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의 과학과 철학] 후쿠시마원전 오염 처리수 진짜 위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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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의 과학과 철학] 후쿠시마원전 오염 처리수 진짜 위험한가
  •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 승인 2021.05.03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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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오염수 삼중수소, 원전 5㎞밖 해양과 비슷한 농도로 희석돼
음용수 기준상 '음용 불가' 수준 아냐...인체에 미치는 영향 크지 않아
일본 당국, 통계조작 가능성 있어...국제기구·시민단체 감시 필요
외부 감시단체도 '객관적 사실' 정확히 알고 감시해야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이순신 장군의 상황인식

거제가 고향인 필자는 어릴 적 고개 너머 옥포에서 장작 팔아 학용품을 구했다. 이순신 장군의 옥포대첩에 자부심을 느꼈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도 없었다. 우리 마을은 정씨와 원씨 집성촌인데 왜놈의 후손이거나 원균의 후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탓이다.

이순신은 가토 기요마사를 잡으라는 선조의 명령을 거부하여 서울로 압송된다. 이순신은 적장의 이동경로 노출을 왜군의 함정으로 의심했거나 설령 사실이라 해도 싸움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순신 장군은 압송되어 고초를 당했고 수군통제사에서 이등병으로 강등되어 권율 밑으로 들어간다. 덕분에 원균은 수군통제사가 되었지만 칠천도에서 왜군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이순신 장군의 상황판단은 정확했을까? 일본에서 돌아오는 가토 기요마사를 사로잡을 수는 없었을까? 필자가 질문을 할 수는 있지만 이순신 장군의 상황인식은 정확했다고 본다. 20여 차례의 전투를 결코 운으로 이길 수는 없다. 이순신 장군은 준비가 철저한 장수였다. 남해의 다도해를 활용하여 수행한 전투를 보면 동해 전투를 피했을 수도 있다. 이순신 장군은 이길 수 있는 전투를 알았고 이겼다. 

칠천도 해상공원의 조형물
칠천도 해상공원의 조형물

후쿠시마의 오염수 실태와 방출 계획   

2011년 지진 해일이 쓸고 간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지하수와 빗물이 균열된 원자로 건물로 유입되어 방사능 오염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사고 초기에 비해 줄고 있긴 하지만 지금도 하루 140톤 정도가 발생하고 2022년에는 저장탱크마저 포화될 예정이다.

오염수에는 삼중수소(T), 세슘-137(Cs137), 스트론늄-90(Sr90) 등 62가지의 방사성 핵종이 포함되어 있다. 후쿠시마 원전 흡착탑, 역삼투압 설비, 다핵종 제거설비(ALPS)를 통해 대부분 핵종을 제거하고 있지만 삼중수소에는 획기적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12.3년인 방사능 물질이다. 삼중수소는 전자를 방사선으로 내어 놓기 때문에 피부로 침투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제법 높은 에너지의 방사선을 쏘아댐으로 신체 기관이 삼중수소에 피폭될 때 손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삼중수소는 천덕꾸러기로 기피대상이지만 농축되면 귀한 핵융합 원료로도 사용된다. 이 글에서는 후쿠시마 삼중수소의 배출 타당성을 자연과 인체 영향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자연과 인간

우리는 자연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 주말마다 산에 다닌다고 자연을 아는 것은 아니며 몸에 좋은 유기농을 사 먹는다고 자연을 아는 것도 아니다. 자연을 특히 사랑하는 북유럽에서는 어린이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수업시간에 산속으로 들어가서 동식물을 배운다. 어른들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다. 그들은 삶 자체가 자연 친화적이다. 도시의 콘크리트 건물을 선호하며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우리의 자연 인식과는 차이가 있다.

자연은 잘 치워지고 정돈된 환경이 아니다. 자연은 모기가 왱왱 날아다니는 풀 속이고 신발이 푹푹 빠지는 질퍽한 웅덩이 일 수도 있다. 시원한 공기가 불어오는 들판일 수도 있지만 동물 사체가 썩은 냄새가 풍기는 들판일 수도 있다. 온갖 무기물질이 뒤섞인 연못에 천둥과 번개가 내리치어 유기물질이 합성되고 생명이 탄생했으니 자연은 인위적 청결함과는 거리가 멀다. 

성경은 인간에게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한다. 땅을 정복하고 하늘의 새와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고 말한다. 인간에게 인간 위주의 삶의 터전을 만들라는 명령이다. 중세까지만 하더라도 하루 사냥하여 하루 먹고사는 인간이 아무리 개발한다고 한들 자연은 훼손될 수가 없었으니 이 말은 축복이었다.

