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치솟는 탄소배출권...EU 기업들 '탄소국경세' 도입 촉구 
상태바
[글로벌 트렌드] 치솟는 탄소배출권...EU 기업들 '탄소국경세' 도입 촉구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5.01 14: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EU 탄소배출권 가격, 코로나19 이전 대비 2배 올라
EU 기업들, 비용압박에 투자 감소..."오히려 악효과"
탄소배출권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럽 산업계에서는 '탄소국경세'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탄소배출권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럽 산업계에서는 '탄소국경세'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전세계적으로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유럽 산업계에서는 '탄소국경세'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유럽연합(EU)의 탄소가격이 코로나19 이후 두배가 넘는 수준으로 오르는 등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자 EU로 수입되는 제품 중에서 자국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되는 제품에는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탄소 국경세' 도입을 외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탄소배출권 가격 고공행진...유럽 기업들 비용압박 직면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EU의 탄소배출권(CER) 가격은 톤당 50유로에 육박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세계 각국의 야심찬 탄소배출 감축 목표와도 관계가 있다.

앞서 지난달 22~23일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주도로 이뤄진 기후정상회의에서 EU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최소 55%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기존 40% 감축 목표에 비해 크게 상향조정된 것이다.

유럽지역에서 기준 탄소 배출량을 넘어서는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로부터 남는 탄소배출권을 사들여야만 한다.

탄소감축 목표가 높아지면서 판매할 수 있는 '남는' 탄소배출권은 갈수록 줄어들 수 밖에 없고, 반대로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에 가격 역시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유럽기업들이 심각한 비용 문제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악셀 에거트 유럽철강협회(EUROFER) 총장은 "과거에는 탄소가격이 낮아서 큰 문제가 안됐지만, 이제 가격이 오르면서 우리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의 글로벌 경쟁기업들은 탄소 제약 조건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라며 "두번째 문제는 신기술에 대한 투자가 훨씬 어려워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탄소배출 제약이 없는 국가도 많은데다 탄소가격 역시 세계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이에 유럽기업들은 비용 문제,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을 문제로 삼으며 탄소 국경세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최대 철강업체 중 한 곳인 아르셀로미탈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탄소가격이 없다면 EU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탄소국경세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유럽 생산업체들은 (탄소가격으로 인해) 다른 글로벌 경쟁업체들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라며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들은 탄소배출에 대한 제약이 덜한 국가로 이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FT에 따르면, 유럽 지역의 철강 생산업체들은 톤당 약 95유로의 탄소 비용이 소요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는 현재 철강 가격의 약 10%에 가까운 비용이다. 

탄소배출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면서 저탄소 기술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가 갈수록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화학단체들은 "탄소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면 기업들의 투자자본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저탄소 기술 개발 투자가 줄어들게 돼 의도와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 정부 관리는 "유럽의 철강회사들은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친환경 전환 가속화를 위해 이들 산업에 대한 압박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FT는 전했다. 

"탄소국경세 도입, 사실상 쉽지 않아"

유럽기업들의 탄소국경세 도입 촉구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지만, 사실상 쉽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탄소 배출을 절감하는 기술은 국가별로 차이가 큰 상황에서 기술 혹은 역량이 부족한 국가에게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EU 집행위는 현재 탄소국경세 도입을 놓고 적용 대상 분야나 가격 책정방법 등과 관련해 역내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위원회의 파올로 젠틸로니 경제·과세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3월 성명을 통해 "6월부터 시멘트, 철강, 비료, 전력 등 일부 품목에 대한 탄소배출 제재 방안을 담은 법안을 제안하겠다"며 "탄소국경세 매커니즘은 전세계 국가들이 탄소중립 목표치에 도달하기 위한 대대적 노력"이라고 말했다. 

FT는 "오는 6월 탄소국경세 등 탄소배출 제재 방안이 발표될 예정이지만 빨라도 2023년 이전에는 시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