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인터넷은행 설립에 나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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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인터넷은행 설립에 나선 까닭은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5.12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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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의 급격한 성장에 위기감 느껴
기존 인터넷은행·모바일뱅킹과 차별화 없는 점은 숙제
대기업 제휴와 특정 세대 타겟팅으로 차별화 가능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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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5대 금융지주회사(KB·신한·하나·우리·농협)와 3대 지방 금융지주회사(BNK·JB·DGB)가 모두 자회사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는 데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전날 8개 금융지주사가 인터넷은행 설립을 희망하고 있다는 내용을 정리한 의견서를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인터넷은행 설립 관련 수요조사와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연구 용역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해외 사례들이 담겼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오는 7월 금융업 경쟁도 평가를 시행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대해서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인터넷은행으로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두 곳이 있으며 토스뱅크도 오는 7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지주들이 자회사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고자 하는 것은 더욱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뱅·케뱅 급속도 성장… 기존 은행 위기감 느껴"

실제로 인터넷은행은 급격히 성장 중이다.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달 말 기준 이용자수가 537만명으로 전월 대비 146만명 증가했다. 예·적금 잔액은 12조1400억 원, 대출 잔액은 4조6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6월 23일부터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 실명계좌를 제공하면서 이용자 수가 확 뛰었다. 

카카오뱅크 역시 자사의 캐릭터와 기존 카카오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달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1조6025억원 증가한 23조2075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곧 출범할 토스뱅크에 대해서 기존 은행권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생각보다 이들 인터넷은행이 조금 더 빠른 시간 내에 궤도에 올라와 시중 자금이 많이 흘러갔다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틀에 묶인 플랫폼 말고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서 인터넷뱅킹을 원하는 수요를 가져가보자는 게 금융지주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 역시 "지금은 카카오 등 핀테크 업체가 시장을 꽉 잡고 있어서 독과점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금융지주들은 시장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늘려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 차별화 포인트 개발하지 않으면 기존과 다를 바 없어

문제는 새로 설립될 금융지주의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모바일뱅킹과 타 인터넷은행에 비해 어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인터넷은행도 지점이 없고 앱으로 하는 은행인데 시중은행도 그런 인프라는 갖추고 있다"며 "지금도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 앱의 차별성이 크게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의 인터넷·모바일뱅킹이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경우 중복투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달리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한몫한다. 

다만 "금융지주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라이선스를 받는 것이니 지주사로선 거부할 필요가 없다"며 "향후 라이선스가 어떻게 주어질지 모르고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도 있으니 다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규제가 많이 완화됐기 때문에 규제와 인원감축 등을 고려했을 경우 메리트가 있을 수 있다"며 "시중은행은 기업대출용으로 본점만 남겨놓고 인원을 크게 감축하면 수익성이 올라갈 수 있으니 인터넷은행 설립이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향후 방향은…"특정 분야 차별화, 승부 가를 것"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내 금융지주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라며 "유럽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기존 은행의 자회사 형태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들이 빅테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를 많이 받아 불리하다는 얘기가 있다 보니 지주사들은 효과가 얼마나 있을까에 대한 확신이 없어도 일단 인터넷전문은행부터 만들고 보려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유럽도 인터넷전문은행이 크게 활성화된건 아니지만 자동차나 모기지 등 특정 분야에 특화돼 운영되고 있다"며 "국내도 기술회사와 같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젊은 세대를 타겟팅하고 대기업과 제휴해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면 충분히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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