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의 미래] ① CBDC는 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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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의 미래] ① CBDC는 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까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6.01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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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과 민간가상자산 성장 계기로 CBDC 관심 증대
한은, 8월부터 10개월간 50억원 규모 모의실험 착수
"CBDC와 실물화폐, 암호화폐 서로 공존할 것"
사진=연합뉴스

 

IT기술의 발달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의 확산으로 CBDC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CBDC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약칭으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다. 기존의 실물 화폐와 달리 가치가 전자적으로 저장되며 이용자 간 자금이체 기능으로 지급결제가 이뤄진다. 다만 이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CBDC의 국내외 현황과 도입에 따른 영향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8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연구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CBDC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CBDC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로서 암호화폐와 달리 기존 화폐와 동일한 교환비율이 적용되므로 가치 변동의 위험이 적다는 점이 특징이다.

앞서 지난 2019년 전 세계 25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가상화폐와 달리 명목가치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디지털화폐인 '리브라(Libra)'의 발행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는 CBDC에 대해 각국 중앙은행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서 국내에서도 CBDC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7일 진행된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CBDC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CBDC 도입을 결정하려면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제도적·법적 요인도 있기 때문에 시기를 구체화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신용위험이나 유동성 위험이 없는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도입 필요성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의실험을 토대로 한 기술적 연구는 계속할 것"이라며 "CBDC 도입이 결정되면 그 시점에서 곧바로 시행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24일 CBDC 모의실험 연구 용역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를 공개했다. 사업기간은 오는 8월부터 총 10개월이며, 사업규모는 49억6000만원이다. 

한은은 모의실험 연구를 통해 가상공간에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CBDC 모의실험 환경을 구현하고 CBDC의 활용성과 제반 업무의 정상 동작 여부를 테스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은은 CBDC의 실제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전자지급결제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고 금융포용 수준이 높아 CBDC의 필요성이 아직 크지 않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가 27일 발간한 '주요국 CBDC 도입 추진 현황 및 관련 쟁점'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여러 쟁점에도 불구하고 향후 CBDC가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술, 금융, 경제 체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 각국 중앙은행들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만큼 단기에 상용화될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CBDC 도입 시 지급결제 편의성과 효율성 향상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의의, 영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CBDC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은행 등 예금취급 금융기관에 대해서만 발행하는 '도매 디지털화폐'와 개인 등 민간 경제주체들에게도 발행하는 '소매 디지털화폐'가 이에 해당한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소매 디지털화폐 보급이 확산되면 지급결제의 편의성은 물론 통화정책의 효율성과 금융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먼저 지급결제 관련 편의성과 효율성 향상이다. 디지털화폐의 보급은 현금 사용에 따른 도난과 분실 위험을 줄이고 거래의 신속성과 편의성을 높여 지급결제의 효율화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일부 금융소외계층에 대해서도 효율적인 지급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또 중앙은행의 신속한 유동성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이 있다. 예를 들어 CBDC를 이용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지원금을 공급할 때 지급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렇게 지급한 CBDC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사용처를 한정할 수도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금융불안 확대 등 특수한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함으로써 통화정책의 효과를 제고할 수 있다.

CBDC 도입 시 은행의 금융중개기능 약화 우려…프라이버시 문제도

다만 CBDC의 도입은 여러 가지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은행의 금융중개기능 약화와 프라이버시 문제다. 

이 선임연구원은 "은행예금의 일부가 디지털화폐로 전환될 경우 민간의 은행예금이 감소해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고 대출여력이 감소할 수 있다"며 "전반적인 은행의 금융중개기능과 수익성 약화를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금융불안 등 위험회피성향이 큰 상황에서는 디지털화폐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지면서 은행예금이 급격히 줄어드는 '디지털 런'에 대한 우려도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CBDC가 온라인 기반이기에 따라오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CBDC 등 디지털 화폐는 온라인에서만 쓸 수 있는데 정전이 되거나 통신망이 두절되면 실물 화폐밖에 쓸 수가 없게 된다"며 "실물 화폐는 오프라인용으로 계속해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CBDC는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다"며 "온라인상에서 사용 내역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CBDC 대신 지폐를 쓸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용성이 더 편리하거나 프라이버시 관점에서 더 좋은 암호화폐가 나온다고 하면 사람들은 CBDC 아닌 암호화폐를 쓸 것"이라며 "장차 암호화폐가 법정화폐와 맞먹는 통화 기능을 가지게 될 수도 있으며, 페이스북의 디엠(구 리브라)이 암호화폐이면서 법정화폐의 기능을 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실물화폐와 CBDC, 암호화폐 서로 공존할 것"

전문가들은 CBDC와 실물화폐, 암호화폐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공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 융합학회장은 "CBDC가 모든 화폐를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CBDC는 지급결제수단이 되는 것인데 지금 암호화폐의 상당 부분은 지급결제와 다른 여러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결국 공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BDC가 기존 화폐를 대체하더라도 암호화폐는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앙은행이 궁극적으로는 현재의 통화시스템에서 종이로 발행되는 지폐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면서도 "암호화폐는 CBDC가 발행된다 해도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선임연구원은 "우리가 법정화폐를 가지고 있음에도 백화점상품권이나 여러가지 상품권이 활용되듯이 CBDC가 기존 통화를 완벽히 대체한다 해도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다른 영역에서 암호화폐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CBDC가 완전히 화폐 기능을 대체한다고 하더라도 암호화폐는 특정 산업의 일부 영역에서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며 "현재로서 암호화폐는 화폐기능은 없고 투자자산으로서의 기능을 일부 확보한 상황인데 앞으로 암호화폐가 화폐기능을 어느정도 가져갈 수 있을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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