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금융노조 "전금법 개정안은 빅테크 특혜법"
상태바
경실련·금융노조 "전금법 개정안은 빅테크 특혜법"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5.11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일기능과 동일규제 원칙 미적용·금산분리 훼손 문제 있어
개인정보 침해·지역은행 공공성 저해 부작용도
소비자 보호 원칙 미흡… 신정법·금소법과 함께 논의해야
경실련과 금융노조가 11일 전금법 개정안에 관한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김보라미 변호사, 김천순 금융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 수석부위원장,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윤민섭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 장성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 이준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참석했다. 사진=권상희기자.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개정안'에 대해 시민단체와 노조가 '빅테크 특혜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에게 유리한데다 지나치게 광범위해 허점이 많은 법이라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11일 '발칙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제대로 파헤치기'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고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 

앞서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전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 내용은 지급지시전달업 도입,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도입, 대금결제업자에 대한 후불결제업무 허용 등을 골자로 한다. 전금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된 상태다.

김호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경실련은 전금법 개정안이 동일기능과 동일규제 원칙 미적용, 금산분리 원칙 훼손, 개인정보 침해, 지역은행의 공공성 저해 등 4가지 측면에서 잘못됐다고 성명을 낸 바 있다"며 "전금법 개정안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재벌을 위한 빅테크 특별법"이라고 주장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개정안은 비대면거래 관련 금융사고가 있을 때 금융회사가 입증책임을 지는 진일보된 측면이 있다"며 "금융보안을 강화하고 외부 위탁에 관한 규정을 분명히 하는 등 외부 금융업자가 전자금융 업무를 수행하는 데 대한 규제를 명확히 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네이버와 카카오가 명실상부한 재벌이 된 지금 이들에게 겉으로 보기에는 은행과 비슷한 업무를 나눠서 다른 업무인 것처럼 할 수 있게 해준 것은 동일업무에 대한 동일규제를 포기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은 전금법 개정안의 ▲금산분리 ▲금융안전 ▲공공성에 관한 내용이 논의됐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동일업무 동일규제에 관한 원칙과 금산분리 훼손이다.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은 아니지만 은행의 전체 업무 중 일부를 추려내 그 업종만 집중적으로 한정해 수행하는 업을 핀테크라고 부르고 있는데 핀테크도 원칙적으로 금융업이 받는 모든 규제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며 "특정 업무를 제한적으로 수행한다는 이유만으로 완전히 분리시키는 접근방식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기관이 아닌 곳에서 기존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은 섀도 뱅킹(그림자 금융)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를 규제하지 않아서 생겼던 것이 2008년 금융위기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법안의 미흡한 점도 지적됐다. 전 교수는 "이용자예탁금으로 윤관석 의원안을 검색해보면 벌칙에 대한 조항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전자금융업자가 파산했다고 가정할때 이용자는 청구권만 갖게 되는데 이게 우선변제권 순위가 있는지 입증책임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등 운영리스크에 대해 개정안이 대단히 취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전금법 개정안이 기존 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민섭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핀테크산업은 이용자들에게 편리함을 준다는 점에서 금융산업에 효용을 제공한다"며 "은행들이나 다른 업계가 제공하지 않은 서비스를 발굴해 편리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정안 시행 시 은행같은 경우 기존에 가진 역량의 장점을 강화하면 좋을 것"이라며 "프라이빗 뱅킹의 경우 고액 자산가가 아닌 소외계층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는 식으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짚었다. 

장성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 역시 "지역은행같은 경우 비대면 온택트 무대로 옮겨가면서 핀테크를 통해 지역적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될 수 있다"며 "이런 역발상을 통해 방법을 찾는 것이 디지털적인 논의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전금법에서 미흡하게 규정하는 소비자보호에 대한 부분을 지적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금융산업이 실명제나 금산분리나 소비자보호, 지주회사 관계 등을 규제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금융소비자보호를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원칙이고 전금법 개정안은 그런 부분들이 부실하게 규정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용정보법 등 모든 법들이 두루두루 연결되기 때문에 이와 함께 논의를 해야 하는 시기가 왔고 전금법 개정안만 논의하기에는 어렵다"며 "신정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에 관한 것들을 보고 약점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 개정안에서 가장 큰 문제는 너무나 포괄 조항이 많다는 것"이라며 "좀더 구체적이고 소비자 피해가 양산되지 않도록 법안을 해체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핀테크나 빅테크 관련해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가 반대 내용을 제시하는 것이 혁신을 저해한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지양했으면 한다"며 "어떤 제도나 정책이 긍정적인 효과도 있고 생각지 못한 부정적인 효과도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필요나 비용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