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송영길의 ‘당주도의 당청관계’가 성공하려면
상태바
[채진원 칼럼] 송영길의 ‘당주도의 당청관계’가 성공하려면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교수
  • 승인 2021.05.16 0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영길의 민주당, 청와대와 차별화 택할까
문재인의 당정청 원팀 노선 vs 노무현의 당정 분리론
대통령제의 내각제적 운영 '모순'...근본적인 정치개혁 단행해야
'당 총재의 공천관행’ 대신 국민참여경선제 법제화해야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5월 6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방명록에 “대통령님의 말씀을 새겨 민주당을 살아있는 당으로 발전시키겠습니다”라는 발언문을 남겼다. 

그리고 송 대표는 지난 11일 재선의원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청와대에 여당 의원들이 휘둘리는 것을 바꾸고, 당 중심 대선을 만들겠다”고 작심발언을 했다. 그는 “국회의원 180여 명을 놓고 청와대 정책실장이 강의하듯 하는 것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의원들이 대통령실장을 앞에 놓고 정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청관계 재정립" 선언한 송영길 대표

‘당 중심의 당청관계 재정립’을 공약했던 송영길 대표의 리더십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송 대표가 연일 강조해왔던 ‘당 중심의 당청관계 재정립’노선이 대통령과 청와대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는 권력의 관성과 당내외의 상황을 볼 때, 그 실현가능성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현실 때문이다.

이런 관성의 작동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개각에 따른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도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이 실패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세 후보자(임혜숙, 박준영, 노형욱)에 대해 애착을 보였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11일 후보자 3인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14일까지 재송부할 것을 강행했다.

‘당 중심’을 강조한 송 대표는 후보자 3인에 대한 임명 강행 의지를 내비친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뒷받침해야 할지, 아니면 당청갈등을 각오하면서 청와대와 차별화에 나서야 하는지 대해 딜레마에 빠졌다. 송 대표는 충돌하는 대통령과 자신의 명분사이에서 적절한 대처방안을 찾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즉, 레임덕을 막기 위해서는 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원칙대로 가결되어야 한다고 보는 대통령의 명분과 4·7재보선의 패배는 청와대에 당이 끌려가는 당청관계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에 오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당 중심의 당청관계 재정립’과 민심수용이 필요하다고 보는 자신의 명분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지난 5월 8일 이철희 정무수석과 비공개로 만난 송영길 대표는 “세 명 모두 다 임명은 곤란하다”는 의견을 전했고, 이것은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결국 당청간에 치열한 물밑교섭의 결과,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것으로 당청갈등이 봉합됐다. 송 대표의 ‘민심 수용’기류가 부분적으로나마 관철되면서도, 청와대 역시 야당의 ‘낙마 1순위’였던 임혜숙 후보자를 지켜냄으로써 당청이 동시에 ‘체면치레’를 하는 것으로 종결됐다.  

그렇다면, 이번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첫 번째 시험대에 올랐던 송 대표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여러 견해가 있겠지만 당청갈등과 내부균열속에서 외로운 줄타기를 하며 가까스로 체면치레를 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로 보는 게 적절하다.

‘절반의 성공’으로 보는 이유는 “최소 1명 이상 낙마” 기류가 강했던 민주당의 의견을 문재인 대통령이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고, 반면 ‘절반의 실패’라고 보는 이유는 송 대표가 강조했던 “당이 주도하는 당·청 관계”라는 변화를 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의원총회와 당내 초선 의원들의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을 뿐, 대표로서 자신이 약속한 각오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그는 대통령의 입장을 편향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친문성향의 의원들에 대해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왼쪽)와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왼쪽)와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당청 갈등 예고...벌어지는 틈

그렇다면 인사청문회 이후 당청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부동산 정책 변화를 놓고 당청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청와대는 기존의 정책기조를 지키려고 하는 반면 당은 오는 대선을 의식하여 정책완화를 생각하고 있다. 14일 민주당 신임 지도부와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송영길 대표의 발언 차이는 본격적인 정책기조를 놓고 당청갈등의 긴장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이 되면 정부와 여당 간의 틈이 벌어지기도 하고, 또 당도 선거를 앞둔 그런 경쟁 때문에 분열된 모습을 보였던 것이 과거 정당의 역사였다”며 “우리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기에 송영길 대표는 “우리 당이 내년 3월 9일 대선에서 다시 국민으로부터 신임을 받아야 문 대통령이 성공하는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앞으로 모든 정책에 당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화답했다. 

당청관계를 다르게 바라보는 두 사람의 언급을 보면, 쉽게 타협할 수 없는 긴장을 감지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역대 정권 임기 말과 다른 당·정·청 관계를 희망하고 있지만 송 대표는 당이 당청관계를 주도해야 한다는 뜻을 일관되게 비쳤다는 점에서 당청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이 송 대표를 흔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불필요한 당청갈등을 줄이고 바람직한 당정관계의 정립을 위해 송영길 대표와 청와대가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당정청 일체의 원팀 노선' 문제없나

우선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취하고 있는 국정운영 노선이 과연 삼권분립의 대통령제에 부합하는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껏 문 대통령이 보여준 국정운영 노선은 ‘당·정·청 일체의 원팀’노선이다. ‘당·정·청 일체의 원팀’노선은 내각제처럼 당정이 하나로 융합되면서 당 총제가 ‘수상’이 되어 삼권분립의 대통령을 대신하는 노선을 말한다. 여기서 ‘내각제 수상’의 역할은 정권을 잡은 한 정파의 대표라는 점에서 ‘삼권분립의 대통령’이 추구하는, 한 국가의 대표나 전체 국민의 대표를 상징하는 것과 다르다.  

