 전체 매출(1조995억 원)이 전년 대비 94% 늘고, 서비스매출(8674억 원)이 전년 대비 72% 증가했을 때 상품매출은 세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사업 확장을 위한 1만 원이라는 낮은 객단가와 배달비 부담은 B마트의 해결 과제로 꼽히지만 자체 물류 거점을 지난해 말 15개에서 현재 30여곳으로 늘렸을 만큼 성장세가 돋보인다. 상품가짓수(SKU)도 초기 300여개에서 현재 7000개 가까이 된다. 보통 15평 안팎의 편의점 상품가짓수가 2000개~3000개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숫자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소비자들은 비대면 배달 문화에 익숙해졌다. 업계에서는 퀵 커머스 시장의 성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만약 쿠팡이 쿠팡이츠의 서비스에 B마트와 비슷한 아이템을 접목시킨다면 쿠팡이츠의 성장은 더욱 무서워질 전망이다.

이미 올 들어 서울지역 배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배달 격전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 등에서 쿠팡이츠 점유율이 전체 주문의 50%를 넘길 때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골목상권 잡고 있는 편의점들은 긴장     

골목상권을 잡고 있는 편의점 업체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B마트와 요마트 등장으로 편의점 입지가 위축돼가는 가운데, 이커머스 시장의 ‘메기’라고 불리는 쿠팡까지 퀵 커머스에 진출하면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기업들 간의 경쟁은 자연스럽게 서비스 강화로 이어진다. 편의점업계 입장에서는 소비자를 점점 빼앗길 수도 있다.

B마트와 요기요 등 즉시 배달 서비스에서는 동네 편의점에서 파는 대부분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슬세권(슬리퍼+세권 합성어로, 슬리퍼와 같은 편안한 복장으로 가까운 여가 및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권역을 의미)’의 혜택을 볼 필요도 없이 집에서 편하고 빠르게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추세다.

그동안 편의점 업계는 국내 쇼핑의 무게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예외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해 유통업체 매출동향 자료에 따르면 오프라인 중심의 대형마트, 백화점,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매출이 모두 감소한 가운데 유일하게 편의점 매출만 증가한 것. 

하지만 즉시 배송 서비스 가능 지역과 물품가짓수가 점점 확장됨에 따라 살 길을 모색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B마트나 요기요 등장으로 강남 인근 편의점 매장 매출이 줄어들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도 “편의점에서 팔고 있는 걸 편하게 모바일로 주문할 수 있는데 손님 입장에서는 굳이 귀찮게 나올 필요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지난해 9월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만든 ‘찾아가는 수퍼마켓’이 골목상권을 침탈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이들 업체는 슈퍼마켓과 편의점, 중소형 마트 등 전통적으로 소매업종에서 취급하는 식재료와 생활용품, 애견용품 등을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있어 골목상권의 붕괴가 필연적이다”며 “뿐만 아니라 수퍼마켓과 중소형 마트 등에 상품을 공급하던 중간 도매상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 전체 유통망의 붕괴까지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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