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대박 ‘캐릭터’ 찾기 분주...'잘키운 캐릭터 열 연예인 부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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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대박 ‘캐릭터’ 찾기 분주...'잘키운 캐릭터 열 연예인 부럽지 않아'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5.13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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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계열사별 대표 브랜드 만들었다
정용진 부회장도 홍보에 합세 “제이릴라 짜증”
롯백도 맞불…‘르쏘공 왕국’의 ‘휴 공주’ 등장
하이트진로·빙그레, 이미 캐릭터로 ‘대박’
신세계푸트의 대표 캐릭터 '제이릴라'(왼쪽)와 롯데백화점 부캐릭터 '휴 공주'. 사진제공=각 사
신세계푸트의 대표 캐릭터 '제이릴라(왼쪽)'와 롯데백화점 부캐릭터 '휴 공주'. 사진제공=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 롯데백화점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식품·유통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통상적으로 연예인을 앞세워 기업 브랜드나 제품을 알려왔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이제는 귀엽고 친근한 기업만의 고유 캐릭터를 만들어 소비자의 환심을 사고 있는 것. 

특히 많은 기업들은 단순히 캐릭터 제작을 넘어서 캐릭터에 특별한 서사와 세계관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유통 사업의 이미지도 탈피하고, 캐릭터 그 자체로도 고부가가치 상품이 될 수 있어 ‘잘 키운 캐릭터 하나 열 모델 안 부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신세계는 다양한 캐릭터를 앞세워 가장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최근 신세계푸드, 신세계면세점, SSG닷컴은 각각 브랜드 캐릭터를 만들어 캐릭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카카오의 카카오프렌즈, 네이버의 라인프렌즈처럼 캐릭터를 단순히 브랜드 홍보로 쓰이는 걸 넘어서 사업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푸드의 ‘제이릴라’는 화성에서 태어난 아기 고릴라로, 요리와 야구를 좋아해 지구로 왔다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니셜 J와 고릴라를 합쳐 만들어졌다. 정 부회장 개인 SNS에는 제이릴라는 자신과 닮은 정 부회장과 친해지기 위해 각종 선물 공세 등을 통해 애정을 표현하고, 정 부회장은 “진짜 너무 짜증나는 고릴라”라며 티격거리는 모습이 담겨있다.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에는 신세계푸드 캐릭터 '제이릴라'와 티격태격하는 사진이 올라와 있다. 사진=졍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에는 신세계푸드 캐릭터 '제이릴라'와 티격태격하는 사진이 올라와 있다. 사진=졍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제이릴라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기업 오너가 본인을 상징하는 캐릭터와 ‘밀당’하는 듯한 상황을 연출하자 대중의 반응은 뜨겁다. 정 부회장이 올린 게시물에는 댓글이 1000개 이상 달려있다. 다른 게시물에는 400~500개의 댓글리 달린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제이릴라 캐릭터를 홍보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로 파악하고 있다. 

이밖에도 신세계 면세점은 초성을 활용해 '심삿갖'이라는 브랜드 캐릭터를 선보였다. 조선시대에서 타임슬립한 가상의 인물로 신세계면세점 홍보담당자로 취직했다는 설정이다. SSG닷컴도 ‘장보기 반장’, ‘할인 감독관’이라는 페르소나를 부여한 '오반장' 캐릭터를 공개했다. 

또 지난 12일 편의점 이마트24는 각 상품과 서비스에 어울리는 귀여운 캐릭터 ‘e몬’ 10가지 캐릭터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경영주들을 돕기 위해 우주의 각 행성에서 몬스터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됐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각자의 개성과 전문성을 담아 프리미엄 편의점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이들 캐릭터를 활용해 고객들과 친근하게 소통하며, 긴밀한 유대관계를 만들어낼 예정”이라며 “단순히 캐릭터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캐릭터에 인격과 세계관을 부여한 스토리텔링으로 고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캐릭터가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특별한 서사를 만들 수 있다. 계열사 간 브랜드를 넘나들며 캐릭터와 캐릭터가 만나 컬래버레이션을 펼치는 등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e몬’의 리더 ‘커피니’와 야구단 SSG랜더스의 마스코트 ‘랜디’가 만나는 식이다. 

신세계가 적극적으로 캐릭터를 활용하며 고객들과의 소통을 이어가자 롯데백화점도 '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휴는 롯데백화점이 문을 닫는 오후 8시 30분이 지나면 백화점 본점과 연결된 온라인 평행 세계에 존재하는 ‘르쏘공 왕국’에서 활동하는 공주로, 왕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을 해결한 명예로운 공주만이 ‘오떼르’로 불릴 수 있다는 설정을 가졌다. 고급화 전략을 지향하는 백화점이 캐릭터를 전면에 앞세워 홍보하는 모습에 어색하다는 평가와 신선하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하이트진로 대표 캐릭터 '두꺼비(위)', 빙그레의 대표 캐릭터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아래)'. 사진제공=각 사
하이트진로 대표 캐릭터 '두꺼비(위)', 빙그레의 대표 캐릭터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사진제공=각 사

하이트진로와 빙그레는 자사 캐릭터를 잘 활용해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하이트진로는 ‘두꺼비 소주’로 불리던 1970년대 진로 소주를 레트로 감성으로 재해석해 ‘진로이즈백’과 함께 푸른 두꺼비 캐릭터를 소환했다. 약 50년이 된 이 캐릭터는 슬리퍼, 컵, 소맥잔 등 각종 굿즈는 물론 주류업계 최초로 캐릭터숍까지 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가하면 빙그레는 지난해 2월 순정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왕자님을 연상케하는 '빙그레 왕국'의 왕자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를 만들었다. '빙그레우스'는 왕위 계승자로 빙그레 SNS 운영을 맡았다. 지난해 11월에는 빙그레우스 굿즈를 출시하면서 왕위에 즉위해 그 기념으로 굿즈를 내놓는다는 서사를 공개하기도 했다.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세계관 덕분에 빙그레는 현재 식품업계 공식 SNS 팔로워 수 1등, 최초 유튜브 실버버튼 획득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렇듯 식품·유통업계가 캐릭터를 만들고 서사를 부여하는 이유는 소비의 중심축이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 1981~2000년대생)로 옮겨감과 무관하지 않다.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는 개성을 중시하고 '재미'와 '독특함'을 추구하는 성향을 보인다.

캐릭터가 유명해질 수록 기업의 매출도 올라간다. SSG닷컴의 경우 캐릭터 '오반장'을 도입하자 지난 3월 17일부터 4월 7일까지 오반장 코너에 접속한 UV가 전월 같은 기간에 비해 12% 늘어났다. 주문 건수는 10%, 주문금액도 13%가 늘었다. 하이트진로의 두껍상회는 코로나19 상황에도 누적 방문객이 1만 명을 넘었고 지점도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CU, GS25, 이마트24 등 편의점에서도 협업 러브콜을 보냈다.

또한 실제 모델을 기용하면서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를 확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모델을 쓰면 모델 이미지가 좋을 수록 브랜드 이미지도 같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지만, 어디서 어떤 문제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항상 염두해 둬야 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캐릭터는 한번 잘 구축하면 서사도 마음대로 부여할 수 있고 장벽도 없어 활용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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