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운의 미래를 보는 미술] 앤디 워홀을 알아야 세계 미술시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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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운의 미래를 보는 미술] 앤디 워홀을 알아야 세계 미술시장이 보인다
  • 최고운 큐레이터, 미술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5.08 14: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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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절제된 스타일 즐긴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
제품과 유명인 이미지 반복...대량생산문화의 자본주의 본질 꿰뚫어
경매마다 최고가 경신...언제나 새롭게 해석되고 현시대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작품성
 
최고운 미술 칼럼니스트
최고운 미술 칼럼니스트

[최고운 미술 칼럼니스트] 영화 ‘미나리’로 2021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품은 배우 윤여정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아카데미 수상 소감은 ‘최고의 수상 소감(워싱턴포스트)’, ‘올해 공식 연설 챔피언(영국 더타임스)’이라는 극찬을 받는 등 진실함과 감동을 넘나드는 말솜씨로 세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K-팝, K-컬처의 힘을 다시 한번 인증하며, 한국 콘텐츠의 힘을 보여주는 듯하다.

흡사 1960년대의 미국이 지금의 우리나라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당시 미국 사회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산업 기술의 편리함과 새로움에 감탄하며 여느 세대들보다도 대중문화와 스타의 명성에 열광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에 성장한 팝아트의 선구자인 앤디 워홀은 자신을 상업미술가이자 스타의 지위로 만들어가면서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했다.

워홀은 과감하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상업미술의 방식을 이용해 당시에 유명한 것들과 일상적인 것을 주제로 삼아 가장 비개성적이고 평면적이면서, 가장 미술적이지 않은 형태로 작가만의 특이성을 구축하며 순수 미술에 다가갔다.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유명 브랜드들의 협찬 의상 250벌을 물리고 자기만의 절제된 스타일을 지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앤디 워홀作 Silver car crash (Double disaster) (in 2 parts), 1963, 267.4x 417.1cm, Silkscreen ink and spray paint on canvas.이 작품은 2013년 11월 뉴욕의 소더비 경매에서 1억544만 달러(한화 약 1181억 5112만원)에 팔렸다. ⓒartnet
앤디 워홀作 Silver car crash (Double disaster) (in 2 parts), 1963, 267.4x 417.1cm, Silkscreen ink and spray paint on canvas.이 작품은 2013년 11월 뉴욕의 소더비 경매에서 1억544만 달러(한화 약 1181억 5112만원)에 팔렸다. ⓒartnet

앤디 워홀과 포스터모더니즘

1977년의 앤디 워홀
1977년의 앤디 워홀. 사진=위키피디아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가 앤디 워홀은 192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태어났다. 워홀은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색칠하기, 종이 오리기, 만화나 화려한 할리우드 잡지에 흠뻑 빠져있었다. 1945년 회화와 디자인으로 유명한 카네기멜론대학(Carnegie Mellon University)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해 미술학사 학위를 받았다.

그 당시 미국 미술은 내적 세계를 표출하는 주관적인 추상표현주의가 주를 이루었지만 워홀은 자본주의 속성인 상업 제품과 유명 인물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배치하고 기계를 이용해 원작의 손길을 지워 버림으로써 대량생산의 문화를 표현했다. 

앤디 워홀이 미술에서 보여준 차용은 예술이 더이상 자율성에 의한 창의적인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들을 예술의 범주에 가져와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것임을 의미했다.

이로 인해 예술작품에 존재하던 '유일성'과 '원본'의 개념은 사라지게 되며,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특정 매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대중적인 예술의 가능성을 열었다. 그리고 워홀은 다른 팝아트 작가들보다도 훨씬 더 노골적으로 기계적이고 세속인 것을 주제로 삼았다. 이는 외적으로는 미국의 상황을 찬양하는 듯 보이지만, 거대한 모더니즘의 관념들을 공격하고 기존의 고정된 의식과 귀족적인 미술을 무너뜨리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반세기 동안 주장되던 전통과 전혀 다른 미술 사조인 '반회화적 팝아트' 탄생을 의미했다. 고급 미술과 대중 매체의 구분을 무시하고, 오리지널리티를 철저하게 불신하며, 기존 이미지를 전유(차용)·반복함으로써 포스터모더니즘과 무리없이 하나가 됐다. 

미술시장에서도 예외는 없다. 최근 국내외 미술시장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팝아트와 팝아트 이후의 사조이다. 우리가 미술투자를 할 때에 팝아트를 알아야 하는 이유다.

