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한 칼럼] 백신 여권(Vaccine passport),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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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한 칼럼] 백신 여권(Vaccine passport),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 김장한 서울아산병원·울산의대 교수
  • 승인 2021.05.04 11:3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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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유인 위한 아이디어로서 '백신 여권'
백신이 효과적이어야 백신 여권도 유효한데...과연 그럴까
더 중요한 건 마스크 쓰기·사회적 거리두기...내년 인체실험 결과도 기다려야
언론, "백신 충분치 않다" 불안 키워선 안돼...위험순에 따라 접종하는 '사회적 선택'하는 것
백신은 보험과 비슷해...국가 전체도 백신에 과도하게 의존해선 안돼
김장한 서울아산병원 교수
김장한 서울아산병원 교수

[김장한 서울아산병원·울산의대 교수]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백신은 이 사태를 종결지을 수 있는 '마법 탄환'으로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정치적 욕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백신 접종을 마친 자들에게는 어떤 훈장을 달게 할 것인가? 그 중 하나로 언급되고 있는 것인 백신 여권(vaccine passport)이다. 

백신 여권은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게 그것을 증명하는 신분증을 만들어서 여권처럼 다른 나라 입국을 가능하게 하자는 생각인데, 2021년 초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백신 접종 사실이 확인되는 여행객들은 코로나 감염자 발생이 적은 뉴질랜드, 호주 등으로 여행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스마트폰 앱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로 인터넷상 회자된 적이 있다. 

현재 이스라엘은 2차 접종을 마치거나 감염으로부터 회복한 자국 국민들에게 백신 여권과 유사하지만 제한된 형태의 다중 시설 입장 허가증인 '녹색 통행증(green pass)'을 발부하고 있다.

'백신 여권'은 접촉 유인책으로 효과적인가 

백신 접종률을 끌어 올려서 집단 면역을 달성하려는 정부로서는 저위험군에 속하는 젊은 집단에 대한 백신 접종 유인책이 필요하다. 2020년 시행된 조사에 의하면 중국, 인도는 답변자 중에 91%, 영국은 81%, 미국 66%, 프랑스 44% 만이 백신 접종을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는 백신을 맞은 자에게 차별적 혜택을 주려고 하는 것이다. 

백신 여권에는 어떤 혜택이 있을까? ① 야외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 ② 코로나 양성자와 접촉한 경우에도 증상이 없는 한 자가 격리를 면제하는 것 ③ 해외에서 귀국자 중에 증상이 없으면 자가 격리를 면제하는 것 정도가 언급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귀가 솔깃할만한 이야기인데 뭔가 명확하지 않아서 주저하게 하는 부분이 있어보인다. 바로 차별을 정당화할 정도로 백신이 유용한 것인가라는 문제다. 의학적인 측면에서 이 문제를 조명해 보려고 한다.

전체 인구의 65% 정도가 특정 항체를 같게 되면 집단 면역이 형성된다고 하자. 이렇게 되면 바이러스 증식이 억제되어 해당 집단 내에서 바이러스는 번식을 못하기 때문에 자연 소멸된다고 한다. 이러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은 현재로서는 집단내 구성원들이 직접 감염이 되어 회복하거나, 백신을 맞는 두 가지 방법만이 존재한다.

백신을 맞으면 비접종군에 비하여 90% 이상 코로나 감염 증상 발현자 수가 감소한다는 것은 백신 품목 허가 과정에서 위약 대조군 연구를 통하여 확인된 사실이다. 일반인은 이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외 여러 문제들이 추가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데, 그와 관련된 미국 질병예방 통제센터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① 현재 허가된 Covid-19 백신은 새롭게 나타나는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증거들이 제한적이지만 나타나고 있다. 

② 백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사용, 사회적 거리 두기는 여전히 전염을 막기 위한 중요한 방법이다.

③ 코로나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위해 백신을 맞은 자들에 대한 일련의 완화 조치들을 취하는 것을 추천한다.

여기에서 백신 여권과 관련되는 ③에서 언급되는 완화 조치들이 이 글에서 필자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미국 질병예방 통제 센터의 입장은 정당한가 하는 점이다. 

영국은 지난 4월부터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코로나 인체 실험(human challenge trial)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4월부터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코로나 인체 실험(human challenge trial)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 인체 실험으로 알게 될 것들

윤리학계를 중심으로 작년부터 논의되었던 코로나 인체 실험(human challenge trial)이 시작되었다. 2021년 2월 영국에서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서 4월부터 Covid-19에 대한 human challenge trial이 시작되었는데 연구팀 중 하나인 옥스퍼드 대학 연구 계획을 보자. 

