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일 교수 별세…중도보수 이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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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일 교수 별세…중도보수 이론가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01.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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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시 대표와 충돌후 의원직 사퇴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청와대 수석 등을 지낸 박세일 교수가 13일 오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9세. 병명은 위암.

중도보수, 개혁 보수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온 이론가. 학자이자 정치인.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연구원과 서울대 법대 교수 등을 거쳐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사회복지수석을 역임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나경원 최경환 유승민 이혜훈 의원, 정두언 박형준 윤건영 정문헌 전 의원, 박재완 이주호 진수희 등 정치 신인들을 발굴했다.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시절 수도 이전 문제로 당시 박근혜 대표와 갈등을 빚은 후 2005년 3월 전격 탈당하며 의원직을 사퇴했다.

2006년 '싱크탱크'인 한반도선진화재단을 설립해 이끌어 왔고, 서울대 명예교수와 안민정책포럼 명예이사장으로 재직해왔다.

 

1970년 ~ 1973년 한국산업은행 조사부 법제조사과 근무

1980년 ~ 1985년 한국개발연구원 수석연구원

1985년 ~ 1994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1994년 ~ 1998년 김영삼 대통령 비서실 수석비서관(정책기획, 사회복지)

1998년 ~ 1999년 미국 Brookings Institution 초빙연구원

1999년 ~ 2000년 한국개발연구원 정책경영대학원 초빙석좌교수

2004년 한나라당 17대 총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겸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장

2004년 ~ 2005년 한나라당 17대 국회의원(비례대표)

2012년 ~ 2012년 국민생각당 대표

2006년 ~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2013년 ~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김호기 서울대 교수 평가 (페이스북)

 

“박세일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선생님을 존경해온 후학의 한 사람으로 삼가 명복을 빈다. 암이라 무척 고통스러우셨을텐데, 이젠 편히 안식하시길... 그동안 박세일 선생님에 관한 글들을 더러 썼다. 아래는 그 가운데 하나다.

"박세일 교수는 책을 통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만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기억에 남아 있는 인상적인 만남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이뤄졌다. 2010년 1월 워크숍이 있어 스탠포드대학에 갔을 때 연구차 머물고 계시던 박 교수를 만났다. 스탠포드대학 신기욱 교수와 함께 우리는 ‘일번지’라는 평범한 한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하면서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창조적 세계화론>이 발표되기 직전인지라 이날 박 교수의 이야기는 선진화, 세계화, 그리고 통일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이런 과제들을 달성하기 위한 주체 세력에 대해 박 교수는 중도보수와 중도진보 간 일종의 연합 세력의 구축을 강조하시기도 했다. 우리사회 보수 대 진보의 ‘쟁투적’ 상황을 고려할 때 동의하긴 어려운 주장이었지만, 우리 미래에 대한 박 교수의 고민과 충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지난달 내가 강의하는 교양과목 ‘진보와 보수’에 특강을 하러 오셨을 때였다. 박 교수는 선진화와 통일의 중요성을 열정적으로 강의하신 다음 학생들과 활기찬 토론을 벌이셨다. 객석에 앉아 강의를 들으며 문득 떠오른 생각은 교단에 서신 박 교수의 모습을 처음 봤다는 것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한나라당 정책위원장,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에 앞서 박 교수는 천성적으로 교수이시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이날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강연이 시작되기 전 과학관 앞 벤치에 앉아 박 교수와 나눈 이야기였다. ‘공동체 자유주의론’에 이율곡 선생의 ‘대동사회론’의 문제의식이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말씀드리자 박 교수는 대동사회론의 기원인 ‘예기’를 언급하면서 민생과 사회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시기도 했다. 올해 초 나는 ‘공동체 자유주의’에 맞서는 ‘연대적 개인주의’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공동체 자유주의는 분명 한국 보수의 철학적 고민을 담고 있고 또 그 수준을 일대 업그레이드한 말이다.

평소 나는 우리 사회과학자들 가운데 박 교수가 가장 문제적 인물이라고 생각해 왔다. 박 교수의 선진화 담론은 2000년대 중반 위기에 빠진 보수 세력을 구출했다. 이명박 정부의 ‘선진일류국가론’도 선진화 담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으며, 이점에서 박교수는 프랑스 문학사회학자 루시앙 골드만이 말한 바 있는 한국 보수 세력의 ‘숨은 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몇몇 가까운 친구들은 내가 박교수를 너무 높이 평가한다고 더러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박교수는 아카데미즘(academism)과 정책연구(policy studies)를 본격적으로 결합시킨 우리 사회 최고의 ‘아카폴리(Acapoli)’ 사회과학자다. 박 교수가 이 말을 들으시면 다소 섭섭해 하실지 모르겠지만, 젊은 진보적 사회과학자들은 박 교수와 대결하고 또 넘어서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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