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겨냥 '메타버스' 공간서 '피지털' 경쟁 나선 패션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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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겨냥 '메타버스' 공간서 '피지털' 경쟁 나선 패션업계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5.12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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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 "패션 업계 협업 요청 늘어"
4천원이면 구찌 제품 살 수 있는 메타버스
"실제 제품 평판 하락 없이 2억명 사용자 경험 흡수"
MZ세대 겨냥해 명품 인지도 높일 수 있어
프랑스 패션 브랜드 발망은 언택트 패션쇼를 진행했다. 사진=발망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메타버스가 MZ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에 출생한 세대) 소비자를 사로잡으려는 패션업계의 새로운 격전지가 되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Meta)’과 ‘우주(Universe)’의 합성어다.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이용자 의 아바타가 현실 활동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도록 구현한 플랫폼을 의미한다. 

네이버제트 관계자는 “최근 협업을 요청하는 패션업체가 늘고 있다”며 “실제 제품 판매 증대를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제페토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제트는 네이버의 자회사로 증강현실(AR)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를 운영하고 있다. 제페토는 지난 2월 기준 가입자 2억명을 넘어섰다. 전체 이용자의 80%가 10대다. 네이버 제트는 제페토를 165개국에서 출시해 전체 이용자 중 해외 이용자가 90%에 이른다. 

제페토의 가상 공간에는 이미 구찌·나이키·컨버스·디즈니·푸시버튼 등 패션 브랜드들이 잇달아 입점했다. 

나이키는 제페토와 협업해 운동화, 레깅스 등 자사 제품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판매하고 있다. 사진='rng__zepeto'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네이버제트 관계자는 “나이키와 협업한 운동화가 실제 오프라인 매장보다 제페토에서 더 많이 팔렸다”며 “물론 실물 운동화가 더 비싸서 매출액을 따지면 다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일 방문자가 4000만명에 달하는 제페토에서 유료화폐인 ‘잼(Zem)’으로 구매한 나이키 운동화만 500만개가 넘었다.

4천원에 구찌를?...MZ세대 트렌드 파악 나선 구찌 

패션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구찌의 메타버스 진출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소비하면 명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소비자의 인식이 있다”며 “일부 명품은 하나에 1000만원짜리 제품도 재고를 소각하면서까지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한다”고 말했다. 

메타버스에서는 이런 브랜드 평판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온라인 공간에서 소비하기 때문에 재고 개념 자체가 없다. 4000원이면 제페토에서 구찌 아이템을 살 수 있다. 이용자 80%가 10대인 만큼 이들은 실물 구찌를 구매하는 주 고객층과는 다르다. 

구찌는 제페토에서 자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제페토

다만 구찌는 제페토에서 MZ세대가 어떤 방식으로 명품을 소비하는지 트렌드를 분석할 수 있다. 2억명에 이르를 전세계 사용자의 패턴을 브랜드 이미지 평판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수집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네이버제트 관계자는 “젊은 래퍼들 중심으로 구찌를 착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구찌도 MZ 세대를 겨냥한 라인업을 늘린 것으로 안다”며 “제페토 회원이 곧 구찌의 주력 고객층과 겹치지는 않지만 MZ세대를 대상으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MZ세대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수백만개의 제품이 가상공간에서 소비되면서 SNS 등을 중심으로 홍보 효과도 높아진다. ‘어른들의 제품’으로 인식되던 명품이 MZ세대의 SNS 계정을 타고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피지털쇼도 이어져..."메타버스 트렌드 계속될 것"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오프라인 패션쇼를 열기 어려워 지면서 메타버스와 ‘피지털(Physital)’쇼를 활용하는 패션 브랜드가 늘고 있다. 

피지털은 오프라인을 의미하는 피지컬(physical)과 온라인을 의미하는 디지털(digital)의 합성어다.

이탈리아 브랜드 발렌티노, 미국 브랜드 마크제이콥스 등은 닌텐도 스위치 게임 ‘동물의 숲’에서 신상품을 공개했다. 동물의 숲에서 이들 제품을 사용하려면 제품 전용 ID를 입력해야 한다. 제품 ID를 내려 받기 위해선 발렌티노와 마크제이콥스 온라인 몰이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방문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명품 제품에 노출되고 명품의 인지도도 올라간다.  

발렌시아가가 메타버스 상에 구현한 가을·겨울 신제품. 사진=발렌시아가

발렌시아가는 올 가을·겨울 콜렉션을 비디오 게임 형태로 공개했다. 이용자는 발렌시아가 만든 다섯개의 가상 공간에서 아바타를 활용해 원하는 제품을 구경하고 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IT업계에서는 패션브랜드를 비롯해 더 많은 업종과 업체가 메타버스를 마케팅 공간으로 활용하는 최근 추세가 코로나19 종료 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실감형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170억달러(약 19조원)에서 2022년 624억달러(약 70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메타버스 구현에 중심이 되는 글로벌 확장현실(XR)시장규모가 2019년 78억 9000달러(약 8조 5600억원)에서 오는 2024년 1368억 달러(약150조)로 연평균 76.9%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재택수업이 강화되면서 각종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접근도가 높이지고 거부감은 낮아졌다”며 “이들이 주 소비층으로 떠오를 때를 대비해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광고와 상품 기획을 염두해 둘 수밖에 없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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