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원자재에 칼 뽑아든 중국...시장 향방은?
상태바
이번엔 원자재에 칼 뽑아든 중국...시장 향방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5.25 1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中 "원자재 투기 및 사재기 무관용 원칙 적용" 경고
고공행진 펼치던 원자재 가격 하락세로 방향 틀어
전문가들 "중국 영향력 그리 크지 않을 듯"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중국 당국이 칼을 꺼내들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중국 당국이 칼을 꺼내들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중국 당국이 원자재 시장을 겨냥했다.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펼치자 이를 억제하기 위해 투기 및 사재기 등에 대해 강력한 단속에 나설 것임을 경고한 것이다. 

원자재 시장의 큰 손인 중국 당국의 경고가 원자재 가격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中 "원자재 투기 및 사재기 무관용 원칙 적용"

지난 24일 중국 경제발전 계획 총괄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원자재 현물 및 선물 시장의 독점 행위와 투기, 사재기 등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원자재 시장이 강세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주시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시사해왔으나, '무관용 원칙'을 언급하며 강력하게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이 강력한 목소리를 낸 것은 최근 원자재 시장이 '슈퍼 사이클'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격이 폭등한 탓이다. 

실제로 철광석 가격의 경우 지난해 4월 톤당 80달러에서 지난주에는 사상 최고 수준인 233.1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불과 1년만에 약 3배 가까이 가격이 뛴 것이다. 

구리 역시 2020년 4월 톤당 4000달러 수준에서 이달 초에는 톤당 1만달러를 넘어섰다. 

이같은 원자재 가격의 랠리에는 중국의 빠른 경제회복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구리부터 면화까지 다양한 원자재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중국의 엄청난 수요가 원자재 가격 폭등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펼치자 중국 당국은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를 피력하기 시작했다. 원자재 가격의 대폭적인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고, 이것이 중국의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로 연결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의 경고는 원자재 가격의 폭등이 오히려 중국과, 다른 국가들의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전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며 원자재 시장에 투자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경우 제조업체들 역시 비용압박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는 것.

이는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것은 다시 소비를 둔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중국 당국의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납득이 된다. 앞서 발표된 중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6.8%로 3년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6.5%)와 전월 상승률(4.4%)를 모두 웃돌았다. 

PPI는 원자재 가격와 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 등을 반영해 산출하는 지표로, PPI가 강하게 반등했다는 것은 중국의 경기회복과 동시에 인플레이션 우려를 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몇주간 원자재에 대한 정책 입안자들의 비상한 관심이 있었다"며 "중국의 4월 PPI가 3년여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이것이 오히려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되거나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고 전했다.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중국 당국이 투기 세력, 혹은 사재기 세력에 대해 날카로운 칼을 들이민 것은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뱅크오브차이나인터내셔널(BOCI)의 에밀리아 사오푸 글로벌 상품전략 책임자는 "투기세력에게는 좋지 않겠지만, 세계 전반적으로는 좋은 소식이 될 것"이라며 "물가는 더 차분해지고 과도한 랠리도 쉬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AFR통신은 중국 정부의 경고가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은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는데, 이 역시 중국 당국의 경고를 염두에 두고 수요가 위축된 영향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톤당 1만달러를 넘어섰던 구리 가격은 지난 24일 기준 9864달러로 하락했는데, 구리 가격이 1만달러를 하회한 것은 지난 5일 이후 약 3주만에 처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다롄(大連)상품거래소에서 철광석 가격은 이달 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거의 20% 하락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 규제 영향력 크지 않을 것"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의 칼날이 원자재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이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 세계적인 경기회복 아래 수요가 상당히 강력한 만큼 가격이 큰 타격을 받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래리 후 맥쿼리그룹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에는 원자재 가격이 중국의 흐름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도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이 중국보다 훨씬 더 큰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고, 전반적인 수요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중국에 좌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역시 과도한 개입에 나설 경우 오히려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의견도 냈다.

현재의 투기 및 사재기 세력을 단속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그들은 아마도 급격한 정책 변화로 인해 오랫동안 기다려온 그들의 회복세를 멈추게 하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인 맥스 레이튼 역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구리 등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중국이 단지 원자재 가격 폭등세를 제한하기 위해 성장 속도를 늦출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비단 중국의 규제 강화 뿐만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 등 여전히 불확실한 요인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조선·해운 매체인 헬레닉쉬핑뉴스는 "원자재 시장에는 불확실하고 가변적인 요인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지속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의 행보를 살펴보거나 중국 당국의 언급에 주목하면서 매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