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곰표맥주 만들자'…쏟아지는 컬래버, '잘못하면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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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곰표맥주 만들자'…쏟아지는 컬래버, '잘못하면 독'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6.0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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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슈머’ 잡으려 컬래버레이션 제품 ↑
‘우유 바디워시’ 등 안전 고려 못한 제품도 등장
유통가 ‘컬래버 제품’ 출시 이유, 재미로 1차 홍보
“소비자 정서와 맞아 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어”
홈플러스 매장 우유코너에 우유와 함께 비치된 바디워시 사진. 사진=트위터 캡처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이색 컬래버레이션(컬래버)이 코로나19로 생기를 잃었던 유통가의 돌파구가 되고 있다.

생활용품과 식품, 패션과 식품, 금융과 식품 등 업종 간 경계를 넘는 컬래버 제품들은 단순히 연예인과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과의 협업을 넘어 예상 밖의 조합으로 펀슈머(Fun+Consumer, 재미와 소비자를 합친 신조어) 성향이 강한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 1981~2000년대생)를 공략한다. 

하지만 안전은 고려되지 않은 채 재미와 신선함만 추구하는 일부 펀슈머 마케팅 때문에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거나, 지적장애인, 치매 노인이 있는 경우 식품과 컬래버한 생활용품을 식품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GS25에서 출시한 모나미
GS25에서 출시한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 음료수. 사진제공=GS리테일

최근 홈플러스가 LG생활건강, 서울우유와 함께 만든 ‘서울우유 콜라보 바디워시’가 대표적이다. 해당 제품은 ‘서울우유’ 로고와 서체, 독특한 색감까지 똑같아 얼핏 보면 서울우유로 착각할 만큼 싱크로율이 비슷하다. 

출시 직후, 홈플러스 측은 제품 패키지가 우유갑 디자인과 유사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혼동을 막기 위해 전용 용기를 펌핑 방식으로 개발했고 상품 앞면 하단에는 ‘밀크 파우더 향 바디워시’ 표시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맘카페 등 SNS를 중심으로 ‘어린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제품인 것 같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3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한 30대 여성은 “어른도 헷갈릴 때가 있는데 글을 모르는 아이들은 하물며 어떻겠느냐”며 “요즘 콜라보(컬래버) 경쟁이 과열돼서 특이하게 만드는 데에만 치중돼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홈플러스 일부 매장에서 바디워시가 서울우유와 함께 진열돼 있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소비자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결국 홈플러스 관계자는 “진열을 즉시 철수했으며, 현재 모든 매장의 화장품 판매대에서만 진열·판매하고 있다”며 “‘마시지 마세요. 바디워시입니다’라는 스티커를 추가로 부착하는 등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월에 세븐일레븐이 출시한 ‘딱붙캔디’나 GS25의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 음료수도 비슷한 사례다. 둘 다 딱풀과 모나미매직을 본 따 만든 식음료로, 출시 제품은 먹어도 괜찮은 식품이지만 문제는 아이들이 향후 진짜 딱풀과 모나미 매직을 먹어 안전사고가 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마트24가 출시한 '오뚜기 순후추라면 매운맛'. 사진제공=이마트24
이마트24가 출시한 '오뚜기 순후추라면 매운맛'. 사진제공=이마트24

이에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식품으로 오인해 섭취할 경우, 인체 위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생활화학제품 등과 유사한 형태의 펀슈머 식품을 제한하기 위한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서는 식품이 아닌 상호, 상표, 용기 또는 포장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형태의 식품 표시·광고를 제한하고, 제한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위임해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컬래버레이션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이종 업계 간의 조합은 생소하기 때문에 이미 출시 전부터 화제성을 불러 일으키며 1차 홍보 효과를 누린다. 또 경험 후 품질이 나쁘지 않으면 재미와 퀄리티 둘 다 잡았다는 점에서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탄다. 

이는 특히 식품 영역에서 활발히 일어난다. 먹는 1차 즐거움에 공유의 즐거움을 같이 누릴 수 있는 대표적인 제품이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맛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을 사로잡기에도 제격이다. 

곰표밀맥주, 곰표팝콘. 사진제공=CU

곰표맥주는 컬래버레이션 시장에 한 획을 그은 제품이다. 편의점 CU와 수제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 대한제분이 손잡고 만든 컬래버레이션 수제맥주로, 지난해 5월 출시돼 나온 지 3일 만에 초도물량 10만 개, 일주일 만에 30만 개, 5개월 만에 100만 개 이상이 완판 됐다. 

지난달에는 롯데칠성음료에 위탁생산(OEM)을 맡겨 300만 개 대규모 물량을 공급했지만 약 2주 만에 완판 됐다. 특히 이번 완판은 30년 편의점 역사상 처음으로 부동의 1, 2위였던 카스, 테라 등 기성 맥주를 수제맥주가 제친 초유의 사건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컬래버로 반짝 인기를 끈 제품들은 많아도 업계 순위를 뒤바꿀 정도로 흥행한 제품은 거의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잘 만든 컬래버레이션 제품 하나에 CU의 수제 맥주 매출은 지난 달 10일까지 전년 동기보다 626% 성장했다. 세븐브로이는 인기에 힘입어 ‘곰표 썸머에일’ 출시를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곰표밀맥주가 이미 큰 인기를 얻은 만큼 곰표 썸머에일도 후광 효과에 힘입어 밀맥주 못지 않은 인기를 구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컬래버 제품들이 쏟아져 나와 피로감을 느낀다는 소비자들의 지적도 잇따른다. 기업은 더 자극적이고 더 참신한 제품을 내놓기 위해 ‘무리수’를 두거나, 연쇄효과를 누리기 위해 성공한 컬래버 제품과 관련된 제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한 경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식상함에 지금과 같은 화제를 모으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곳에서 컬래버레이션으로 제품을 출시하자고 제안이 들어오지만 무작정 다 협업을 진행할 수는 없다”며 “소비자들이 제품을 봤을 때 거부감을 느끼진 않는지, 아이덴티티와 상품이 잘 맞아 떨어지는지, 궁합이 괜찮은지 등 다양한 요소를 판단하면서 소비자 정서를 헤아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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