그러나 근세 이후 과학기술이 진보하자 상황은 달라진다. 인간이 발을 디딘 곳은 황폐화되고 거대한 산마저 한 달 만에 사라진다. 인류가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은 생물은 급속히 사라졌다. 화석 연료를 퍼내 태워 이산화탄소 농도는 증가하며 지구는 매년 더워지고 있다. 이제는 개발과 환경보전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후쿠시마 배출수의 문제도 개발과 환경보전 사이 균형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환경 영향 평가는 생태계, 기온, 해류, 관광에 미치는 간접적 영향까지 살펴보아야 하지만 필자는 화학자 출신이니 직접 영향인자인 배출 기준으로 살펴보겠다. 배출 기준을 정할 때에는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엄격한 기준으로 정할 수도 있고, 인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느슨한 기준으로 정할 수도 있다. 환경을 고려한 배출기준은 인간종만 아니라 타 생물까지 고려하므로 엄격하다. 

환경 영향과 배출 기준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수많은 물질들이 섞여 있는 자연을 머릿속에 그려야 한다. 자연에는 순수한 공기도 없고 순수한 물도 없다. 당연히 깨끗한 물에만 사는 물고기도 없다. 부유물이 떠 있고 동식물의 배설물이 섞여 있다. 우주에서는 끊임없이 방사선이 날아오고 있다. 무균상태에서 자란 생물이 면역이 강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생물은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하면서 내성을 키워간다. 무균 처리되고 금속이온이 제거된 순수한 물을 먹으면 사람은 오히려 설사를 한다.

인간의 활동이 지구환경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지구환경은 인간이 나타나기 전에도 변화하여 왔다. 지구 온도가 오르내렸고 지구의 산소 농도도 증가하여 생물이 살게 되었다. 결국 지구환경의 변화가 물질 배출로 인한 영향인지 자연적 현상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개입되어 환경변화를 야기한 대표적 물질은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증가시킨 화석연료이고 오존층을 파괴시킨 냉매 프레온이다. 대체로 자연적 환경의 변화는 천천히 일어나지만 인간이 개입된 변화는 급격히 일어난다.

특히 사람이 합성한 유기물은 자연에는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물질이므로 당연히 환경에 영향을 준다. 합성된 플라스틱이 바다로 떠내려가 물고기들은 숨을 헐떡인다. 농약이 도입되어 농작물 생산량은 증가했지만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꿀벌의 개체 감소가 전자파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꿀벌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자연환경에 미치는 물질의 영향을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방출 물질과 생물종 하나하나 대응시켜 영향 관계를 조사하여 결론을 내려야하기 때문이다. 장기간의 영향 평가가 필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환경영향 평가가 미흡하다고 인공 합성물을 모두 금지할 이유는 없다. 대부분의 물질은 자연적으로 분해되고 자연은 이전 상태를 회복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변화를 준 후 영향을 평가하려니 어렵지만 변화를 야기하지 않을 수준에서 물질의 방출기준을 잡으면 이야기는 쉽다. 이는 법의 논리를 자세히 살피는 대신 유사한 판례를 보고 내리는 결정과 유사하다. 이 기준은 게으른 자의 일처리 방식이지만 이 기준을 적용하면 사람뿐만 아니라 타 생물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지구상에 번성하는 인간에 비해 사라지는 생물종을 지키려면 적용할 만한 방법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총 삼중수소는 7×10∧19(10의 19승) Bq(Becquerel: 1초 동안에 1개의 원자핵이 붕괴하는 방사능을 1베크렐이라 한다.) 정도로 대기의 수증기, 빗물, 지하수, 해수, 수돗물, 식물체, 우리 몸의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저장된 총 삼중수소는 8.7×10∧14(10의 14승)Bq로 전 세계 자연에서 존재하는 삼중수소의 0.0012% 정도이므로 총량으로도 별 문제 되지 않는다.

후쿠시마의 삼중수소는 바다로 배출되므로 바다를 살펴보자. 해양에서 삼중수소의 평균 농도는 0.05 Bq/L 정도인데 방출되는 삼중수소의 농도는 2,000 Bq/L으로 진하다. 지역 어민을 고려하여 방출기준인 40,000 Bq/L보다 많이 희석했지만 해양의 평균 농도에 비하면 여전히 진해 보인다. 배출된 삼중수소는 바다에서 급속히 희석되기 때문에 원전에서 5㎞ 정도 나가면 평균 해양의 삼중 수소 농도와 유사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자연환경은 단일 성분으로 이뤄져 있지 않다. 방사선도 그렇다. 방사선은 우주에서 내려오며 땅에서도 올라온다. 어떤 사람들은 라돈탕에 들어가 방사능을 쬐기도 하고 아픈 사람은 X-Ray로 진단을 받기도 한다. 삼중수소에 의한 영향을 타 방사선과 비교하기 위해서는 삼중수소의 농도 단위인 Bq/L를 사용할 수는 없고 아래 절에서 mSv를 사용할 예정이다.

