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우유 사면 복수 투표허용' TV오디션 프로 '청춘유니3' 중단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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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우유 사면 복수 투표허용' TV오디션 프로 '청춘유니3' 중단 명령
  •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 승인 2021.05.0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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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 투표 위해 우유 하수구에 버리는 촌극 발생
출연진 부모 마약 판매설… 프로그램 중단까지 각종 구설수
지나친 팬덤 활용 및 음식 낭비 사건으로 중국 언론들에 뭇매
중국 방송계는 오락 프로그램 제작 위축으로 이어질까 고심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중국에서 네티즌의 동영상 제보로 중국 인기 오락프로그램이 잠정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베이징광전총국은 팬들이 지지하는 아이돌에게 투표하기 위한 우유 버리기, 출전 선수 부모 기업의 불법 경영 문제 등 각종 사회 문제를 일으킨 프로그램 '청춘유니3 (靑春有你3)’ 후속 프로그램 녹화를 중단하라고 아이치이(爱奇艺)에 명령했다.
 
‘청춘유니3’는 한국의 엠넷에서 방영한 ‘프로듀서 101’과 유사한 중국판 남자 아이돌을 선발하는 중국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댄스 멘토로 출연하면서 한국에도 알려져 있다. 

'청춘유니3' 아이치이 제작진은 베이징광전총국의 프로그램 중단 명령에 대해서 5일 새벽 "성실히 받아들이고 승복한다"며 "방송행정부서 관리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이 프로그램의 촬영을 중단하고 미디어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전적으로 지며 프로그램 관리 제도를 정비하여 문제점을 점검,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출연진 부모 마약 판매설… 프로그램 중단까지 각종 구설수 올라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인 ‘청춘유니3’의 녹화가 중단된 결정적 계기는 네티즌이 제보한 우유를 하수구에 쏟아 버리는 동영상이다. 

‘청춘유니3’는 팬들이 지지하는 참여자에게 투표를 할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아이치이는 자사 플랫폼 일반 회원은 하루 1표, 유료회원은 하루 2표까지 투표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독점 후원사의 특정 제품에 표기된 QR코드를 스캔할 경우 여러 차례 복수 투표가 가능하도록 했다.

베이징광전총국은 우유 버리기 동영상으로 문제가 불거진 '청춘유니3’ 후속 프로그램 녹화 중단 명령을 내렸다. 사진=베이징광전총국 홈페이지 캡처.
베이징광전총국은 우유 버리기 동영상으로 문제가 불거진 '청춘유니3’ 후속 프로그램 녹화 중단 명령을 내렸다. 사진=베이징광전총국 홈페이지 캡처.

이에 따라 ‘청춘유니3’의 단독 협찬사 멍뉴(蒙牛)는 자사 우유 뚜껑에 투표 코드를 인쇄해 판촉에 활용했는데 특정 그룹의 극성 팬클럽이 우유 사재기를 통해 지지 참여자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사들인 우유를 처분하지 못해 내다 버리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우유를 버리는 영상이 중국 쇼트클립 동영상 플랫폼인 더우인에 게재되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프로그램 녹화중단이라는 사태를 맞았다. 유명 아이돌을 탄생시킨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인 ‘청춘유니3’와 관련한 구설수는 이전에도 끊이지 않았다.
 
‘청춘유니3’의 출연자로 몇 주간 높은 순위를 이어가던 토니(위징티엔)의 부모가 성매매 포주이며 과거에 마약을 유통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토니 소속사는 위징티엔이 인터넷이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부모가 관련 일을 하지 않았다고 부정하지 않아서 부모의 이슈가 단순 루머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한 ‘청춘유니3’은 한국의 ‘프로듀서 101’을 베낀 프로그램이라는 비판과 함께 짝퉁팽수가 ‘청춘유니3’ 예고편에 등장하고 우상들을 쫓는 팬들의 지갑만을 노린 이벤트와 판매를 진행했다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팬이 고용한 인부들이 연습생에 투표하기 위한 QR 코드를 얻기 위해 우유를 대량으로 버리고 있다. 사진=유튜브화면 캡처.
팬이 고용한 인부들이 연습생에 투표하기 위한 QR 코드를 얻기 위해 우유를 대량으로 버리고 있다. 사진=유튜브화면 캡처.

지나친 팬덤 활용 및 음식 낭비 사건으로 중국 언론들에 뭇매

우유를 하수구에 쏟아 버린 사건을 만든 ‘청춘유니3’ 프로그램에 대해 중국 언론들의 비판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신화통신은 ‘청년들을 도랑에 몰아넣지 말라’는 논평을 통해 "아이돌이 데뷔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제작진과 스폰서가 높은 열도와 엄청난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이런 식의 프로그램이 기획할 때 엄청난 낭비의 위험을 감안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마땅히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을 생각해 본 적 있는가?”라고 ‘청춘유니3’ 프로그램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중앙방송국(CCTV)은 '팬들이 이렇게 쫓아오도록 유도한다면 과감하게 칼을 빼들어야 한다'는 글을 올려 "엉터리 스타몰이에는 사업자와 플랫폼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자와 플랫폼은 선수의 데뷔 여부를 팬 투표와 묶어 해당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기획한 만큼 낭비를 예상할 수 있어야 하고 프로그램에 미칠 악영향을 평가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29일 ‘중화인민공화국 반식품낭비법’이 정식으로 시행됐다. 이에 따라 반식품낭비는 국민적 합의일 뿐만 아니라 강력한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됐다. 이 법에 따르면 우유를 사서 마시지 않고 버린 행위를 유도한 프로그램 제작사인 아이치이에게는 10만 위안(1740만원) 정도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청춘유니3’는 여러 구설수로 인해 결국 제작이 중단됐다. 출처= 아이치이 홈페이지 캡처.
‘청춘유니3’는 여러 구설수로 인해 결국 제작이 중단됐다. 사진= 아이치이 홈페이지 캡처.

중국 방송계는 오락 프로그램 제작 위축으로 이어질까 고심

중국 문화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아이돌 관련 사업이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돌을 쫓는 ‘팬덤 경제’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팬덤 경제가 커지면서 중국 프로그램 제작사들은 팬들을 주머니를 터는 행위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팬덤을 이용해서 프로그램 수익을 높이려는 다양한 이벤트 시도가 진행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청년들을 도랑에 몰아넣지 말라’며 ‘청춘유니3’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사진=신화사 웨이보 캡처.
신화통신은 ‘청년들을 도랑에 몰아넣지 말라’며 ‘청춘유니3’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사진=신화사 웨이보 캡처.

팬덤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일부 팬덤이 강한 연예인의 경우 천문학적인 출연료를 받아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경우도 생겼다. 

중국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청춘유니3’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중국 방송계에서 인정되어 왔던 팬덤 활용 상술, 지나친 간접광고, 연예인들의 자질 문제 등과 관련해 문화계의 자정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중국 방송계는 ‘청춘유니3’ 프로그램 녹화 중단 사태로 인해 중국광전총국의 프로그램 인허가가 더욱 어려워져 자칫 프로그램 제작 및 광고유치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 박신희 중국 통신원은 중국대중문화전문가이자 작가로  2006년부터 베이징에 거주하며 한중문화교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대한민국한류대상시상식에서 글로벌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중국문화산업', '중국인터넷마케팅', '그대만 알지 못하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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