앤디 워홀作, Triple Elvis (Ferus Type), 1963, 208.3 x 175.3cm, Silkscreen ink and silver paint on linen. 이 작품은 2014년 11월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8192만 달러(한화 약 917억 9696만 원)에 팔렸다. ⓒartnet
앤디 워홀作, Triple Elvis (Ferus Type), 1963, 208.3 x 175.3cm, Silkscreen ink and silver paint on linen. 이 작품은 2014년 11월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8192만 달러(한화 약 917억 9696만 원)에 팔렸다. ⓒartnet

최고 낙찰가 ‘죽음과 재난’ 시리즈

어린 시절부터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많았고, 항상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동료들에게 토로했던 앤디 워홀은 실재와 현실, 그리고 환상의 구조를 미묘하고 복잡하게 풀어내 표현했다.

소비주의 사회에 만연된 매스 미디어의 환상과 기계 복제를 스크린에 옮김으로써 현대 사회의 메커니즘을 모방하고, 동시에 그 환상적인 공간 아래에 발생하는 끔찍한 사고와 처참한 죽음 그대로를 삽입함으로써 실재를 받아들이고, 현실과 상처를 보여주고자 했다. 

그 당시 미국 소비주의와 기계문명의 역효과, 사회, 정치 제도의 불합리성을 비판하기 위해 '영원한 스타' 마릴린 먼로의 죽음, 존 F. 케네디의 암살, 흑인들의 폭동, 학생운동, 재난 등의 기록적 사진을 선택해 거리두기와 실크스크린의 반복적 표현으로 풀어냈다. 

이러한 실크스크린 기법은 다양한 효과를 야기해 관람자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예를 들면, 원본 사진의 세부적인 사항들을 삭제하기도 하고, 두드러져 보이게도 하며, 단일색의 반복으로 마치 악몽속 한 장면처럼 트라우마적이면서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상시켰다. 현대 문물을 대표하듯 기계의 시선으로, 무감각하면서 아무 감정없이 텅 빈 주체의 표상을 표현해 현대 사회를 비판했다. 

앤디 워홀의 엘비스 작품은 15년 전 우리나라 돈으로 약 176억 8140만원에 낙찰됐는데, 2014년 기준으로는 그 작품의 가격이 911억 8252만 원으로 약 4.2배가 올랐다. 

앤디 워홀作, Green car crash - Green burning car I, 1963, 228.6 x 203.2cm, Synthetic polymer, silkscreen ink and acrylic on linen.이 작품은 2007년 5월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7172만 미국 달러(한화 약 803억 6226만원)에 팔렸다. ⓒartnet
앤디 워홀作, Green car crash - Green burning car I, 1963, 228.6 x 203.2cm, Synthetic polymer, silkscreen ink and acrylic on linen.이 작품은 2007년 5월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7172만 미국 달러(한화 약 803억 6226만원)에 팔렸다. ⓒartnet

앤디 워홀의 중요성과 위상

6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앤디 워홀의 작품은 계속 새롭게 조명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본인 최고가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는 앤디 워홀의 작품이 여전히 새롭게 해석되고 있고 현시대에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작품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앤디 워홀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예술가로 하여금 미술이 어떠한 형태와 유형으로 존재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관념이나 의식을 형성하는 데에 큰 역할과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기술이 더욱 발달되어 인공지능으로 자동화가 고도화되고 연결성이 극대화되는 제4차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폭력과 충격이 존재하며 실재를 은폐하고 덮어버림으로써 실제와 가상현실, 진실과 거짓, 개인과 사회 등 혼란이 끊임없이 가중되고 있다.

“지금 현실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는 것.” 그것이 예술가의 시선이고, 예술로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 필자인 최고운은 11년 차 큐레이터다. 권진규 미술관(춘천),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미술관(진주), 록갤러리(서울) 등에서 한국 근현대미술의 정체성 재조명 전시기획 독립큐레이터 활동(2014-15) 및 (재)한원미술관, 종이나라박물관, 학고재 등에서 재직했다. 현재 문화예술 저변 확대를 목표로 강의하며 미술 칼럼니스트, ㈜피카프로젝트 선임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연구 보조/자료 리서치 임선미 RA(Research Assist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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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gam 2021-05-09 16:44:11
기사를 읽으니 팝아트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지네요. 앤디 워홀은 지금까지 이름만 알고 있었지만 이제 어떤 사람인지, 또 얼마나 대단하지 알게되었어요. 나중에 시간이 있을 때 앤디 워홀 전시관이 있으면 꼭 가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