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송 칼럼] MZ세대는 노사관계 변화의 희망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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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송 칼럼] MZ세대는 노사관계 변화의 희망이 될 것인가?
  • 임무송 금강대학교 교수
  • 승인 2021.05.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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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싸움 열중하는 노동단체....MZ세대는 독자노선 걸으려
MZ세대, 기성 노조에 불만·차별화 시도...노사관계 변화와 혁신 기대
차제에 일터문화 재편해야... 복수 취업규칙과 이중임금제 검토할만 
복수노조체제하 노사관계 안정화 방안도...정부도 노동법제 개혁해야
임무송 금강대학교 교수
임무송 금강대학교 교수

[임무송 금강대학교 교수] 2021년 5월 노동 현장의 풍경

5월은 소중하고 고마운 이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계절이다. 우리는 그 찬란한 5월의 첫째 날을 ‘근로자의 날’로 기념한다. 올해로 131번째를 맞이하는 ‘노동절(May Day)’ 기념행사가 곳곳에서 열렸다. 

근로자 지위를 가진 사람들은 유급휴일을 즐기고, 정부는 유공자를 포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존중사회 실현이라는 정부의 목표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고 다짐하며  "ILO 핵심협약 비준도...안착될수록 노동의 만족도와 생산성이 높아져 기업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일자리를 갖지 못한 청년에게는 달나라 이야기이다. 2021년 4월 현재 청년 넷 중 한 명은 사실상 실업자이다. 민간기업은 경력직 수시채용으로 돌리고, 정규적 전환 잔치를 벌이던 공기업들마저 신규채용을 줄이고 있다. 갈 곳 없는 취업준비생들은 주중에는 300만원 구직수당을 준다는 고용센터로, 주말에는 공무원 시험장으로 몰린다.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근로자라고 사정이 좋은 것도 아니다. 건설현장에서는 여론의 비판은 아랑곳하지 않고 양대 노총 조합원이 노골적인 밥그릇 몸싸움을 벌인다. 

10년 만에 기업회생절차에 다시 들어간 쌍용자동차와 17만여 명의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적자기업 르노삼성과 한국GM은 해를 이어가며 임금인상과 성과급 투쟁 중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가 꿈틀거리자 노동조합들이 머리띠를 둘러매는 분위기가 조선, 디스플레이 등 제조업을 넘어 IT, 게임, 물류, 유통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여기에 연초에 성과급 불만으로 터져나온 MZ세대의 목소리는 사무직, 연구직 등 화이트칼라 노조 설립 움직임으로 발전하고 있다. 20-30세대가 노사문화 혁신의 견인차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노조 등장에 대한 우려가 교차한다. 
  
그러나 노동자를 대표하는 양대 노총은 조직경쟁과 투쟁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불평등 세상을 확 바꾸는 역사적 사명과 시대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 2021년 하반기 110만 전 조합원 총파업 투쟁에 나서겠다고 한다. 한국노총은 교사와 공무원의 헌법상 노동기본권과 정치적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투쟁함은 물론, 소방공무원 조직화에도 매진해서 공무원 노동자의 제1상급단체가 되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런데 양대 노총의 노동절 기념사를 보노라면 몇 가지 의문이 든다. 한국의 노동조합은 과연 불평등 완화에 기여하고 있을까? 왜 하필 조직화의 역점 대상이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된 공무원일까? MZ세대(1980-2000년대생)는 왜 독자적인 노동조합 노선을 택하려는 것일까? 20-30 화이트칼라 노조는 한국 노사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MZ세대를 중심으로 성과급과 임금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면서 2030세대 사무직 직원들이 생산직과 별도로 노조를 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MZ세대를 중심으로 성과급과 임금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면서 2030세대 사무직 직원들이 생산직과 별도로 노조를 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노동조합은 누구를 대표하고 있는가?

우리 헌법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헌법상 노동기본권으로 보장하면서 그 행사의 주체를 노동조합으로 정하고 있다. 특히 단체협약에는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고, 노동조합은 민형사상 면책, 조세 면제, 각종 정책 결정 과정 참여, 재정지원 등 적극적인 보호와 지원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와 문재인 정부가 채워준 ‘노동 존중’의 완장은 노조를 특별한 권력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은 그다지 인기가 없다. 고용노동부의 '2019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노동조합 조직률은 12.5%이며, 전체 조합원 수는 253만 1천여 명이다. 2020년 법내노조가 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4만7622명, 전국교수노동조합 631명 등을 더하면 257만9천여 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동조합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2010년 9.8%까지 떨어졌던 노조 조직률이 현 정부 들어서 다시 증가했지만 여전히 100명 중 87.5명은 미가입이거나 배제되어 있다. 일부 동구권 국가를 제외하고는 37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수준이다. 

둘째, 민간부문(10.0%)에 비해 고용이 안정된 공공부문(70.5%, 공무원 86.2%) 조직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셋째, 대기업 노조가 노동운동의 주력을 이루고 있다. 기업 규모별 조직율은 30명 미만은 0.1%, 30~99명은 1.7%, 100~299명은 8.9%에 불과하지만 300명 이상 사업체는 54.8%에 달한다. 

