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펫티켓’ 없는 반려문화, 개는 훌륭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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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펫티켓’ 없는 반려문화, 개는 훌륭할 수 없다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21.05.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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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문화평론가] 이제 더 이상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를 ‘애완동물’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반려동물’로 불리고 있다.

전자의 사전적 의미가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며 기르는 동물”인 반면 후자는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고 기르는 동물”이라는 뜻으로 반려동물은 단순히 주인에게 사랑받는 대상이 아닌 인간과 교감 그 이상이 가능한 상대로 진화했다. 

‘펫팸족’(펫과 패밀리의 합성어) 1500만 시대, ‘펫코노미’(펫과 이코노미의 합성어) 규모는 6조원대로 급성장했다. 가족처럼 여기는 반려동물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즐거운 마음으로 이들을 떠받들며 ‘집사’를 자처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출산과 육아가 힘든 세상, 아이대신 반려동물을 택한 맞벌이 부부인 ‘딩펫족’도 등장했다. 이제 1인 가구의 급증으로 ‘펫팸족 트렌드’는 한때의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문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잇단 개 물림 사고와 느슨한 동물보호법

그렇다면 현재의 반려문화, 양적 팽창에 맞게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가. 

단언컨대 그렇지 못하다. 대표적인 예로 끊임없이 발생하는 ‘개 물림 사고’를 들 수 있다. 지난 5년간 해마다 2000건 이상의 관련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는 하루 평균 6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 남양주에서 50대 여성이 대형견에 물려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음에도 지자체는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가해견 처분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대중들 눈치를 보는데 만 급급하다.

사고는 계속 되는데, 동물보호법에는 사람을 물어 숨지게 한 가해견에 대한 규정은 전무하다. 반려견을 현행법에서는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견주가 처벌 대상이 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공격성 강한 들개나 유기견이 사고를 냈을 경우, 특히 피해자가 사망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모든 개는 사람을 물 가능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동물보호법에 규정한 맹견은 도사견과 그 잡종의 개,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의 개 등 다섯 가지 뿐이다.

남양주 가해견은 전문가 소견 상 풍산개와 사모예드 잡종에 가깝기에 목줄이나 입마개 의무도 없을 뿐더러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해도 동물보호법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피해자인 50대 여성은 이 개에 물려 사투를 벌이다 사망했는데도 말이다.

설령 주인이 나타나 형법상 과실치사로 형사 고소를 한다 해도 사망사고 가능성 예견과 관리 부실의 인과성을 입증해야만 한다.

느슨하기 짝이 없는 동물보호법은 남양주 피해자와 유족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법이 현실보다 빠르게 진화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반려견이 증가하고 사고가 줄어들지 않는 만큼 관련 규정을 대대적으로 손 봐야 한다. 

지금처럼 느슨한 법망으로 개 물림 사고에 경각심을 가질 견주는 없다. 

일러스트=연합뉴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나 이와 관련한 안전대책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일러스트=연합뉴스

이대로는 위험한 반려문화

우리나라는 펫숍이나 가정분양을 통해 쉽게 반려견을 키울 수 있다. 그러다보니 병들거나 다친 경우 또한 쉽게 버려지기도 한다. 한해 평균 10만 마리의 유기견이 발생한다고 하니, 펫팸족 트렌드가 무색할 정도다. 버려지는 개들은 공격성이 강해지면서 이것이 결국 개 물림 사고를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몰지각한 견주들로 인해 인간에게 돌아오는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반려문화 선진국인 독일의 경우, 반려견을 교육시키는 학교 ‘훈트슐레’가 있다. 반려인이라면 누구든 자신이 키우는 변려견의 사회화를 위해서 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또 주마다 다른 법이 적용되는데 베를린의 경우, 반려견 면허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개를 키우고 싶다고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관련 지식을 시험 봐야 하는 것이다. 이는 준비 없는 자에게 ‘반려인’ 자격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혹자는 반려견 키우는데 무슨 시험까지 필요하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KBS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를 시청하다 보면 강형욱 훈련사가 교육시키기에도 쉽지 않은 반려견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의를 가르치지 않고 예뻐하기만 하다 결국 손주에게 상투 잡힌 할아버지 같은 견주들이 꽤 많다. 반려견에게 무한 사랑을 퍼부을 뿐, 교육은 전무한 상황이 태반이다. 결국 이런 반려인들에게 돌아온 것은 집안 내 개 물림 사고다. 

견주들은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에도 불구하고 훈련에 반발하는 반려견을 보며 안타까워 눈물짓는다. 결코 이해하고 싶지 않은 무책임한 사랑이 아닐 수 없다. 주인을 무는 반려견일진대 타인에게 대단히 위험한 존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왜 인지하지 않는가. 

특단의 조치 없이 개 물림 사고는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반려문화, 이대로는 위험하다. 자격과 매너, 지식 없는 견주와 함께 하는 개는 훌륭할 수 없다.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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