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부동산 해법, '징벌적 과세주의'에서 벗어나 정공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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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부동산 해법, '징벌적 과세주의'에서 벗어나 정공법으로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교수
  • 승인 2021.05.0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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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와 투기 구별 어렵고 '다주택은 나쁜 것'이란 선악관도 잘못
집는 사는(live) 곳이면서 사는(buy) 곳...투기적 속성 있는 곳
'징벌적 과세'로 집값 잡기 무리...'공평과세' 원칙에도 벗어나
홍준표식 '주택소유제한' 법제화하고, 주택소유의 범위와 제한을 ‘사회적 합의안’으로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가 민주당의 참패,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막을 내린지 3주째가 되었다. 정부는 김부겸 국무총리 내정자를 지명하는 등 개각을 단행했다. 민주당은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진선미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부동산특별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부동산 민심을 수습하는 행보를 취하고 있다. 

재보선후 부동산 기조 변화 움직임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4월 27일 부동산특위 첫 회의에서 “투기는 막되 실소유자는 보호하고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거복지를 강화하겠다”며 “주택공급·금융·세제·주거복지 등 관련 현안을 종합 검토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진선미 부동산특위 위원장도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국민 실망과 분노의 지점이 무엇인지 바로 보고 수정이 필요하면 수정하고 보완이 필요하면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부동산특위를 시급히 가동한 까닭은 무엇일까? 부동산정책에 대한 기조 변경을 놓고 당 내부의 여러 논란과 혼선을 시급히 정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쟁점이 되었던 ‘1주택자 종부세 기준 완화’를 놓고 개별 의원뿐만 아니라 당내 기류가 오락가락하며 혼선 양상을 노출했었다. 

지난 4월 26일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세금 관련 논의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민주당 기재위 간사인 고용진 의원은 같은 날 기재부와 당정협의를 마치고 세제개편에 관해 “왜 논의조차 막나. 법이 들어왔기(발의됐기) 때문에 그것을 안 다룰 수는 없다”고 이견을 표출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한 경제지 인터뷰에서 종부세 완화 논의를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과 관련하여 “세제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떼어 놓고 봐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28일 논란 끝에 종합부동산세 조정을 포함해 5월말까지 부동산 정책기조에 대한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을 다시 천명했다.

국정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표심과 민의를 겸허하게 수용하여 변화된 국정운영과 정책의 수정·보완을 시도하는 게 최선이다. 왜냐하면 선거는 국정운영과 정책에 대한 평가만이 아니라 유권자와 대표자간의 공감과 소통 및 통합의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유권자와 대표자간 불통과 불신을 해소하고 서로의 관심과 요구사항에 대해 공감하고 소통한다면 국민의 신뢰도와 정부의 통합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징벌적 과세'에 대한 불만, 폭넓게 확인 

이번 선거는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모두 승리했다는 것을 통해 들끓는 부동산 민심을 확인해줬다. 1주택자를 포함해 집을 가진 사람들은 ‘징벌적 과세’에 불만을 쏟아냈다. 공급을 외면한 채 강력한 대출규제까지 더한 부동산 대책은 오히려 집값을 밀어 올렸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집 구매)’에 참여하지 못한 젊은 층은 과연 내 집을 가질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과 저항감을 오세훈 후보에 대한 지지로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가리지 않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이 저항투표를 표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공개한 주거실태조사(2019년 기준)에서 가구주 연령 20~34세인 청년가구 중 77.4%가 임차 형태로 살고 있다고 한 점을 고려하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상당수 무주택자가 ‘정권 심판론’에 가세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국민들은 민주당이 부동산특위를 본격 가동하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과연 달라질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을 갖고 있다. 만약에 집권여당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성난 부동산 표심에 대해 이를 숙고하고 정책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경우, 다음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이를 평가하고 심판하여 공직을 박탈할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 

정책쇄신의 관점에서 집권여당은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무엇인지에 대해 여론조사결과 등을 통해 다시 확인해보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만약 집권여당의 부동산 정책기조가 종전대로 유지될 경우, 선거 다음날 시청으로 출근하면서 여당과의 협치를 선언한 오세훈 시장과 박형준 시장의 발언은 지켜지기가 힘들고, 정부와 야당 시장들의 충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민주당의 선거참패가 부동산 정책에서 나온 만큼, 집권여당이 이것에 대한 태도변화가 없다면 내년 대선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4·7 재보선에서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승리, 취임했지만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서울 지역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4·7 재보선에서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승리, 취임했지만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서울 지역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집권여당이 재검토해야 할 인식들

