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갈등 속 중국에 무릎꿇는 '테슬라·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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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갈등 속 중국에 무릎꿇는 '테슬라·애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5.26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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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중국에 데이터 센터 건립
앞서 애플 역시 데이터센터 관리 권한 중국에 넘겨 
NYT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의 단절 보여줘"
애플에 이어 테슬라까지 중국의 데이터 요구에 무릎을 꿇었다. 사진=연합뉴스
애플에 이어 테슬라까지 중국의 데이터 요구에 무릎을 꿇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중국에 데이터 센터를 건립했다. 중국 판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테슬라가 결국 중국에 무릎을 꿇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서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 역시 현지 데이터센터 정보관리 권한을 중국 당국에 넘긴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중국이 '영향력'을 앞세워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테슬라, 중국에 데이터센터 설립...앞서 애플도 같은 행보

25일(이하 현지시간) 테슬라는 중국판 트위터로도 알려진 웨이보를 통해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테슬라는 현지 데이터센터 설립을 밝히며 "중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중국 현지에 저장되고, 테슬라 차주에게 차량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중국 전역으로 데이터 센터 네트워크를 추가할 예정"이라며 "중국 내 데이터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테슬라 차량이 내부 탑재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주변의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위치를 노출시킨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일부 정부 건물에 테슬라 차량의 주차를 금지하는 조처를 내린 바 있다. 

당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는 결코 스파이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중국 내에 데이터센터를 설립, 사실상 중국 정부에 굴복했다. 

중국은 2017년부터 사이버보안법을 시행하고 있는데, 해당 법안은 중국 내에서 수집된 개인 및 기타 민감 정보들을 자국 내 서버에서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애플 역시 이 규정에 무릎을 꿇은 바 있다. 

지난 1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애플은 다음달까지 완공하려는 중국 구이양(貴陽) 및 네이멍구(内蒙古) 자치구의 데이터센터의 관리 권한을 중국 정부에 넘겨줬다. 

애플은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아이클라우드에 고객 데이터를 암호화해 보관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는 이를 해제할 수 있는 디지털키를 중국에 넘길 것을 요구했다.

중국의 계속되는 압박에 애플은 결국 데이터에 대한 법적 소유권과, 암호화된 데이터를 풀 수 있는 디지털키를 중국에 넘겼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 언론에 따르면, 중국의 사이버보안법이 시행되기 3년전만 해도 애플은 아이클라우드 데이터를 중국 당국에 제공한 적이 없고, 중국 정부가 데이터를 요청한 42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국 사이버보안법 시행 이후에는 9건의 아이클라우드 데이터를 중국에 제공했으며, 중국 정부의 데이터 요청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도 3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5만여개의 앱이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도 중국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구글은 앞서 지난 2017년 중국 시장용 검색 엔진 프로젝트인 '드래곤플라이(Dragonfly)' 개발에 착수했다. 드래곤플라이는 중국 당국의 검열에 맞춘 엔진으로, 중국인들의 개인 정보나 검색 정보, 행동 등을 수집한다.

당시 수집된 개인 정보와 데이터들이 중국 당국에 제공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자 구글은 드래곤플라이 개발을 중단할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이후 일부 언론에서는 중국이 해당 프로젝트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 영향력 무기로 과도한 요구 지속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당국의 과도한 요구에 잇달아 굴복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중국은 테슬라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테슬라 자동차 4대 중 1대가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테슬라의 중국 내 판매는 2만5845대로, 3월 사상 최고치(3만5478대)에서 다소 줄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에게 있어 중국은 여전히 주력 시장이다.

지난해 테슬라의 글로벌 신차 판매 50만대 가운데 30%가 중국 시장에서 나왔으며, 올 1분기 중국 판매 대수도 약 6만9000대로, 미국 시장과 맞먹는 규모를 차지한 바 있다. 

애플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애플은 현재 거의 모든 제품을 중국에서 조립하고 있으며, 중국 지역의 매출이 전체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NYT는 "아마도 애플은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애플이 중국 없이는 살 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절제된 표현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당국의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미국과 중국의 깊어지는 갈등 속에서도 굴지의 기업들이 중국에 굴복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뉴욕포스트는 "중국 당국은 글로벌 기업들과 다른 나라들이 중국 시장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을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의 동떨어진 움직임이 기업들에게도, 미 정부에게도 숙제가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업가들이 세계 최대 시장에서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달래는 조치를 내놓을수록 정치인들에게는 중국을 상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모두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애플 등 기업들에 대한 중국의 '구애'는 워싱턴의 정치인들과 미국의 기업인들 사이의 단절을 잘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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