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② 암호화폐의 미래...닭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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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② 암호화폐의 미래...닭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 김정민 변호사
  • 승인 2021.05.1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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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유럽 · 중국, 제도권 편입과 법제화 작업 시도
테슬라등 미 대기업들도 암호화폐 결제 채택해
한국 당국, 선진국보다 제도를 앞질러갈 순 없더라도 재빠르게 따라가야
암호화폐 제도권 편입은 불가피...정부, 업계, 투자자는 새벽을 대비해야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암호화폐공개(ICO) 허용에 대한 논쟁이 2021년에 와서 암호화폐 법제도화에 대한 논쟁으로 번진 상황이다. 현재까지 ICO를 금지하고 있고, 암호화폐의 법제화도 조심스러워 하고 있는 상황인 우리나라와 달리, 다른 나라는 ICO 허용과 암호화폐의 법제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궁금해진다. 

세계 각국 암호화폐 정책의 변화와 현재 상황을 다시 꼼꼼히 살펴보면, 이를 통해 우리 암호화폐 산업의 미래를 조금이나마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뉴욕시, 가장 적극적으로 제도권 편입해

암호화폐의 법제도화에 가장 앞서 있는 국가는 미국, 특히 뉴욕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코인베이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는 등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테슬라·위워크·페이팔·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이 암호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최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환경을 이유로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한다고 밝혀, 혼란을 주고 있긴 하다). 제도권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캐나다는 최초로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ETF에 포함시켜 투자자가 좀더 투명하게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뉴욕시는 2015년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 취급 업체에 대한 규제를 시작했는데, 이른바 ‘비트 라이선스’라는 면허를 받도록 한 것이다. 충분한 자본금을 갖출 것을 비롯해 거래장부 7년 이상 보관, 감독당국 조사 수용, 회계장부 제출, 돈세탁 방지 등의 각종 의무를 부과해왔다.

일본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서 촘촘한 규제를 마련해 처음부터 우리와 전혀 다른 길을 갔다. 2016년부터 자금결제법에 ‘암호자산교환업’을 추가하며 업종을 구체적으로 정의했고, 암호화폐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여 금융상품으로 규정했다. 

또한 암호화폐 거래소에게 1000만엔 이상 자본금을 갖추고 당국에 등록할 의무, 투자자에게 성실한 설명할 의무도 부과했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소에 암호화폐를 상장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우리 정부는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에 대비해 법제화 금융상품 개발등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에 대비해 법제화 금융상품 개발등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당국규제·업계자율로 실험중인 프랑스 

프랑스는 2018년 ‘기업성장변화법’을 만들어 암호화폐 관련 규제 주체를 당국과 업계 자율로 이원화했다. 불특정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공모형 ICO를 원할 경우 업체가 당국의 규제를 받을지 여부를 선택하도록 했고, 주식과 유사한 증권형토큰공개(STO)에는 기존 증권법을 적용하도록 했다. 자산운용사의 펀드가 암호화폐에 투자할 때 지켜야 하는 요건과 투자자 보호장치도 이 법에 담겨있다. 

이런 내용들만 보면, 미국, 일본, 프랑스가 우리보다 한참 앞서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업계가 조바심을 내는 것은 정상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각국이 처한 현실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올해 4월 현재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상장된 코인은 58개, 유럽 최대 거래소인 비트스탬프에 상장된 코인은 21개, 일본 최대 거래소 비트플라이어에 상장된 코인은 5개에 불과하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에 178개의 암호화폐가 상장되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 암호화폐 업계는 “미국·일본·유럽은 철저하게 검증된 코인만 상장되고 있고 한국에서는 ‘묻지마 상장’으로 상장 폐지 등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 역시 한쪽 면만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일본의 암호화폐 시장은 투자자 보호와 금융청의 적극 규제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상태다. 우리도 암호화폐 거래소를 제도권하에 두고 코인의 상장을 까다롭게 관리·감독한다면 현재 200개인 거래소는 10개 이내로 줄어들고, 거래되는 코인 종류도 10개 이내로 줄어들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알트코인 거래가 90%를 차지하는 한국 시장도 식물인간 상태가 될 것이 뻔하다. 이것이 업계가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계 정부의 반대도 만만찮아...리브라의 실패

암호화폐 시장을 제도권내로 편입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과 시장을 진흥시키는 것은 함께 하기 힘든 과제이다. 일본 금융청처럼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취급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수록 시장이 축소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특히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을 등에 업고 국가의 기본 체계나 거대한 금융 시스템을 바꾸려고 하는 시도는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다.  