그렇다면 집권여당은 부동산 정책기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여러 가지 논의가 있겠지만 열린 숙의의 관점에서, 그동안 정부여당이 지켜온 ‘부동산 투기 근절’정책이 가정하고 있는 논리적 전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하고 국민과의 합의점을 살려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부동산 투기와 투자를 구별해서 투기는 근절해야 한다”는 인식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 부동산 투기와 투자를 엄밀하게 구별하기가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1가구 1주택은 좋은 것’이고, ‘다주택은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적 선악관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 현실에서 부동산은 사는(live) 곳이기도 하지만 사는(buy) 곳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이에 “집은 사는(live) 곳이지 사는(buy) 것이 아니다”는 시각에 기초하여 “시민들의 인식이 잘못되었다”고 가정하는 정책기조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둘째, 집은 그 두 가지 요소(live와 buy)를 모두 포함하는 자원이기에 누구라도 투기적 수요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것을 인정하게 된다면, 1가구 2주택자, 1가구 다주택자가 사회적 악이고 범죄이고, 그래서 징벌적 과세가 마땅하다고 인식하는 것이 과연 사회적 합의가 된 사항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셋째, 만일 정부여당의 주장대로, 1가구 1주택을 벗어나는 주택소유가 부동산 투기이고, 사회적 악이고 범죄라고 한다면, 정부가 정책수단으로 동원하고 있는 ‘공평과세’라는 세금정책의 본령에서 벗어난 ‘징벌적 과세주의’를 내세우는 게 정공법으로서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살펴야 할 것이다. 즉, 부동산 투기를 막는데 근본적으로 ‘소유 제한’이라는 정공법이 아닌 ‘징벌적 과세주의’를 동원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이다. 

'주택소유제한'을 법제화하는게 어떨지 

정공법으로서 바람직한 해법은 ‘징벌적 과세주의’를 멈추고 그 대신 근본적인 특단의 정책수단으로 2005년 7월 15일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제안한 ‘주택소유제한 특별조치법’안처럼, “성인 1인당 1주택 소유하기 범국민운동”과 같이 법적인 소유범위를 정하고, 이를 넘어서는 주택은 유상으로 국가가 수용하는 등의 사회적 합의방식을 선택해서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당연히 주거권과 소유권보장 차원에서 보유세와 양도세는 폐지하거나 대폭 인하하는 게 마땅할 것이다.

이에 집권여당은 ‘징벌적 과세주의’가 아니라 소유문제로 부동산 문제를 정공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당시 홍준표 의원의 제안과 함께 반론으로 나온 ‘과도한 제한’에 대해 그가 어떻게 답했는지에 대해 꼼꼼하게 살펴보고 지혜를 찾는 게 필요하다. 

홍준표 의원은 2006년 5월 1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도한 제한’이란 말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인구의 5%가 주택의 60%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 정상인가. 평당 3천만원이 넘는 분양가가 정상인가. 그만큼 자원의 배분이 왜곡돼 있다는 말이다. 세제만으로는 해결이 안된다. 세제정책으로 투기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한마디로 세금 내고도 남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런 근본적인 처방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홍준표 의원의 제안과 그의 반론은 논리적으로 맞을 수도 있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만큼, 공론화를 통한 국민적 합의가 불가피한 문제이다. 이에 여야는 물론 범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기에 진성준 의원이 진영논리에 기초해서 불쑥 꺼낸 ‘1가구 1주택 기본법안’처럼 국회 다수파의 논리로 밀어붙일 수 있는 그런 사안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지금과 같은 보유세와 양도세 인상 등을 통한 ‘징벌적 과세주의’는 임차인과 구매자에게 세금인상분을 전가하여 집값과 전월세 폭등 및 서민 주거권 악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결국 조세저항과 투표저항의 부메랑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부동산 문제를 ‘징벌적 과세주의’로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정공법인 소유문제로 선회하는 것이 타당하다. 

결론적으로 부동산 해법의 실마리는 무엇일까? 홍준표 의원의 제안처럼, ‘징벌적 과세주의’를 중단하고 근본적으로 소유제한의 정공법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주택소유의 범위와 제한을 다룰 범국민적 합의기구를 국무총리산하에 신설하여 운영해야 한다. 그 합의기구에서 아래로부터의 시민적 참여와 숙의적 공론장을 통해 ‘사회적 합의안’을 마련하는 것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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