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대] ③ "생태계는 혼자 만들 수 없어...민관·업종간 협업이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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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시대] ③ "생태계는 혼자 만들 수 없어...민관·업종간 협업이 해답"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5.24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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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얼라이언스, XR수요·공급 기업과 디바이스기업까지 참가
미국·중국 빅테크 플랫폼 선점에 맞서 국내 기업간 연합
'닭과 달걀' 논쟁 끝낼 수 있는 기회
의료·자동체 제작 등 다양한 산업분야로 시장 확대 기대
현대차 그룹은 자동체 설계 단계에 VR 기술을 적용했다. 사진=현대차그룹
가상·초월(meta)과 세계·우주(universe)의 결합을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가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이 등장한 후 IT업계는 플랫폼 경쟁에서 밀리면 종속될 수밖에 없음을 경험했다. 차세대 플랫폼 주도권 확보를 위해 미국과 중국의 IT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가오는 메타버스 시대, 하드웨어부터 플랫폼,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메타버스 시장의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준비 중인 한국 기업을 3편에 걸쳐 분석한다. [편집자주]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뭐가 먼저냐의 문제가 아니라 다 같이 나와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최근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의 사업취지를 설명하며 이번 기회에 ‘닭과 달걀’ 논쟁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메타버스가 주목받기에 앞서 AR(증강현실)·VR(가상현실)기술이 먼저 주목받았다. 지난 몇년간 성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잇따랐지만 막상 AR과 VR 사업으로 수익을 내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메타버스 업계 한 관계자는 24일 “지난 몇년간 통신3사에서는 연말에 사업계획과 연초 사업 목표에 AR·VR 사업을 다루며 본격적인 시장 성장을 기대했지만 시장 볼륨(규모)이 생각보다 빠르게 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통신업계와 콘텐츠 업계 사이에서 ‘닭과 달걀 논쟁’도 반복됐다. 

5G인프라가 완성돼야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그 위에서 킬러앱이 탄생한다는 게 콘텐츠 업계의 주장이다.  

통신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이통3사는 2022년까지 최대 25조 7000억원을 투자해 전국에 5G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15조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했다. 

여기에 현재 구축 중인 3.5㎓에 더해 소위 ‘진짜 5G’라 불리는 ‘28㎓’ 대역 5G 구축은 아직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하지도 않는데 시민사회계를 중심으로 5G품질 대비 통신비가 높다는 지적도 계속되면서 이통3사 입장은 난처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킬러앱이 먼저 등장해야 5G 전환이 수월하다는 통신사 입장도 일리가 있다”며 “지금 수조원을 더 투자해 5G를 빠르게 구축해도 여기서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상황인데 통신사에게 부담만 강요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용하는 인터넷 서비스의 거의 모든 부분이 4G에서도 원활히 이용이 가능하다. 한국은 4G인프라가 전국에 거의 완벽하게 구축돼 있다. AR·VR 등 5G 특화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수조원의 투자비용과 유지비용을 이통3사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반대로 '포켓몬고'와 같이 전국민이 필요성을 느끼는 킬러앱이 등장하면 자연스럽게 높은 통신비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다. 가입자 증가에 따라 5G망 투자 비용 마련의 부담도 덜게 된다.  

메타버스 고속도로 위에 우리차 달려야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 유관기관이 함께 만든 ‘메타버스 얼라이언스’가 등장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현재 주도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 등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생태계 자체를 같이 구성해보자는 의도”라며 “기업들의 참여 의향 안내조사를 받아서 유사한 비즈니스를 묶어서 프로젝트 그룹을 꾸릴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여러 기업이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할 수도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는 AR·VR 등 확장현실(XR) 수요·공급 기업, 통신3사, 공중파 3사와 EBS, MBN, CJ ENM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롯데월드, 분당서울대병원, 라온텍·맥스트·버넥트 등 디바이스 기업까지 참여했다. 

미국과 중국의 IT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나서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특정 기업의 성과로만 시장을 형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국내 기업들이 연합체를 구성한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중심 역할을 할 VR·AR 시장이 2030년경에는 1조5429억 달러(약 174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플랫폼 내부 아이템 등을 거래하면서 발생하는 수입과 5G 장비 등 인프라 구축 비용, 관련 디바이스 등을 더하면 메타버스 관련 시장 규모는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연합체를 통해 메타버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의 투자 부담도 줄일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의 경우 퀄컴과 중국 차이나텔레콤, 캐나다 벨, 일본 KDDI 등 통신기업과 함께 ‘XR얼라이언스’를 구성한 바 있다. 5G 콘텐츠를 제작해 각국의 통신사가 유통하는 연합체다. 

최근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와 협력해 3D VR로 '국제 우주 정거장'의 모습을 담은 콘텐츠를 제작해 공개했다. 25분 길이의 이 콘텐츠 제작 비용은 우리 돈 10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퀄리티 높은 XR콘텐츠는 각국의 1위 통신 사업자도 단독으로 투자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비용이 든다”며 “그렇게 투자해도 수익을 회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얼라이언스를 구성해 시장 크기를 키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이 참여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통해 콘텐츠 제작·플랫폼 구축 등에 필요한 투자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특히 이통3사는 AR·VR 플랫폼을 운영 중인 상황에서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도 담당하고 있다.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이 함께 협의체에 참여한 상황에서 5G망과 콘텐츠와의 선후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병원· 자동차 제작까지 아우르는 메타버스

게임사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넘어 병원과 자동차 제작 등 메타버스를 적용할 수 있는 산업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참여한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향후 사업 계획과 진행 방향을 추측해 볼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참여한다는 사실 이상의 추가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2019년부터 자동차 개발 과정에 VR 기술을 적용한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운영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조공정의 효율화를 위해 메타버스 기술 적용을 늘릴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그룹는 경기도 화성시 남양기술연구소에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중 VR을 활용한 디자인 품평장과 설계 검증 시스템을 갖췄다.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는 과거 신규 자동차 개발 콘셉트 설정 단계에서 디자인 모델을 일일이 실물로 제작하는 자원소모를 대폭 줄였다. 대신 콘셉트를 설정하는 단계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해 가상으로 차량 모델을 구성한다. 설계 단계 이전에 VR로 구현한 가상 차량 모델을 바탕으로 시장 검증을 거치고 고객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차·기아차에 따르면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연구개발 전 과정에 완전 도입할 경우 신차개발 기간은 약 20%, 개발 비용은 연간 15% 정도 줄일 수 있다.

AR 기술을 활용하면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운전 중 필요한 정보를 표시할 수 있다. 사진=LG전자 

차량 전면 유리에 내비게이션과 이정표, 도로 위 노면 표시 등 운전 중 필요한 정보를 AR 기술을 활용해 표시해주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 기술도 현대차가 관심을 가질 분야다.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척추분야 연구팀은 AR 기술을 적용한 척추수술 플랫폼을 개발하기도 했다.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기술 플랫폼을 활용한 '라이브 서저리(Live Surgery)'를 진행하며 새로운 비대면 의료 교육 방식을 선보이는 등 의료 분야에 메타버스 기술 적용을 연구 중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일단은 시장이 어떻게 재편되고 어떻게 형성될지는 누구도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이 각자 분야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로 정보를 소통하고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면서 사업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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