2019년 6월 페이스북은 전세계 공용 암호화폐를 통해 ‘국경 없는 금융 사회’을 만들겠다며 리브라 연합을 출범시켰다. 여기에는 페이스북,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스포티파이, 우버, 이베이 등이 포함되었고, 글로벌 네트워크, 결제, 유통까지 모두 아우르는 '초호화 어벤저스 파트너십'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페이스북은 리브라에 대해 기본적으로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을 목표로 했고, 한발 더 나아가 달러, 유로, 엔화 등 세계 주요 통화들을 함께 묶어(바스켓) 리브라만으로 모든 결제 및 금융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내세웠는데, 결국 이것이 최대의 악수(惡手)가 되었다.  

각국 정부와 G7은 즉각 반대 의사를 표했고, 유럽에서는 반독점 조사, 미국에서는 페이스북에 대한 개인정보유출 청문회가 이어졌다. 각국 정부의 규제와 압박이 잇따르자 주요 파트너들은 리브라 연합에서 탈퇴했고, 리브라는 동력을 잃게 된다. 세계 정부는 달러 패권을 넘어 기축 통화로 성장할 수 있는 리브라를 철저하게 막았다.   

현재 리브라는 디엠(Diem)으로 개명을 하고 차선책을 준비 중에 있다. 페이스북은 이 파트너십의 핵심 멤버 자리에서 내려왔고, 단일 통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접었다. 다만 파트너사들의 플랫폼 내부에서 사용 가능한 코인 정도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이 달러 패권을 위협할 ‘디지털 위안화’를 만들어 글로벌 결제망을 구축하고 이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항해 유럽중앙은행도 ‘디지털 유로’ 발행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도 자국화폐의 디지털화를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이지만, 중국의 시도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제도권 내로의 편입은 세금 부과와 함께 시작되는데, 각국이 암호화폐 거래에 부과하는 세금도 비교·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주된 쟁점은 암호화폐 양도차익을 자본소득으로 보느냐, 기타소득으로 보느냐이다.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는 자본소득으로, 독일은 기타소득으로 보고 과세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내년부터 기타소득으로 과세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암호화폐 투자 수익을 자산의 양도에 따른 소득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복권 당첨처럼 일시·우발적인 ‘기타소득’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것은 가상화폐의 자산적 성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고, 주식 등과 같이 양도소득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업계의 이런 비판이 수긍은 가지만 정부의 현재까지 기조를 생각하면 양도소득으로 과세하는 것이 모순적인 행동으로 비쳐질 수 있다. 나아가 기타소득에는 지재권 등 무형 자산의 양도에 따른 소득도 포함이 되므로 암호화폐가 자산으로 전혀 인정받지 못한 것도 아니다. 

한국은 미래를 대비하고있나...준비속도를 높여라 

암호화폐 업계와 투자자는 정부 당국의 기조와 대응을 비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첨단 기술이 사회에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새로운 법제도가 필요할 때, 우리 정부나 국회가 법제도를 적극적으로 연구해서 만들고, 다른 나라에 앞서 시행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는지 생각해보라고 주장한다.

경험과 역량이 없는 상태에서는 앞장서서 가기보다는 빠르게 따라잡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 필자는 우리 정부가 다른 선진국들보다 먼저 가지 않느냐고 질책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선진국에서 검증되고 정리된 제도를 빠르게 따라잡는 전략조차 취하지 않을까 우려할 뿐이다. 재빠르게 따라가면서 미래를 도모해야 한다.

우리 금융시장은 미국, 유럽 보다는 일본에 더 가깝다. 우리와 일본은 금융이 실물경제를 뒷받침한다는 인식이 강하고, 미국과 유럽은 금융상품이 실물경제와 완전히 분리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우리 당국자가 암호화폐에 대해 비판적 논리를 펼 때 ‘실물 가치’를 논하는 것은 전형적으로 우리나 일본의 사고방식이다.

닭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 정부, 업계, 투자자는 다가오는 새벽에 대비해야 한다. 일본의 전철을 밟아 암호화폐 시장 자체가 망가지지 않기 위해서는 법제도 정비와 투자자보호 장치를 세밀하게 가다듬어 산업의 진흥과 투자자 보호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암호화폐 ETF 등 다양한 금융상품이 출시되고 있어 암호화폐가 제도권 내로 완전히 편입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늦게나마 암호화폐의 실체를 인정하고 선진국을 따라가려 할 것이다. 정부와 업계는 우리의 실정에 맞는 금융상품을 신중하게 개발하는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고, 그때를 대비해 암호화폐 관련 기술과 법제도에 대해 다양한 연구와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야 한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와 페이스북의 리브라 제국이 또 다시 미국의 달러 패권을 위협할 날이 다시 올 것이다.  

● 김정민 변호사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법학(부전공)을 공부했다.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으며 IT기업 준법팀장을 거쳐 법무법인 로베이스 파트너변호사로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위 대외협력기획 부위원장,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회 위원, 한국블록체인법학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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