넷째, 대다수의 노조는 규모가 매우 영세하다. 조합원이 100명 미만인 노조의 수는 68.7%인데, 조합원 수는 4.9%에 불과하다. 다섯째, 초기업 노조 소속 조합원이 147만3천여 명(58.2%)에 달하지만 무늬만 산업별노조인 경우가 많아 기업별 노사관계의 특성이 여전히 강하다. 여섯째, 고용 형태나 인적 구성을 보면 정규직, 남성, 장년층이 주력을 이루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인력구성은 10(대기업의 정규직) 대 90(대기업 협력업체, 중소기업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중구조로 갈라져 있고, 1차와 2차 노동시장은 임금과 복리후생, 사회보험 수혜율 등이 양극화되어 있다. 

모기업 전속성이 강한 수직적 하도급 관계 속에서 대기업의 시장지배력과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가 결합한 적대적 공생 구조는 원청대기업의 고비용 노사관계의 부담을 하도급업체, 비정규직에 전가함에 따라 분열적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요약하자면 우리나라 노동조합은 초기업적 연대는 미약하고 집단이기주의의 수호자라는 비판에 노출되기 쉬운 구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대기업, 공공부문, 정규직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표성의 한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 노조는 같은 산별단체에 속한 협력업체나 비정규직의 가입을 거부한 사례도 있다. 

한편, 정치적 측면에서는 과잉대표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조직률은 12.5%에 불과한데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위원회를 비롯하여 각종 정부 정책결정기구에 위원으로 참여하지만 사회적 약자나 비조합원을 대표하고 있다는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MZ세대 노동조합 

IT, 게임 업계의 성과급 논란에서 시작되어 LG전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금호타이어 등 주요 대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MZ세대의 화이트칼라 노조는 조합원 규모 측면에서는 아직 미미하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첫째, 생산요소로서의 노동력의 중심이 블루칼라의 육체노동에서 화이트칼라의 지식노동으로 이동했음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둘째, 20-30 화이트칼라와 50-60 블루칼라의 차별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생산직 노조 조직률은 급락하고 화이트칼라가 주도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셋째,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가치관을 보이고 있다. 공정성 세대답게 연공서열제에 부정적이고 직무·능력·성과에 걸맞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한다. 노조의 특권화를 거부하고 열린 소통, 투명성과 민주성, 개성을 중시한다. 행동양식에 있어서도 파업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합리성, 책임성, 객관성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넷째, 1차 노동시장의 젊은 화이트칼라들이 사용자에 대한 반발과 고용불안 심리, 기성세대 노조에 대한 실망과 불신을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적 형태를 통해 표출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MZ세대의 이러한 움직임은 산업화시대에 형성된 노동체제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무엇보다 세대 간 형평성과 혁신을 저해하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와 권위적 기업문화를 쇄신하는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 투쟁과 반목으로 점철된 대립적 노사관계를 합리적 관계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려되는 요소도 적지 않다. 자칫 화이트칼라 노조가 엘리트의식과 극단적 경제적 실리 중심의 이기주의에 매몰된다면 1차와 2차 노동시장의 격차는 확대되고, 노사갈등에 노노갈등이 추가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의 사무직 직원들로 구성된 '현대자동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고 출범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의 사무직 직원들로 구성된 '현대자동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고 출범했다. 사진=연합뉴스

노사관계 합리화의 길로 나아가려면

우선 사용자가 달라져야 한다. 요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정작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실천은 미흡하다. 

“어떤 객관적인 관점에서 봐도 1000배 넘게 차이가 나는 보수 비율은 미쳤다”는 트윗을 날린 애비게일 디즈니(Abigail Disney)의 질타를 빌리지 않더라도 직원 임금은 동결하고 임원 연봉은 올리는 회사, 회장님의 초고액연봉과 퇴직금 누진제 등은 최고임금을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을 자청하는 것이다. 

기업의 인적자원관리 체계와 일터문화도 전면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특히 보수체계, 평가체계, 소통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기성세대의 기득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신세대의 요구를 반영하는 방법으로는 복수의 취업규칙과 이중임금제를 검토할만하다. 

복수노조체제에서 노사관계 안정화 방안도 필요하다. 현행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에서 신설 소수노조가 교섭권을 가지려면 사용자와 다수노조가 개별교섭에 동의해야 가능하다. 만일 노조 간 분열의 도구로만 이용하려고 할 경우 되려 노사관계 불안과 선명성 경쟁만 야기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노동관계 혁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제와 인프라 정비가 필요하다. 산업별 직무중심 노동시장에 필요한 정보인프라를 갖추고, 양극화를 확대하는 기업별 교섭체제를 산별교섭과 기업별 협의 체제로 재정비하는 방안, 노동조합에서 소외된 다양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근로자대표제와 같은 노동법제의 개혁도 시급한 과제이다. 

진정한 ‘노동 존중’은 현재 조직된 노동자와 노동조합만이 아니라 미조직 노동자와 미래의 노동자도 함께 존중하는 것이고, 노사관계의 합리화는 노사 상생과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나침판을 설치하는 것과 같다. 

때마침 일고 있는 MZ세대의 노조 활동은 우리나라 노사관계 혁신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그 답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 필자인 임무송 금강대학교 공공정책학부 교수(법학박사, 사회법)는행시 32회로 전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일자리정책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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