자연적으로 코로나를 앓고 나서 완전히 회복한 18~30세 이하의 자원자 64명을 모집해 우한에서 채취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투여하고 그 중 50%에서 무증상 감염을 일으키는 최저 바이러스 용량을 결정하는 1상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자원자는 최소 17일 정도 병원에 머물다가 퇴원하며 이후 12개월 동안 추적 관찰을 하기 위해 적어도 8번 정도 재방문해 상태를 점검하게 된다. 

재감염을 가능하게 하는 최저 바이러스 용량이 결정되면 좀 더 많은 자원자를 모집해 내년쯤에 2상 연구에 들어갈 예정인데, 여기서는 구체적인 재감염 관련 면역 기전을 연구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백신 접종군에 대한 무증상 감염,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접종군, 자연 치유군) 재감염, 백신의 유효 기간 등과 같이 현재는 알기 어려운 과학적 사실들이 조금씩 베일을 벗게 될 것이다.

백신 접종자 중에서 무증상 감염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질병 예방이라는 백신의 목적에 관여하지 않았고 현실적으로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인데, 미국의 백신 품목 허가 당시 검토되지 않은 부분이다. 백신의 유효 기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들은 보건 역학적 관점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백신에 대한 과신 보다 더 중요한 것들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전혀 정보가 없는 무지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정책적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가?

우리 매스컴은 연일 인도에서 발생한 대규모 발병 사례와 시신 화장 장면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을 공포에 휩싸이게 만든다. 정부로서는 조속한 시일내에 백신을 충분히 수입해서 전 국민에 대한 집단 면역을 달성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백신을 충분하게 수입하지 못해서 코로나 방역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정부 여당을 질타하는 야당 정치인의 모습이 당당하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모습을 보는 것이 편하지 않다. 백신이 가지는 특성에 의하면 우선 코로나 바이러스에 취약한 환자군들에 대한 접종에 노력해야 한다. 60세 이상 연령군, 고위험군, 의료진들에 대한 접종에 집중하여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사망 사고의 발생을 낮추어야 한다. 

그 이후에 저위험군에 대한 접종은 사회적 선택의 과정으로 인정해야 한다. Covid-19 감염자들이 혈전으로 사망하는 것과 Covid–19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 혈전이 생기는 것은 사실상 같은 기전에 의한 것이다. 이익이 있으면 손해도 있기 때문에 개인은 각자 섬세한 이익 균형을 맞추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 사회적 거리두기 등은 코로나 발병이 지속하는 한 유지하면서 치료제 개발, 감염자 발생 상황, 의료 시설 여유 등에 맞추어 기존 방역 조치를 적절한 제거할 시기를 기다리면 된다. 반대로 백신 여권이나 그린 패스 같은 차별적 조치는 아직은 근거가 없다고 본다. 

백신은 일종의 보험일 뿐

루이 파스퇴르가 탄저병(Anthrax), 광견병(Rabies) 백신 개발에 성공했을 때, 그는 모든 전염병을 백신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폐렴 백신을 만들려고 했을 때, 폐렴 구균의 변이성으로 인해 실패했다. 시간이 흘러 1977년이 되어서야 미국에서 최초로 폐렴 백신이 허가된다. 천연두가 백신으로 없어졌다는 경험적 사실이 모든 바이러스 감염병을 백신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백신은 보험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보험을 과도하게 가입하면 가정 경제가 망가지듯이, 백신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국가 경제가 망가지게 된다. 

인간이기 때문에 자연 선택의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는 것이지만, 인간이 자연 선택을 결정할 수는 없다. 지난 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발병했다가 지금은 잠잠해 풍토병이 되어 간헐적 나타나듯이, 이번 Covid-19 역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김장한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서울아산병원 교수(박사)는 서울 의대와 법대 및 동 의대, 법대 대학원(석사)을 졸업하고 법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법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부 전공은 법의학과 사회의학이다. 대한법의학회 부회장, 대한의료법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 의학과 관련한 역사, 예술, 윤리, 법, 제도, 정책 주변 이야기를 두루 다룰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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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 2021-05-07 12:46:18
백신 접종은 선택이라는 사회적 동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모바일큰손 2021-05-04 18:25:13
오피니언뉴스는 김교수님과 같이 중용을 실천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을 더 많이 발굴했으면 합니다.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정치적 사설보다 독립적 지식인들의 오피니언이 필요합니다.

보험가입자 2021-05-04 12:50:17
백신은 보험이라는 표현이 와 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