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못 찾는다고?...직장인들 성지된 ’블라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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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못 찾는다고?...직장인들 성지된 ’블라인드’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5.1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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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에 글 올린 LH직원 특정 못해
대기업 회장·간부 등에 대한 글도 버젓이 올라와
"블라인드에는 일부 불만이 과장되는 측면도"
노조 신뢰하지 않는 MZ세대 직원들도 블라인드로
익명성을 기반으로한 직장인 앱 블라인드의 이용자가 지난 6개월간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사진=블라인드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사실 블라인드에 있는 글이 외부에 공개되면서 최근에 곤란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최근 국내 반도체 기업의 한 홍보 담당자는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때문에 대처하기 곤란한 이슈가 외부에 공개되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 회사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블라인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팀블라인드’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다. 회사 메일이나 명함 등 소속을 인증하면 익명으로 가입해 활동할 수 있다. 경찰청, 공무원, 공공기관부터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에 치과의사, 한의사 등 개인사업자도 가입이 가능하다. 

블라인드 운영사 팀블라인드는 18일 3700만달러(약 416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블라인드의 최근 성장세에 대규모 투자가 더해져 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라인드 가입자 500만명 중 70%가량이 한국인으로 알려져 있다. 350만명의 국내 직장인이 블라인드를 이용하는 셈이다. 

블라인드의 강점은 ‘익명성’으로 꼽힌다. 최근 여론의 공분을 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에서도 블라인드의 익명성은 증명됐다. 

블라인드에 글을 올려 공분을 한 LH직원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블라인드 캡처
블라인드에 글을 올려 공분을 한 LH직원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블라인드 캡처

관련 언론 보도 후 LH본사 건물 앞에서 진행한 항의집회에 대해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조롱성 발언이 인터넷에 퍼졌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저희 본부엔 동자동 재개발 반대시위함. 근데 28층이라 하나도 안 들림 개꿀"이라는 메시지를 남긴 화면이 공개됐고, 블라인드 앱에는 “꼬우면 LH로 이직하든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업계에 따르면 LH감사실은 이날 카카오톡에 메시지를 남긴 A씨를 특정해 해임조치를 요청했다. 익명으로 메시지를 쓴 오픈채팅방이라 하더라도 카카오톡에 기록이 남아 있어 추적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꼬우면 LH로 이직하든가”라는 글을 블라인드에 올린 직원은 아직 특정하지 못했다. LH측은 직원으로 추정되는 글쓴이를 명예훼손·신용훼손·모욕 등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팀블라인드를 압수수색했으나 IP등 특정할 수 있는 자료를 발견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인드는 회원 데이터를 비공개 처리하는 특허를 가지고 있다. 운영사인 팀블라인드 조차도 회원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조차 LH직원을 특정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경찰이 익명성을 인증해줬다”는 글 등이 올라오며 안심(?)하는 분위기다. 

지난 2014년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역시 블라인드를 통해 알려졌다. 이후 블라인드는 직장인들이 회사 내부의 소식을 외부로 알리는 창구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도 “탈모가 있는 모기업 회장을 내부 직원들이 타코(문어)라고 부른다”, “사내 사업부 임원 결혼식 축하 공연을 위해 직원들이 회사돈으로 단체복을 맞춰 입었다” 등 익명성 없이는 이야기하기 힘든 글들이 매일 같이 올라온다. 

최근 성과급 지급 문제로 노사갈등을 겪은 한 대기업 관계자는 “블라인드에는 회사 전체 분위기가 아닌 일부의 불만이 과장되는 측면도 있다”며 “익명성이 강하다보니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도 바로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의 계열사에 재직 중인 A씨(29세)는 “노조가 있어도 젊은 직원들은 노조 자체를 크게 의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블라인드는 불만을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젊은 직장인들 위주로 익명 소통이 활성화되면서 모바일 데이터 분석 기업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블라인드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최근 6개월간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을 합한 이용자 수가 112만3875명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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