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스 사태’ 한 달, 남양유업…'3가지 난제' 해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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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스 사태’ 한 달, 남양유업…'3가지 난제' 해결할까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5.11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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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 못한 '가족 경영' 중심 지분구조
남양유업 세종공장 영업 정지 위기
식지 않은 불매운동...소비자 신뢰 회복 '험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지 한 달여 시간이 흐른 가운데,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10년 가까이 불매 운동에 시달린 남양유업이 이번 불가리스 사태로 또 다시 벼랑 끝에 서게 되자 홍원식 회장 사퇴와 비대위 체제라는 최후의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아직 남아있는 과제들이 산더미다. 

① ‘족벌경영’ 말나오는 지분구조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대리점 갑질 사태, 경쟁사 매일유업 비방 글, 결혼이나 출산을 한 여직원을 계약직으로 전환시키는 등의 사내 성차별 논란 등 계속되는 악재의 근본 원인으로 오너 일가 중심의 폐쇄적 조직 문화를 꼽는다. 어느 기업보다 회사 내에서 오너의 지배력이 크고, 군대 문화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홍원식 전 회장은 남양유업의 주식 51.68%(37만2107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부인인 이운경(0.89%)씨, 형제 홍우식(0.77%)씨, 홍명식(0.45%)씨, 손자 홍승의(0.06%)씨 지분까지 합치면 홍 전 회장 일가의 남양유업 지분은 53.08%에 달한다. 이미 홍 전 회장 개인이 남양유업의 지분 과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외부 견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독단적 지배구조다. 

4명으로 구성된 사내이사도 지난 3일 불가리스 사태로 대표직을 내려놓은 이광범 전 상무를 제외하고 모두 홍 회장의 가족으로 이뤄졌다. 홍원식 회장 포함, 홍 회장의 모친인 지송죽 이사, 홍 회장의 아들 홍진석 상무 총 세 명이다. 홍 상무는 지난 달 회삿돈 유용 등을 이유로 보직 해임된 상태다. 지송죽 이사는 1929년생으로 올해 93세로 고령이다. 최근 3년간 이사회 참석률은 0%다.

앞서 지난 4일 홍원식 회장은 서울 논현동 본사 3층 대강당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남양유업 회장직 사퇴와 경영권 승계 포기 의사를 밝혔다. 평소 숱한 사건과 논란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형 경영자’라고도 불린 홍 회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며 눈물을 흘린 것에 대해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홍 회장은 당시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 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번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문제로 꼽히는 지분 처분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때문에 홍 회장의 경영권 승계 포기가 남양유업에 얼마나 큰 변화를 불러 일으키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다수다. 

남양유업 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10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대주주에게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을 요청하기로 한 상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비대위가 구성된 만큼 경영 쇄신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② ‘생산 40%’ 세종공장 영업정지 위기

또 다른 문제는 남양유업의 세종공장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세종시는 불가리스 생산 공장이 있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2개월 영업정지를 사전 통보한 상태다.  

세종공장은 남양유업의 5개 공장 중 가장 큰 생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불가리스를 포함해 발효유, 우유, 분유 등 40%에 달하는 주요 유제품이 이곳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세종공장의 영업정지 처분 결과에 대리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공장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470여명이며, 납품 낙농가는 전국 201곳에 달한다. 이들 낙농가가 하루 동안 세종공장에 납품하는 원유는 232t으로, 금액으로 환산할 시 한 달 기준 74억 원이다. 두 달 동안 공장이 멈추게 되면 해당 원유들을 고스란히 비용을 들여 폐기해야 한다. 

이밖에도 착유를 못해 젖소를 살처분하는 과정에서 드는 피해액, 젖소 사료 생산 일시 정지로 생기는 피해액은 물론 완제품을 운송하는 자영업자, 세종공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등 전국 낙농가는 물론이고 인근 지역과 연관 산업까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현재 세종시 농업축산과에는 남양유업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탄원서와 의견서 등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낙농 관련 단체·기관으로 한국낙농육우협회, 충북도 축산과, 충남·북 지역 낙농가, 남양유업 노조 등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영업정지는 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화도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29일 세종시에 “청문회 절차를 밟게 해달라”며 의견서를 제출했다. 세종시는 이달 24일께 청문회를 개최하고 남양유업 입장을 듣고 2개월의 영업정지 또는 8억 원대 과징금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③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불매 운동 

남양유업이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가족 중심의 지분 구조를 해결하고, 세종공장의 영업정지를 막는다고 하더라도 가장 큰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려 다시 남양유업 제품을 찾도록 만드는 것이다. 

남양유업과 같은 식품·외식업계는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업종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8년 전 갑질 사태에 이어 현재 불가리스 사태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나 행동보다 변명하기 급급했다. 이번 불가리스 관련 논란에 대해서도 연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재 소비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현재 남양유업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과 디저트카페 등에 대해 정리한 게시글을 공유하고 있다. 남양유업 제품 불매를 위해 제품 바코드 번호를 입력하면 남양유업 제품인지 확인할 수 있는 ‘남양유없’ 사이트까지 만든 상태다. ‘백미당’처럼 남양유업 사명과 로고를 지운 신규 브랜드를 소비하지 않기 위해서다. 

홍원식 회장이 직접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며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퇴를 언급한 것도 돌아선 소비자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이번 사태가 회장 단 한 사람만의 문제는 절대 아닐 것” “사퇴를 하면 뭐하나 10년 가까이 한 짓이 있는데” 등 비난 여론이 거세다. 불가리스 품절 사태로 남양유업 주가가 일시적으로 오른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주식으로 돈 좀 벌었으니 기분 좋게 내려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떠나간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10년 가까이 ‘갑질 기업’ 꼬리표가 붙은 기업인 만큼, 웬만한 변화 없이는 달라졌음을 체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무사히 마무리된다고 해도, 또 이와 비슷한 문제가 터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여기저기서 남양유업 스스로 뼈를 깎는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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