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 다 웃는데 가격 묶인 라면만 '울상'…1Q 성적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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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체 다 웃는데 가격 묶인 라면만 '울상'…1Q 성적 들여다보니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5.1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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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제과·CJ제일제당 등 대부분 영업익 증가
‘라면업계 톱3’ 농심·오뚜기·삼양, 1분기 실적 ‘우울’
역기저 효과에 원재료 상승까지 ‘엎친데 덮친 격’
“라면값 인상,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식품업계의 2021년 1분기 실적이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식음료 업체들은 호실적을 기록했으나 라면 업체들의 실적은 좋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식품업계의 2021년 1분기 실적이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식음료 업체들은 호실적을 기록했으나 라면 업체들의 실적은 좋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국내 식품업계의 올해 1분기 성적표가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오리온을 비롯한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CJ제일제당 등 식음료업체들은 호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라면 사업을 펼치는 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사실상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로 감소하는 등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019억 원, 매출액 60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1%, 11.5% 성장했다. 제품 생산, 채널 내 재고관리 등 데이터 경영이 이뤄지고 글로벌 통합 구매를 통한 효율적 원가관리로 영업이익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오리온은 설명했다.

오리온은 2분기 스낵 성수기를 앞두고 신제품 ‘콰삭칩’과 ‘꼬북칩’을 필두로 스낵 카테고리 경쟁력을 높이고, 간편식 마켓오네이처 브랜드와 기능성 식품 브랜드로 재정비한 닥터유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매출 성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롯데칠성음료는 가장 큰 실적 개선을 보였다. 롯데칠성음료의 1분기 영업이익은 323억 원, 매출은 5388억 원으로 같은 기간 각각 416.2%, 6.2% 증가했다. ‘칠성몰’ 등 온라인 판매 채널에서의 매출 상승과 맥주, 와인 등의 판매 호조로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오리온과 제과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롯데제과도 1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5080억 원, 매출은 259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 41%, 1.2% 늘어났다.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억3700만원에서 올해 1분기 153억 원을 기록해 흑자전환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서 해외 법인들의 실적이 반등했고, 수익성 개선 경영활동으로 영업이익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식품업계지만 라면 업계의 경우 전년도와 달리 올해 아쉬운 성적을 받을 전망이다. 라면업계 ‘톱 3’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비교해 모두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업계 1위 농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42% 급감한 369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매출은 전년 대비 3% 감소한 6701억 원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 해외 사업부문 성장이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지만, 2분기까지는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올해 기저효과와 원재료 투입단가 상승 부담이 꼽힌다. 지난해 1분기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급격하게 빨라지면서 라면 사재기로 매출이 뛰었으나 이게 역기저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 수요 급증에 따른 기저 부담으로 내수 라면 매출액은 역신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팜유, 곡물가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세인 것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재료(팜유 등) 투입단가 상승 부담에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며 "원재료 투입단가 상승은 중기적으로 실적 개선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오뚜기와 삼양식품의 1분기 실적도 어둡긴 마찬가지다. 오뚜기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4.1% 하락한 492억으로 전망됐다. 매출액은 0.3% 소폭 증가한 6476억 원이다.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 6.2% 감소한 매출 1460억 원, 영업이익은 30% 감소한 187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라면업계는 라면 가격을 올리는데 주저하고 있다. 서민 필수 식품으로 꼽혀 가격 인상에 대해 유독 예민한 식품이라는 이유에서다. 오뚜기는 지난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진라면 5개입 가격을 2750원에서 3000원가량으로 9% 정도 올리겠다고 지난 2월 말 발표했으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라면업계 한 관계자는 “라면 가격은 여태껏 민감하게 반응을 보여 왔다”면서 “농심의 경우 2016년 말, 삼양식품은 2017년 5월 라면 가격을 조정했는데 그때도 (가격) 인상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면은 소비자들에게 가깝고 친숙한 제품이기 때문에 조금만 가격이 인상 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활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고 느끼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면 원가의 5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소맥분과 팜유 가격이 1년 새 40% 이상 오르고 있어 라면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국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체 1, 2위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제과업계는 올 들어 한 차례 빵 가격을 인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제품을 여러 곳에서 팔고 있을 때 (다른 기업에) 뒤이어 가격 인상을 공지하는 건 부담이 덜하지만 먼저 나서서 발표하기는 쉽지 않아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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