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잡는다’ 쿠팡, 차기목표 공개…이마트와 진검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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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 잡는다’ 쿠팡, 차기목표 공개…이마트와 진검승부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5.14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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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1분기 4조7000억 원…74% ↑
"로켓프레시, 아직 시장침투율 낮아"
콜드체인 갖춘 물류센터 짓는 중

이마트, 신선식품 강화로 영업익 1000억 넘겨
SSG닷컴, 충청권으로 신선식품 배송 확대
"신선식품, 대형마트가 유리하지만 쿠팡 강해"
지난 13일 처음으로 쿠팡의 분기별 실적이 공개된 가운데,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사진)이 '로켓프레시'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처음으로 쿠팡의 분기별 실적이 공개된 가운데,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사진)이 '로켓프레시'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계기로 신선식품은 유통업계에서 꼭 선점해야 하는 분야로 자리 잡았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축이 이동하면서 자연스레 식자재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더군다나 신선식품은 경기와 무관하게 언제나 정기적으로 팔리는 상품이다. 식(食)을 위해 필요할 뿐더러 유통기한도 짧기 때문에 일주일 혹은 보름에 한두 번 정도는 신선식품을 구매해야 한다. 재방문이 중요한 유통업계에서는 신선식품을 놓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장악해가고 있는 쿠팡이 올해 ‘로켓프레시’를 키우겠다고 함에 따라 기존 대형마트들과의 진검승부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마트 역시 자사 온라인몰 SSG닷컴을 이용해 신선식품 배송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진격의 쿠팡, 물류 확장으로 식(食)에 집중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지난 13일 처음으로 공개된 쿠팡의 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한 발언은 국내 전통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업체들 모두를 긴장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적자가 커지고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대규모 물류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공표했기 때문.

쿠팡의 올해 1분기 42억 달러(약 4조7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74%가 증가한 결과로, 한 분기 만에 2018년 기록한 연간 매출액 40억 달러(4조5000억 원)를 뛰어넘었다. 다만 영업 및 판매관리비가 증가, 주식 보상 등으로 순손실 규모도 커졌다. 1분기 순손실은 2억9503만 달러(약 3321억 원)로, 지난해에 비해 180% 늘었다. 

김 의장은 여전히 쿠팡이 성장 주기의 초기 단계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단기 수익을 최적화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현금흐름 개선을 위해 매력적인 기회가 있을 때마다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며 “내년에 전국적으로 쿠팡의 손길이 닿는 범위를 50% 이상 늘리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올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으로 조달한 5조 원의 자금을 전 국민이 쿠팡을 사용할 때까지 남김없이 쏟아 붓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 3월 상장 이후 지금까지 약 2달여 만에 8000억 원 규모의 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3월 26일 전북 완주, 4월 6일 경남 창원·김해에 이어 지난 4일 충북 청주 등에 대형 물류센터를 새로 짓고 해당 지역 근로자들을 고용할 계획이다. 쿠팡이 2025년까지 서울을 제외한 7개의 지역 물류센터를 세우겠다는 목표를 감안하면 아직 크지 않은 투자 금액이다. 

김범석 의장은 올해 쿠팡의 신사업 중 신선식품 새벽 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를 강화할 것을 알렸다. 대규모 투자 중인 물류센터들이 완공되면 쿠팡은 소비자의 집 앞까지 도달하는 ‘라스트마일(최종 소비자에게 제품을 배송하는 마지막 단계)’ 주도권을 확실하게 거머쥐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신선식품 배송도 훨씬 용이해질 수밖에 없다. 신선도가 중요한 농수산물과 생선, 육류 등은 빠른 배송과 재고 관리가 승패를 좌우하는 만큼 전국에 거미줄 같은 오프라인 센터 유통망을 구축해야 한다. 

김 의장은 “쿠팡의 신사업 중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의 1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2.5배 이상 늘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선식품 새벽배송과 음식배달 카테고리는 지난해 빠르게 성장하긴 했으나 아직 쿠팡의 침투율은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마트(SSG닷컴)·롯데마트(롯데온) 등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신선식품 부문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고 평가한다.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에 있는 SSG닷컴 세 번째 온라인 자동물류센터 네오003. 사진=SSG닷컴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에 있는 SSG닷컴 세 번째 온라인 자동물류센터 네오003. 사진=SSG닷컴

이마트, 신선식품 배송 확대 예고…롯데도 가세

28년 동안 신선식품 소싱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마트의 올해 1분기 실적 역시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 13일 이마트는 1분기 매출이 5조895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32억 원으로 154.4% 늘었다고 공시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 원을 넘은 건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사업 부문별로도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마트의 경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한 3조 원, 영업이익은 6.9% 늘어난 912억 원이었다. 트레이더스는 25% 증가한 838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7.9% 늘어난 240억 원이었다. 

특히 온라인 통합몰 SSG닷컴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특히 온라인 통합몰 SSG닷컴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SSG닷컴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8% 증가한 3371억 원, 영업적자는 전년도 197억 원에서 올해 31억 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이마트의 신선식품 강화와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시너지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이마트는 지난해 월계점을 비롯한 9개 점포를 리뉴얼해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점포 내 P.P(Picking&Packing)센터를 확대했다. 이마트는 올해도 이마트 점포를 리뉴얼해 현재 110여곳인 P.P센터를 10여 곳 더 늘려 하루 배송량을 총 14만 건까지 늘릴 계획이다. 

쿠팡이 로켓프레시를 키우겠다고 했지만 아직 저장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국내 오프라인 점포를 갖추고 있는 대형마트들이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2018년 신선식품 당일배송·새벽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를 도입했으나 아직 보관시설이 충분하지 않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다. 콜드체인(냉장·냉동 처리 및 보관)을 갖춘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고는 해도 이미 노하우가 쌓인 이마트나 롯데마트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 

SSG닷컴은 이런 빈틈을 파고들었다. 현재 용인, 김포(2곳)에 있는 세 곳의 최점단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NE.O)’를 통해 신선식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오는 7월에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충청권으로도 확대한다. 이를 위해 최근 충청권에 있는 물류센터 운영사와 임차 계약을 체결했다. 또 ‘네오Q’로 확정된 네오004 투자도 최근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 곳의 네오에서 처리하는 물량은 하루 약 8만 건으로, 이마트는 2025년까지 배송능력을 36만 건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롯데마트도 올해 롯데마트가 갖춘 신선식품 경쟁력을 자사몰 롯데온에 접목시켜 그로서리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며, 새벽배송의 시초라고 불리는 마켓컬리도 지난 3월 김포 물류센터를 선보인데 이어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충청권 5개 도시로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확대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소싱 능력, 오프라인 인프라 등 신선식품에 강점을 갖고 있는 곳이라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쿠팡의 경우, 5조 원의 자금으로 그야말로 무차별 폭격을 퍼붓고 있는 중이라 만약 전국에 쿠팡의 콜드체인 물류센터가 구축되면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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