이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야당에 맞서는, ‘집권여당의 내각제 운영 노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노선은 입법부의 다수파인 여당과 행정부가 한 팀이 돼서 입법독주와 집행독주에 나서게 하고, 야당은 이에 맞서 “통법부”, “입법 독재”, “제왕적 통치”라고 반발하면서 정부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는 파행적인 악순환 구조를 양산하는 노선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왜 삼권분립의 대통령제를 ‘당·정·청 일체의 원팀’노선으로, 내각제수상처럼 운영하는 것을 고집하는 것일까?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와 참여정부의 ‘당정분리론’이 실패했다고 오해하고 있는 탓에 ‘당·정·청 일체의 원팀 노선’을 확고하게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1일 청와대에 당·정·청 협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정책실장을 부활하기로 하면서 후보 시절부터 언급해 온 ‘당·청 일체의 원팀 노선’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거기서 문 대통령은 “‘당·청 분리’를 표방한 참여정부에서 내부 갈등이 극심했다”면서 “이것을 반면교사 삼아 당과 함께 일체감 있는 국정운영을 이끌어갈 것”을 제안했었다. 

노무현의 당정분리론, 당청 갈등 불렀나

그렇다면 이어서 문재인 대통령과 비교되는 당청관계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노선(당정분리론, 원내정당화, 국민경선제, 수평적인 당·정·청 거버넌스론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의 ‘당·정·청 일체론’은 노 전 대통령의 ‘당정분리론’과 다른 것이 특징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1월 18일 양당 총무와 만나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와 관련해 ‘당정분리론’의 취지에 대해 언급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과거엔 대통령이 정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하려 했으나 이젠 당정분리가 됐고, 정당과 국회도 자율성이 강화돼야 한다. 주요 국정이 국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대통령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대통령의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6월27일 ‘열린우리당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당정분리론의 혼란에 따른 재검토 주장에 대해 “대통령과 당의 분리는 대통령이 임의로 만든 것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 따라 만든 것이고, 이미 당헌·당규로 제도화돼 있다. 누구도 함부로 돌이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노 전 대통령은 당정분리론을 통해 청와대와 집권당 간에 수평적 관계가 구축되면서 겸손한 권력을 만들고자 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당·정·청 일체의 원팀 노선’을 선택했는데, 이는 노 전 대통령의 시각에서 보면 ‘퇴행적 노선’에 해당한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집권당의 당론과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하면서 집권당과 입법부를 수직적으로 지배하는 상태로의 회귀이기 때문이다. 

이런 회귀 속에서 여당 지도부는 ‘강제 당론제’를 통해 의원 자율성을 억압할 수밖에 없고, 다양성을 상실한 의원들은 입법부가 아닌 통법부(通法府)의 거수기 역할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국정운영방식은 여당의 오만과 독주로 시작해 야당과 극한 갈등을 빚다가 레임덕의 함정에 빠져 허덕이다 끝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최후통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당청 관계 재정립을 위해 필요한 방법들

결론적으로 송영길 대표의 ‘당 주도의 당청관계 재정립’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어서 송 대표의 말대로 민주당을 ‘살아있는 당’으로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한 ‘당·정·청 일체의 내각제 원팀’ 방식의 국정운영 노선에서 벗어나서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한 대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서로를 견제하는 ‘삼권분립의 대통령제에 부합하는 거버넌스적’ 방식으로 국정운영과 당정관계 노선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쇄신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첫째, ‘원팀’이란 용어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원팀’이란 용어가 다양성과 차이 및 이견을 억압하고 동질성을 강조하는 전제주의나 집단주의 논리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당 내부의 이견과 차이를 충분히 드러내고 토론할 때 진정한 통합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청와대를 대변하는 당 지도부 중심의 강제적인 당론제도를 폐지하고, 의원들의 자율성 제고에 따른 정당간 교차투표가 가능하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 당론에 구속받는 ‘청와대 중심의 일하는 국회’를 넘어 ‘여야가 토론하며 협치하는 국회’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원 자율성 회복’과 ‘교차투표’가 허용되는 ‘원내정당화’가 급선무다. 

둘째, ‘삼권분립의 대통령제 아래서의 내각제적 운영 모순’을 멈추게 하는 근본적인 정치개혁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권력융합을 연결시키는 매개고리인 ‘당 총재의 하향식 계파공천’방식부터 개혁해야 한다. 

당 총재직은 사라졌지만 실질적인 당 총재로서 대통령의 공천권과 인사권 권력은 아직도 작동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한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거나 최소화도록 ‘국회법’을 개정하고, 청와대와 행정부 관료 출신을 공천해 대통령의 경호부대로 만드는 ‘당 총재의 공천관행’을 약화시켜야 한다. 

특히, 청와대 출신이나 정부 관료 출신에 대한 당 총재의 ‘하향식 계파공천’이 되지 못하도록 ‘미국식 예비선거제’와 같은 상향식 공천 제도인 ‘국민참여경선제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이런 상향식 공천제도의 법제화는 여야 모두 이념적 성향이 강한 극렬 당원들과 지지자들에 의해 정당의 민주주의가 포획당하거나 당심에 의해 민심이 왜곡되지 않도록 방어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여야 합의처리가 필요하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