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톺아보기] 대만 56년만 '가뭄'...장기화시 TSMC 등 생산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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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톺아보기] 대만 56년만 '가뭄'...장기화시 TSMC 등 생산차질 불가피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5.09 11: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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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63% 차지하는 대만
지난해 이후 56년만의 최악의 가뭄 이어져
초미세 공정 발달할수록 반도체 생산시설 물 사용량 늘어
지난해 텍사스 한파, 삼성전자 3000억~4000억원 손실
대만·텍사스 모두 '기상이변', 한국 역시 자유롭긴 어려워
황선봉 예산군수 등이 22일 오전 충남 예산군 오가면 신장리 국사봉에서 기우제를 열고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며 절을 하고 있다.
2017년 6월 황선봉 예산군수 등이 충남 예산군 오가면 신장리 국사봉에서 기우제에 참여했다. 사진=예산군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애플·테슬라·AMD 등 첨단 IT 기업 관계자들은 최근 대만 강수량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가뭄 때문인데요, 한국의 반도체 기업 역시 기상이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아열대성 온난습윤 기후인 대만은 평소 비가 많이 내리지만 올해는 56년만의 가뭄을 겪고 있습니다.

대만에는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시장 점유율 1위(TSMC)와 3위(UMC) 기업의 생산시설이 밀집돼 있습니다.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제품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IT업계에서는 대만의 가뭄이 길어질까 걱정하고있습니다. TSMC와 U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3%에 달합니다. 

반도체 생산을 위해선 초순수(UPW, Ultra Pure Water)가 필요합니다. 초순수란 일반적인 물 속의 무기질, 미립자, 박테리아, 미생물, 용존 가스 등을 제거해 고도로 정제한 물을 말합니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는 웨이퍼(원판)을 투입해 수백개의 공정을 거쳐 완성품으로 만듭니다.

지난 3월초 대만에서 열린 기우제. 사진=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
지난 3월초 대만에서 열린 기우제. 사진=뉴스앱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

초순수는 공정 전후의 세정작업에 쓰입니다. 웨이퍼 위에 미세한 회로를 세긴 후 남은 부스러기를 씻어내거나 화학물질을 세척하는 등 쓰임새가 많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나 TSMC가 생산 중인 5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제품은 차선단 공정 제품보다 물 사용량이 많습니다. 현재 생산 중인 반도체 중 가장 선폭이 좁은 제품이 5nm대 제품입니다.

수율을 높이고 좁은 선폭의 회로를 웨이퍼에 새기는 공정을 반복해야 하는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장에서는 많은양의 물이 24시간 공급돼야 합니다. 

반도체 제조공장은 24시간, 365일 가동합니다. 웨이퍼를 한 번 투입한 이후에 생산라인을 멈출수 없습니다.

제조 장비의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기만 해도 기존에 투입된 웨이퍼는 폐기해야 할 정도로 미세공정의 난이도는 높습니다.

지난해 여름 이후 계속된 대만의 가뭄에 TSMC와 UMC는 물론 대만정부 관계자와 이 곳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애플, AMD, 테슬라 등 주요 고객사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TSMC도 대만의 가뭄이 장기화되면 용수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진=연합뉴스

대만 정부는 TSMC 공장이 있는 대만 중북부 지역의 기업체를 대상으로 공업용수 사용량을 줄일 것을 지시했고 남부지역의 용수 공급 수압을 낮춘것으로 알려졌습니다.

TSMC가 대만 전체 기업 시가총액 중 30% 가량을 차지합니다. 대만 당국이 가뭄이 길어지면서 고부가가치 사업에 공업용수 공급을 집중하고 있는 겁니다. 미용실에선 샴푸로 머리를 감겨주지 않고, 주유소는 세차를 중단하는 등 각종 규제로 물 사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TSMC는 공식적으로는 "물 사용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가뭄이 계속되면 생산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기상 이변으로 인해 지난 1분기에 3000억~4000억원의 손실을 봤습니다. 

한승훈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전무는 지난달 29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텍사스 오스틴 공장은 한파와 폭설로 인한 단전과 단수로 가동이 중단 돼 웨이퍼 생산 차질이 발생했고 피해 규모는 총 7만1000장 정도"라며 "이는 약 3000억~4000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밝혔습니다. 

텍사스 정전은 빠르게 복구 됐지만 삼성전자 생산시설이 정상화 되기까지는 6주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물 공급을 빠르게 재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텍사스 당국은 당시 텍사스 전체 주민의 4분의 1인 약 700만명에게 수돗물을 끓여 마시라고 권고했습니다. 텍사스 지역 주민 대다수가 식수 공급도 못받고 씻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스틴 시 당국이 병원 등 생활필수 시설에 우선적으로 물을 공급했습니다. 

삼성전자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의 연간 물 사용량은 지난 2017 회계연도 기준으로 21억 갤런(약 8억 리터)입니다. 삼성전자가 오스틴 공장 한 곳에서 쓰는 물이 미국 시민 40만명이 하루에 쓰는 물의 양과 같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지원정책에 따라 TSMC와 삼성전자는 미국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늘릴 계획입니다. 이 때문에 후보지역의 물 공급능력은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습니다. TSMC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에 추가로 최대 5곳을 더 확대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도 뉴욕, 애리조나 등 미국내 후보지 중 텍사스 오스틴시에 생산시설을 추가 건설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15년 충청남도 당진시 인근 지역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에 증설 중인 반도체 생산시설의 물공급 방안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평택에 증설을 계획중인 반도체 생산시설이 완공되면 하루 25만톤의 물이 추가로 공급돼야 합니다. 외부 수원(水源)에서 공장까지 물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주변 지역 주민이 민원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경기도 용인시에 조성될 ‘반도체클러스터’에 약 4개의 반도체 공장을 짓는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장을 가동하려면 하루 26만톤 규모의 물이 필요한데 팔당상수원에서 하남을 거쳐 용인까지 물을 끌어오는 계획에 하남시가 반대해 답보상태에 있습니다. 하남시는 지역 주민의 반대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생산라인에서 3나노대 제품을 내년중에 양산한다는 계획이고, SK하이닉스는 10나노대 D램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회로선폭이 더 줄어들면 물 사용량은 더 늘어납니다. 

당장 한국에 위치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이 물 부족으로 생산에 타격을 입는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만과 텍사스 오스틴 모두 예상치 못한 기후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통상 연평균 3~4개의 태풍이 대만을 통과하지만 지난해는 1964년 이후 처음으로 대만을 통과한 태풍이 없었습니다.

텍사스 역시 평소에는 한겨울에도 온도가 5도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 따뜻한 지역입니다. 지난 한파 때는 최저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졌습니다. 대만과 텍사스 모두 기상이변인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전세계적 기상이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폭우와 가뭄이 더 심해지고 수자원 관리는 어려워집니다. 어쩌면 우리도 대만처럼 미용실과 주유소 대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공장에 물공급을 집중해야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국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모두의 미래를 위해 기상이변에 관심을 가지고 대처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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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현 2021-05-19 20:43:05
대만에 56년만의 가뭄이 왔다니 믿을 수가 없네요. 하루빨리 이에 대처해서 공업수나 그런 물들의 사용량을 줄여 복구가 빨리빨리 되었으면 좋겠네요 대만분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