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규의 사기 안 당하는 法] 사기가 정말 나쁜 범죄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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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규의 사기 안 당하는 法] 사기가 정말 나쁜 범죄인 이유
  •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대표변호사
  • 승인 2021.05.10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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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검사, "돈 돌려받으면 해결됐다" 판단...피해자들 상처 이해못해
피해자들, 자책감 시달리고 건강도 헤쳐...가정도 파탄
사기꾼을 보는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 할 시점..."사기는 범죄다"
류인규 변호사
류인규 변호사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대표변호사] 필자가 “사기는 정말 나쁜 범죄다”라고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범죄는 원래 다 나쁜 것 아니냐”거나 “살인이나 강간 같은 범죄에 비하면 사기는 별 것 아니지 않냐”는 반응을 보인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사기는 여타 범죄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피해자에게 고통을 준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예를 들어, 1천만 원을 도둑질 당한 사람과 1천만 원을 사기 당한 사람을 비교해 보면, 사기를 당한 피해자의 고통이 훨씬 더 크다.​

왜일까. 사기는 결국 피해자가 자기 스스로 범죄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사기꾼에게 속아 넘어가서 자기 손으로 사기꾼에게 돈을 넘겨 주는 것이 바로 사기다. 피해자가 사기꾼에게 속지 않았더라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피해자가 속아 넘어 갔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사기 피해자가 겪는 피해의 모습도 다른 범죄와는 조금 다르다.

첫째, 사기 피해자들은 엄청난 자책감에 시달린다. 

​"그 때 내가 속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반복되어 일상생활과 업무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대인관계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든다. 가만히 있어도 힘든데 주위에서 피해자를 탓하는 말까지 듣게 되면 정신적 고통은 더욱 심화된다. 

절도나 강도를 당했다면 누구도 피해자를 비난하지 않지만 사기 피해자에게는 “그러게 잘 알아 봤어야지...”라든지, “요즘 누가 그런 것에 속느냐”는 식의 질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제3자는 별 생각 없이 던지는 말이겠지만 피해자에게는 하나하나 비수와 같이 가슴에 꽂히는 말들이다. 

둘째, 워낙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건강까지 해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의뢰인들 중에는 사기로 인해 없던 병이 생겨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지 않나. 사기 피해자들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동안 후회, 분노, 자책, 상실감 같은 부정적 감정에 사로잡혀 있으니 병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심지어 피해를 당한 본인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뒤 유가족들이 사건을 의뢰하러 오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셋째, 사기 때문에 가정이 파탄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난이 창문으로 들어오면 행복은 대문으로 나간다'는 말이 있다. 부모, 자식, 형제, 배우자 중 한명이 사기를 당해 집안의 재산을 날려 버렸다는 이유로 가족 간에 원망하고 미워하게 되는 경우가 정말 많다.​ 경제적 궁핍으로 고생하게 되면 "이게 다 저놈이 사기를 당했기 때문이다"는 생각을 버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합의금 더 받으려느냐" 심각성 이해못하는 판검사들

문제는 사기가 이런 악영향에 비해서 너무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기꾼들이 "그까짓 돈 돌려주면 될 것 아니냐"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인다. 검사나 판사도 마찬가지인 때가 많다. 사기꾼이 “시간을 좀 주면 돈을 갚겠다”고 말하면 두 달이고 세 달이고 시간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돈을 다 돌려받은 피해자가 "그래도 나쁜 놈이니 엄벌해 달라"고 하면, 검사나 판사가 "합의금을 더 받아내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고 면박을 주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들은 이 과정에서 두 번, 세 번 고통을 받는다. 

사기는 엄연한 범죄다. 받아간 돈에 이자를 붙여 반환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도 해주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검사나 판사는 원금만 딱 반환해도 “피해가 전부 회복되었다”면서 선처를 해 주고 만다.

실제로 필자의 의뢰인 A는 수억원의 사기를 당해 사기꾼 B를 고소하였는데, B가 계속 돈을 갚겠다며 시간을 끄는 탓에 실제 재판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 B는 찔끔찔끔 변제하다가 마지막 재판을 앞두고 원금을 모두 변제했다. 피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거의 2년이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판사는 “피해가 모두 회복된 점”을 언급하며 B에게 집행유예의 선처를 해 주었다. B는 남의 돈을 무이자로 2년간 쓰게 된 셈이다. A는 2년간 대출이자를 견디지 못해 결국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었다. 

살인범이나 강간범은 "돈으로 물어주면 될 것 아니냐"고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만일 그런 태도를 보이면 검사나 판사가 가만두지 않는다. 거액의 합의금을 주었다고 하더라도 “피해가 다 회복되었다”고 말하는 경우는 없다. 피해자가 입은 고통은 돈으로 온전히 해결 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사기는 유독 '돈만 돌려받으면 다 해결이 되는 일' 처럼 취급되는 걸까. 아직 우리 사회는 사기 범죄로 인해 피해자의 재산 뿐만 아니라 영혼과 건강, 가족관계까지 파탄될 수 있다는 점을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다.

● 류인규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 시월의 대표변호사로 재직중이며, 대학원에서 경제법을 전공하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형사전문변호사로 공인받아 다양한 경제범죄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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