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안녕’ 홈쇼핑, 모바일에 사활…변신에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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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안녕’ 홈쇼핑, 모바일에 사활…변신에 성공할까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4.29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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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컨 쇼핑은 끝" 홈쇼핑 대변신
CJ온스타일·마켓포 등 '홈쇼핑' 지운다
TV홈쇼핑 방송 취급고 점점 줄어
강점 '라이브커머스' 모두 뛰어든 상황
내달 10일 출범하는 CJ ENM 커머스 부문 통합 쇼핑 플랫폼 CJ온스타일 모델로 배우 송중기가 발탁됐다. 사진제공=CJ ENM
내달 10일 출범하는 CJ ENM 커머스 통합 쇼핑 플랫폼 CJ온스타일 모델로 배우 송중기가 발탁됐다. 사진제공=CJ ENM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한때 주부들의 필수 채널로 방송만 하면 팔린다던 홈쇼핑 업체들이 TV에서 벗어나 모바일로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 TV를 통해 쇼핑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점점 사라지면서 사업 지속성에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치열한 파이 싸움을 펼치고 있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너나할 것 없이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실시하고 있어 홈쇼핑만의 경쟁력이 약화됐을 뿐더러 쉽게 떨칠 수 없는 올드한 이미지 때문에 살길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TV홈쇼핑의 상품 판매 수수료율은 29.1%에 달하는 반면 온라인이나 모바일 상품 판매 수수료는 최저 9%라는 점에서 현재 수익성까지 도달하기 힘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J오쇼핑 → CJ온스타일, 모바일에 집중한다

1995년 국내 최초로 홈쇼핑을 시작한 CJ오쇼핑은 26년 만에 TV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대대적 개편했다. TV의 CJ오쇼핑과 인터넷 CJ몰(CJmall), T커머스인 CJ오쇼핑플러스로 나뉘어 있었던 채널들을 전부 ‘CJ온스타일(CJ ONSTYLE)’이라는 새 브랜드로 합치기로 한 것.

지난 28일 CJ ENM 커머스 부문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소식을 밝혔다. CJ온스타일 출범의 핵심은 TV 중심인 홈쇼핑 채널을 온라인과 모바일로 확장하는 것이다. 점점 변화하는 고객의 소비 패턴에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감지된다. 

허민호 CJENM 커머스 부문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TV와 모바일 등 채널 간 경계가 사라지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모바일 퍼스트’ 전략으로 업(業)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CJ ENM 커머스 부문 매출 중 모바일이 TV를 앞질렀다. CJ오쇼핑의 작년 TV 거래액 비중은 1조80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8%포인트 낮아졌다. 

CJ온스타일은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채널 경계를 허문 커머스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라이브커머스’에 온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허 대표는 “CJENM만 해도 16개 채널을 갖고 있다”며 “고품질의 쇼핑 콘텐츠를 만들고, 이에 적합한 상품을 소싱하는 능력에선 우리를 따라올 곳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CJ온스타일은 모바일 앱 메뉴에 ‘라이브’ 탭을 신설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TV홈쇼핑 판매 방송을 확인할 수 있고, TV 화면에서도 모바일 앱 화면을 볼 수 있다. 또한 온라인몰이 TV홈쇼핑의 보조 역할을 했던 것에서 패션(셀렙샵), 리빙(올리브마켓), 뷰티(더뷰티) 등 3대 전문 몰 중심으로 상품을 재편할 계획이다. 해당 카테고리 내에 브랜드별 상품을 구성하고 전문가 추천 시스템을 삽입해 ‘라이브 취향 쇼핑플랫폼’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모바일이 회사의 핵심 축이 되도록 하기 위해 배송도 강화한다. 대표적으로 ‘내일 도착’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인다. ‘내일 도착’은 어린이날, 부부의 날 등 기념일 테마와 고객 구매 패턴을 분석한 데이터를 토대로 자체 큐레이션 된 상품을 전날 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하는 서비스다. 또한 구성품 수량이 많은 홈쇼핑 상품을 가족 또는 지인들과 함께 사용하고 싶은 니즈를 반영해 ‘나눔 배송’을 운영한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통합 온라인 플랫폼 '마켓포(Market For)'. 오는 7월 정식 출범한다. 사진=마켓포 캡처 

