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무한변신]② ‘우체국이야 빵집이야?’…동네 상권을 휩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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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의 무한변신]② ‘우체국이야 빵집이야?’…동네 상권을 휩쓴다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5.27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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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첫 등장 '택배' 서비스, 이젠 '필수' 됐다
편의점 빵은 맛없다?…프리미엄 베이커리 PB 개발
옷 구매·펫보험 가입·홈케어 서비스까지 편의점서 해결
GS25의 '반값 택배'를 통해 고객이 택배를 보내는 모습. 사진제공=GS리테일
GS25의 '반값 택배'를 통해 고객이 택배를 보내는 모습. 사진제공=GS리테일
이제 편의점은 과거 삼각김밥과 컵라면 등 저렴하고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기 위해 방문하던 곳이 아니다. 막 만든 치킨과 핫도그는 물론이고, 집과 자동차도 살 수 있다. 올해 ‘5만 점포’ 시대를 연 편의점 업계는 거미줄처럼 촘촘한 전국 유통망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실험을 펼치는 중이다. 어떤 모습으로, 왜 변하고 있는지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동네 곳곳에 스며든 편의점이 유통 중추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급하게 택배를 보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출출한데 근처 빵집은 문을 닫았을 때, 밤늦게 체하거나 머리가 아플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어김없이 편의점이 떠오른다. 마라도, 백령도 등 도서(島嶼) 지역에서도 원두커피, 신선식품, 택배 발송 등 웬만한 생활 편의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며 ‘만물상’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을 정도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해 유통업체 매출동향 자료에 따르면 오프라인 중심의 대형마트, 백화점,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매출이 모두 감소한 가운데 유일하게 편의점 매출만 증가했다. 온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18.4%나 성장하며 오프라인을 무섭게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만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 

‘필수’된 택배 서비스, 중고 배송에 제격

편의점에서 필수 서비스가 된 ‘택배 배송’은 중고거래 플랫폼 성장과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다. GS25의 지난 달 ‘반값택배’ 이용 건수는 40만 건을 넘기며 지난해 4월보다 6.2배 증가했다. 5월 들어서는 하루 평균 1만5000여 건이 접수되면서 5월 한 달간 이용 건수가 50만 건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 같은 상승세라면 연간 이용 건수가 500만 건을 기록할 가능성도 높다. 

반값택배는 GS25가 2019년 3월 시작한 서비스로, 고객이 GS25 매장에서 택배 발송을 접수하면, 받는 사람이 받고 싶은 지역의 근처 GS25 매장에서 수령하는 방식이다. 편의점 자체 배송 차량을 이용해 점포 간 운송하는 것으로, 일반 택배보다 배송 시간이 조금 더 길지만 대신 택배비가 1600∼2100원으로 저렴해 주로 중고거래 때 이용된다.

실제로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반값택배 포함 OO원에 판매합니다'라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구매자 입장에서도 반값택배가 편리하다. 기존 거래 시에는 택배비를 2500원에서 많게는 무게에 따라 3500원까지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면 반값택배가 등장한 후로는 많이 지불해도 2000원을 넘는 일이 거의 없다. 

CU도 지난해 3월 CU 자체 물류망을 활용해 일반 택배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편의점에 접수해 편의점에 찾아가는 'CU끼리택배' 서비스를 선보였다. GS25 반값택배와 동일하다. 택배비는 1600원에서 최대 2400원으로, 아직 반값택배보다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올 3~4월 이용 건수가 전년 대비 1094.6% 신장했다는 게 CU 관계자의 설명이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업체 중 유일하게 카카오페이를 통한 택배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카카오톡 내 카카오페이 배송 메뉴에서 택배 정보 입력 및 결제 후 접수 바코드와 발송할 택배를 가지고 가까운 세븐일레븐 점포를 방문해 접수하면 된다. 이마트24 역시 앱을 통해 택배를 예약하면 항시 500원을 할인해주는 택배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개인 간 중고거래가 늘어나면서 24시간 소비자가 편한 시간에 방문할 수 있는 편의점 택배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일반 택배보다 배송 시간이 길다고 알려져 있지만 요즘엔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을 늘려 10개 중 7개 이상의 택배를 이틀 안에 배송한다”고 말했다.

CU는 27일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뺑 드 프랑(Pain de franc)’을 론칭했다. 사진제공=BGF리테일
CU는 27일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뺑 드 프랑(Pain de franc)’을 론칭했다. 사진제공=BGF리테일

고급 베이커리 빵집이 따로 없네

그런가 하면 편의점들은 과거 ‘값싼 빵’ 정도로 취급 받던 빵 구색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자체 브랜드(PB) 출시로 가격과 맛을 모두 잡아 ‘고급 빵집’ 이미지로 키워나가겠다는 것.

