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원짜리 빙수에 야외 수영장 요가까지…호텔업계 “MZ세대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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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원짜리 빙수에 야외 수영장 요가까지…호텔업계 “MZ세대 잡아라”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5.21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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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수 가격 6만8000원…웨이팅 2시간까지
젊은 호캉스족 겨냥한 ‘수영장+요가’ 프로그램
1000만원짜리 ‘한 달 살기’도 팔렸다
트렌드 ‘스몰 럭셔리’…MZ세대에겐 ‘문화’
시그니엘 서울의 30박 장기 투숙 상품 구매시 숙박 가능한 프리미어룸. 사진제공=롯데호텔
시그니엘 서울의 30박 장기 투숙 상품 구매시 숙박 가능한 프리미어룸. 사진제공=롯데호텔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아직 풀리지 않은 하늘길과 예년보다 빨라진 더위에 국내 여행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호텔들이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 1981~2000년대생)를 겨냥하기 위해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에 집중하고 있다. 6만 원이 넘는 프리미엄 빙수부터 야외 수영장에서 요가하기, 한 달 살기 등 이색 프로모션이 속속 등장했다. 

‘애망빙’ 6만8000원…줄서서 먹는다

‘애망빙’ 애플망고빙수의 줄임말로, 인스타그램에 ‘애플망고빙수’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5월(21일 기준)에만 300개가 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2011년 신라호텔이 출시한 애플망고빙수는 제주산 애플망고 1개 반~2개가 한 그릇에 통째로 들어가는 신라호텔의 시그니처 메뉴다. 

지금은 개인 카페부터 프렌차이즈 카페, 호텔까지 다양한 곳에서 애플망고빙수를 판매하고 있지만 신라호텔이 ‘애망빙(애플망고빙수의 줄임말)’의 원조라고 불린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게시물에도 신라호텔의 ‘애망빙’ 사진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지난 4월부터 판매되고 있는 애플망고빙수는 지난해보다 5000원이 오른 6만4000원이지만 한 번 먹기 위해선 최대 2시간까지 줄서야 한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판매되지 않아 평일에도 호텔 라운지 ‘더 라이브러리’ 로비는 ‘애망빙’을 먹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롯데호텔도 올해 망고빙수를 대표 메뉴로 선보였다. 미슐랭 3스타 셰프가 개발한 망고빙수는 코코넛 과육을 갈아 만든 얼음과 망고를 담았다. 이밖에도 멜론 과육을 갈아 넣은 얼음에 자몽 셔벗·멜론·민트 잎을 올린 멜론 자몽 빙수, 요거트를 넣은 우유 얼음에 파인애플과 셔벗을 올린 밀크 파인애플빙수를 함께 선보였다. 가격은 시그니엘 서울은 5만2000원부터, 시그니엘 부산은 4만원부터다.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서울이 최근 판매를 시작한 ‘제주 애플망고빙수’는 6만8000원으로,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보다도 4000원이 비싸다. 포시즌스호텔 관계자는 “올해부터 최상급 제주산 애플망고를 사용하면서 가격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사실 호텔에서 판매하는 빙수는 높은 가격에 비해 이윤이 많이 남지 않는다. 과일도 냉동이 아닌 냉장으로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하며, 고급스러운 맛을 위해 최고급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신라호텔 '애망빙'의 원재료값은 판매가의 75% 수준이다. 

제주신라호텔이 판매하는 애플망고빙수. 사진제공=호텔신라
제주신라호텔이 판매하는 애플망고빙수. 사진제공=호텔신라

그럼에도 호텔들이 비싼 빙수를 계속 판매하는 이유는 ‘스몰 럭셔리’를 즐기는 20~30대 젊은 고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디저트나 명품 소품류, 니치향수 등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프리미엄 제품이나 서비스를 누리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것에 익숙하고, 이를 SNS에 공유하며 만족감을 얻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 교수는 “MZ세대들은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하나의 문화로 삼기 때문에 ‘스몰 럭셔리’를 경험하고 이를 SNS에 올리는 일종의 놀이다”며 “값비싸고 예쁘게 생긴 빙수는 소위 사진 찍기 좋은 아이템이라 가격이 높아져도 젊은층은 계속 지갑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색 마케팅에 소비자 지갑 ‘활짝’

그런가 하면 서울신라호텔은 야외 수영장에서 요가를 배울 수 있는 이색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물 위에서 중심을 잡으며 요가 동작을 수행는 '플로팅 요가'는 서울신라호텔이 지난해 처음 선보인 레저 프로그램이다. 아침 햇살을 즐기는 동시에 물 위에서 칼로리 소모가 높은 요가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단 설명에 특히 젊은 호캉스족에게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하이엔드 스윔&리조트웨어 브랜드 ‘빌보콰’와 협업했다. 해당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마카롱과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가스 비주(Gas Bijoux)’와 함께 만든 팔찌를 주는 등 요가 프로그램을 마친 투숙객들에게 선물을 제공한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지난해 5월 레저 고객 비중이 전체 예약의 90%를 차지했을 만큼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올해도 기대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장기화에 지쳐 비교적 방역과 위생에 안전하다고 느끼는 호텔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호텔들이 일제히 장기투숙 상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이 12월 31일까지 최대 4인까지 투숙할 수 있는 ‘한 달 살기’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사진제공=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이 12월 31일까지 최대 4인까지 투숙할 수 있는 ‘한 달 살기’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사진제공=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롯데호텔 서울은 지난달 15일부터 ‘서울 시내 특급호텔에서의 한 달 살기’를 콘셉트로 한 장기 생활 상품 ‘원스 인 어 라이프’를 선보였다. 7월15일까지 이용 가능한 이 상품은 메인 타워 객실 30박 요금이 340만 원으로 1박당 11만3000원 꼴이다. 언뜻 보면 비싼 가격이지만 비수기인 3월 평일 1박 요금(19만 원선) 및 주말 요금(23만 원선) 대비 절반 수준이다. 첫 주에만 20건 이상이 팔렸다. 

예상보다 반응이 좋자 호텔롯데는 지난 3월 말 롯데호텔의 럭셔리 브랜드 시그니엘 서울에서 한 달 살기 패키지도 선보였는데, 최근까지 5건 정도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당 1000만 원이 넘는 초고가지만 실제 판매됐을 뿐만 아니라 문의도 잇따를 만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호텔 또한 연말까지 한 달 살기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가격은 300만 원 수준으로, 호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레스토랑, 미팅룸, 루프탑 바 등 대부분의 부대시설을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원래 한 달 살기 같은 ‘장박’ 프로모션은 제주도에 있는 호텔에서 처음 나왔다. 여행지로 즐겨찾는 곳인 만큼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은퇴자나 장기여행족을 겨냥한 상품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호텔 이용 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서울 시내 5성급 호텔들도 이색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원격·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호텔을 새로운 업무 공간으로 활용하는 ‘재텔근무(호텔과 재택근무의 합성어)’ 수요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호텔 한 달 살기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호텔의 장기 투숙은 다양한 편의시설을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행의 기분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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