GS리테일XGS홈쇼핑, 5년간 1조 투자

GS홈쇼핑도 오는 7월 GS리테일에 합병 된다. 통합 GS리테일은 2025년까지 5년 간 1조 원을 투자해 취급액 25조 원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양사의 고객을 통합하고,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모든 연령대가 이용할 수 있는 소매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통합 후 가장 큰 성과를 기대하고 있는 분야는 2700억 원 투자가 예정돼 있는 디지털커머스 사업 부문이다. 고객에게 차별적인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싱글사인온(SSO: 한번의 로그인으로 여러 서비스 이용), GS페이 등 간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식품 관련 신사업 투자 확대를 통해 구체화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달 말 통합 온라인 플랫폼 ‘마켓포(Market For)’ 시험 운영을 시작하기도 했다. 

CJ온스타일과 마찬가지로 배송 역량 강화를 위해 5700억 원을 투자한다. 6개의 물류 센터를 추가해 전국의 99% 소비자들에게 2시간 내 배송이 가능한 ‘가장 가까운 물류망’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달 공식 온라인몰인 현대H몰 모바일앱 리뉴얼에 나서며 라이브커머스 채널 확대에 나섰다. 롯데홈쇼핑은 채널명을 ‘엘라이브(Llive)’로 변경하고 모바일 생방송을 강화한다. 지난 달에는 쇼호스트 20여명과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SNS 계정을 연계해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셀럽라운지’를 출범하기도 했다.

’모바일 전환‘ 사활 걸었지만…

이처럼 홈쇼핑 업체들이 잘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을 무릅쓰고서라도 변화하려는 이유는 확실하다. TV가 아닌 휴대폰으로 쇼핑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TV시청 자체가 줄고 있을 뿐더러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모바일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거래액은 101조 원으로 전년 대비 20%가량 성장했다. 이중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109조 원으로, 전년 대비 25% 늘어났으며 온라인 쇼핑 거래액 전체 중 67%를 차지했다. 

반면 TV홈쇼핑(방송) 취급고는 3년째 급감하고 있다. CJ오쇼핑의 방송 부문의 취급고는 2019년 2조1123억 원에서 지난해 1조8020억 원으로 1년 새 14.7% 줄었다. GS홈쇼핑 역시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10% 이상 방송 취급고가 줄었고, 현대홈쇼핑도 지난해 방송 취급고 2조470억 원으로 1년 새 1000억 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모바일 전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홈쇼핑 업체들의 최대 강점인 방송 노하우를 카카오커머스, 네이버쇼핑, 쿠팡, 티몬, SSG닷컴, 롯데온 등 이커머스 사업을 펼치는 모든 기업들이 주요 서비스로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한 기업이 이렇게까지 많은 나라가 대한민국 말고는 없을 정도”라며 “소비자들도 현명하게 소비하기 때문에 플랫폼만의 특별한 경쟁력이 없으면 몇 년 내로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나는 판매 수수료율도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TV홈쇼핑 업체 내 실질수수료율은 평균 29.1%지만 온라인쇼핑몰은 13.6%다. 모바일로 전환할수록 납품업체들에게 받았던 수수료의 절반 이하도 못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나 현재 쿠팡을 비롯한 대부분 이커머스 기업들이 소비자를 끌어당기기 위해 최저가 마케팅이나 무료 배송 서비스 등으로 출혈 경쟁을 펼치고 있다. 모바일 강화를 목표로 한 홈쇼핑 업체들도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선 일정 부분 투자를 지속하는 수밖에 없다. 

홈쇼핑업체 한 관계자는 “그동안 누적된 방송 경험과 관련 인프라, 상품 소싱 능력은 분명 모바일 사업 확장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요즘 많은 기업들이 라이브커머스를 시도하고 소비자들도 자신에 맞는 플랫폼을 찾아 옮겨 다니기 때문에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색다른 시도를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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