CU는 27일 베이커리 브랜드 ‘뺑 드 프랑(Pain de franc)’을 출시했다. 뺑 드 프랑은 CU가 준비 기간만 1년을 가진 유럽풍 프리미엄 베이커리다. '유럽의 아침을 만나다'라는 브랜드 슬로건에 걸맞게 밀가루부터 버터, 생크림까지 모두 프랑스산 원재료를 사용했다. 바게트의 경우 프랑스산 생지를 직수입했다. 

이달부터 7월 중순까지 순차적으로 제품이 공개될 예정인데 생크림이 8% 들어간 식빵, 32겹으로 접은 에스프레소 크루아상, 견과류가 흘러 넘칠 듯한 월넛 깜빠뉴, 데워먹는 25㎝ 바게트 등 총 20여 개 품목으로 구성됐다. 그럼에도 가격은 평균 2000원 미만으로 책정해 '가성비'와 '품질' 둘 다 잡겠다는 심산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달 ‘브레다움(Brea;daum)’이라는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를 론칭했다. ‘기본에 충실한 빵 다운 빵을 만듭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탄탄한 품질과 맛을 담은 베이커리를 콘셉트로 국내산부터 해외 유명 원재료 등 고품질의 원재료를 사용했고, 식사 대용 빵부터 간식 빵, 디저트 등 최적의 레시피를 통해 빵 본연의 맛과 특징을 살리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GS25는 베이커리 브랜드를 가장 먼저 내놓은 편의점이다. 지난 1월 선보인 ‘브레디크’는 출시 100일 만에 누계 판매량 510만 개를 돌파했을 정도로 인기다. 덕분에 1월부터 지난 달까지 베이커리 전체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2% 신장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1600원 이상 프리미엄 베이커리 매출이 227% 급증했다.

이처럼 편의점들이 베이커리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멀리 나가기보다 집에서 간단히 빵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빵식(빵+食)’이란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빵이 간식 개념을 넘어 식사 메뉴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밥 대신 빵을 주식으로 먹는 소비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베이커리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웬만한 생활 서비스, 편의점 하나면 충분

편의점은 결제 공공요금 수납, 하이패스 충전, 펫보험, 세탁,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판매 등 과거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생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 

GS25는 최근 ‘패션 공룡’ 무신사와 손잡고 올해 상반기 중 고객이 편의점 GS25에서 현금을 지불하면 무신사 스토어의 패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GS25는 이미 2018년부터 온라인 쇼핑몰 100여 곳과 손잡고 이 같은 현금 결제 대행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이 서비스 이용자의 결제액은 320억 원을 넘었다.

CU는 지난해 7월부터 점포에 있는 택배기기를 통해 펫보험 판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CU가 판매하는 상품은 ‘삼성화재 다이렉트 펫보험’이다. 반려동물의 입원 및 통원 의료비와 수술비를 보장받는다. 반려동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배상책임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삼성화재 지점에서 오프라인으로 가입할 때보다 보험료가 10%가량 싼 게 특징이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 보험 등 금융권은 보수적인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주 소비층이 된 MZ세대에 친근함을 주고자 편의점에 컬래버레이션 제안을 많이 하고 있다”며 “요즘 트렌드가 뭔지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곳이 바로 편의점”이라고 말했다. 

또 세븐일레븐은 지난 3월 홈케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홈케어 서비스는 롯데하이마트 전문 CS마스터가 전문 클리닝 장비를 갖추고 고객 댁에 방문해 가전·침구 등을 관리해주는 토탈 케어 서비스로, 전국 1만 여개 세븐일레븐 매장에 방문해 간편하게 서비스를 신청 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홈케어 서비스는 전국 세븐일레븐 매장 내 결제 POS기 화면 디지털 홍보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비스 품목은 에어컨, 냉장고, 김치냉장고, 주방후드 등 11가지다. 이용 금액은 4만 원대부터 2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최근 위생과 청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더 많은 사람이 가전과 주거공간을 전문적으로 관리 받도록 돕고자 하이마트와 힘을 합쳤다는 게 세븐일레븐 측 설명이다. 

편의점은 이용자 대부분이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 1981~2000년대생)로, 새로운 서비스·제품에 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이들의 취향에 맞춰 신상품과 새로운 서비스를 빠르게 출시하며 유통업계 트렌드를 이끌어 나간다. 일례로 지난 2017년부터 실시했던 편의점 택배는 현재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서비스가 됐다. 하지만 휴대폰 배터리 충전 서비스의 경우, 보조 배터리 충전기가 나오면서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나 충전할 수 있게 되자 사라졌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처럼 24시간 열려 있고 소비자 가까이 위치해 있는 채널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판매하는 것도, 상비약을 판매하는 것도 편의점 만의 강점이 워낙 두드러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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