단위 전환에 대해 긴 설명이 필요하지만 결과만 말씀드리면 바닷물에 포함된 삼중수소에 의한 방사선량은 땅이나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량에 비하면 적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후쿠시마 원전
하늘에서 내려다본 후쿠시마 원전

인체 영향과 배출 기준

모든 생물에 대해 평가하는 환경 평가에 비하면 인체 영향 평가는 시간이 적게 걸린다. 더구나 배출 물질이 인체에 유해하다고 관찰되면 성분을 하나하나 분리하지 않더라도 유해 여부를 빨리 지정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즉 어떤 버섯을 먹고 탈이 났다면 버섯 성분을 분리하지 않더라도 이 버섯은 독버섯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인체에 대한 평가도 만만한 작업은 아니다. 시간 지연을 두고 영향이 나타난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DDT는 1874년에 처음 합성되었는데 1937년 과학자 밀러가 강력한 살충효과를 발견했고 노벨 생리학상을 받았다. 세계건강기구(WHO)는 DDT를 사용하여 말라리아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를 보았다. 그러나 1970년  DDT가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발표되어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되었다.

삼중수소에도 DDT처럼 과학자들이 인지하지 못한 부작용이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 삼중수소는 물로 존재하므로 물의 작용과 똑같고 물의 부작용과 똑같다. 따라서 삼중수소의 영향 평가는 일반 물과 다른 성질 즉 방사선 영향만 고려하면 충분하다. 인체에 대한 방사선 영향은 평가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삼중 수소농도인 Bq/L 단위 대신에 mSv 단위를 도입했다. 하늘과 땅에서 오는 방사선과 함께 평가하기 위함이고 또한 신체 부위마다 방사선 민감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고방사선에 노출되면 생명이 위협받지만 100 mSv이하에서는 괜찮다. 한계값 100 mSv이 여전히 과학자들 간에 논란이 되고 있지만 오랫동안 토론된 주제이므로 일반인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수치는 1년에 보통 사람들이 자연 상태에서 받는 방사선량인데 한계값이 훨씬 못 미치는 3 mSv에 불과하다. 새로운 현안을 제기하기 싫은 규제기관은 일반인의 방사선 노출기준을 년간 3 mSv 정도로 정했다. 원전 종사자는 이보다 조금 높다. 

사람들은 바다에 헤엄을 치면서 방사선을 맞기도 하고 바닷물이 증발된 빗물을 통해서도 방사선을 맞을 수도 있다. 삼중수소에 오염된 바닷물에서 잡힌 물고기를 먹고 방사선을 맞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가장 강하게 피폭되는 경우는 삼중수소에 오염된 물을 마실 경우이다. 따라서 국제보건기구(WHO)가 삼중수소의 음용수 기준을 세웠는데 10,000 Bq/L이다. 이 물을 1년 마셔도 3.0 mSv의 피폭을 받지 않는다. 후쿠시마에서 잡힌 생선도 그 성분은 거의 물이므로 물의 평가결과를 그대로 준용할 수 있다.

후쿠시마에서 방출되는 삼중수소 농도(2,000 Bq/L)가 해양의 삼중수소 농도(0.05 Bq/L)에 비해 높은 값이지만 음용수 기준(10,000 Bq/L)보다 낮은 값으로 인체에 대한 영향이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대응

일본인은 집단 성향이 매우 강한 민족이다. 국가가 정책을 수립하면 국민은 거부하지 않고 수용하는 국민성을 지니고 있다. 물론 자국민을 위협하는 정부는 없겠지만 후쿠시마 방류 정책을 일본인들은 따를 것으로 짐작된다. 뿐만 아니라 일부 일본인은 수치를 조작하는 경향도 있다. 과거에 구석기 유적의 조작을 통해 자국에게 유리한 통계를 발표하곤 했다. 

방출기준 측면에서 살펴보았을 때 삼중수소는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일본인의 성향을 볼 때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감시할 필요는 있다. 특정 국가가 추적하기 보다는 IAEA(국제원자력기구) 등과 협력하여 이행 여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원전 사고로 해양을 오염시킨 책임이 있으므로 인접국가에 겸손한 태도를 지녀야 하고, 사고 원전 처리 계획과 결과를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어느 조직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조직 자체의 태도도 중요하지만 외부단체의 관심도 중요하다. 견제 때문에 조직은 고달프지만 올바른 길을 걸어갈 수도 있다. 또한 외부의 시선은 조직 발전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외부 비판자도 객관적 사실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잘못된 외부 비판으로 해당 조직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비판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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