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브레이스, 그후 40년…‘초불확실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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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브레이스, 그후 40년…‘초불확실성의 시대’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1.1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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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에서 글로벌리즘 무너지고, 국내는 미증유의 정국 혼미

지금 50대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베스트 셀러가 영국의 석학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 1908~2006)가 쓴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tainty)라는 명저였다. 그가 그 책을 쓴 시기가 1977년이었다. 그로부터 40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갈브레이스는 그 책에서 현대(당시)를 ‘사회를 주도하는 지도원리가 사라진 불확실한 시대’라고 규정했다. 현대는 과거처럼 확신에 찬 경제학자도, 자본가도, 사회주의자도 존재하지 않는 시대이고, 우리가 진리라고 여겨왔던 많은 것들과 합리성과 이성에 근거한 담론체계도 의심스러우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혼란스러운 시대라고 주장했다.

갈브레이스가 책을 쓸 때, OPEC의 원유 감산으로 제1차 오일쇼크가 발생하고, 미국은 저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 즉 스테그플레이션에 빠져 있었고, 베트남전 패전의 후유증에 시달렸다. 전후 세계금융질서였던 브레튼우즈 체제도 무너지고 있었다.

당시 국내는 유신독재 시절이다. 긴급조치로 수많은 민주인사들이 옥고를 치르는 암담한 시절이었다. 10%대의 고속성장을 하던 경제도 오일쇼크에 중화학 공업정책 실패로 기우뚱거리고 있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났다. 지금 우리는 ‘불확실성’보다 한단계 ‘높은 초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Hyper-Uncertainty)를 살아가고 있다는 국내외 논평이 나오고 있다. 40년이 지난 지금, 현대 사회는 다시 주도적 지도원리가 무너지고, 과거보다 더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1908~2006)

우선 국경을 허물고 상품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즉 글로벌리즘을 주도해온 미국과 영국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6월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결정했고, 미국에선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다. 오히려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이 자유무역을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질서는 신냉정 구조로 치닫고 있다. 과거의 냉전 시대엔 미국과 소련이 두 축이었다면,. 지금은 미국과 중국으로 축이 바뀌고, 중심지가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최근 신냉전 구도는 우리 경제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 북한 핵실험으로 촉발된 미군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으로 중국이 한국에 대해 경제 보복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정세를 돌아보면 지난해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후 사회적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 과거 60년 두세대 동안에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어온 재벌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재벌 개혁은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주자들의 주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흙수저론’, ‘헬조선’으로 표현되는 사회 계층의 고착화에 대한 문제도 중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초불확실성은 당분간,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갈 것 같다. 당장 오는 20일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고, 세계 최대 강국의 정책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보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내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여부와 그후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의 미증유 상황이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람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앞이 보이지 않는(invisible) 상황이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가장 잘 느낀다. 앞이 보일때까지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 경제 주체도 마찬가지다. 국가경제를 운용하거나, 기업을 경영할 때, 작게는 집안 살림을 살때에도 보수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하지만 무한정 어두운 뉴스만 있는게 아니다. 우리 주력산업의 하나인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말 이후 급등하고,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해외 수요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출 여건도 바닥을 친게 아닌가 싶다.

불확실성은 경제질서의 새로운 개념을 필요로 하다. 여건 변화에 맞춰 우리 사회도 국제적 흐름 변화에 적응하고, 지난해 사태를 계기로 사회의 구조적 개혁과 비효율성 제거에 힘쓴다면 새로운 세계를 맞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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