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쿠팡·11번가...경쟁자 늘자 네이버가 선택한 무기 '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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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쿠팡·11번가...경쟁자 늘자 네이버가 선택한 무기 '웨일'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4.29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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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점유율 흔들리는 '위기의 초록괴물'...구글과 격차 줄어
"검색 점유율이 낮아지면 쿠팡·11번가와 같은 위치에서 경쟁해야"
웨일 이용자 늘면 검색 점유율 높아지고 네이버 체류 시간도 늘어
노트북부터 자율주행차까지…네이버 생태계 확대
웨일은 자체 화상솔루션 웨일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웨일 블로그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네이버가 카카오톡, 유튜브, 쿠팡 등 관련 서비스 경쟁자들로부터 거센 도전에 직면하면서 서비스 접근성을 늘리기 위해 자체 개발한 웹브라우저 웨일(Whale)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7일 “3년 내 구글 크롬과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등 쟁쟁한 글로벌 경쟁 서비스들을 제치고 국내 브라우저 시장에서 1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IT업계에서는 쇼핑을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네이버가 다양한 사업의 근간인 검색 점유율이 밀리는 상황에서 이용자 접근성 확대를 위해 웨일 점유율 강화라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분석한다.

위기의 '초록괴물'...검색 점유율 흔들려

네이버는 한때 국내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 70%대를 유지했다. 높은 검색 점유율을 기반으로 카페, 블로그, 쇼핑 등 관련 서비스를 문어발 식으로 확장하며  ‘초록괴물’이라 불리기도 했다. 

최근엔 검색 엔진 시장에서 네이버의 입지가 점차 약화되는 추세다. 국내 웹사이트 사용 데이터를 분석하는 조사기관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 27일까지 네이버의 국내 검색엔진 점유율은 53.8%로 구글(40.53%)과의 점유율 격차가 큰 폭으로 축소됐다. 

2021년 1월1일~4월27일간 국내 검색엔진 점유율 현황. 자료=인터넷트렌드 캡처

검색 점유율 하락은 네이버가 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한 분야의 영향력 축소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쇼핑, 게임, 광고, 웹툰, 동영상 스트리밍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구글, 유튜브, 쿠팡 등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확보한 4000만 회원의 ‘접근 경로’가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IT업계에서는 네이버가 검색 점유율을 높이면서 자사의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방안으로 선택한 전략 수단이 웨일의 점유율 확대라고 보고 있다. 

웹 트래픽 분석사이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3월 국내 웹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크롬이 52.8%, 갤럭시 기기에서 주로 사용하는 삼성인터넷이 14.1%, 사파리가 13.1%, 웨일이 7.6% 순이었다.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과 비교해보면, 상당수 이용자가 크롬을 켜서 네이버에 접속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검색 점유율이 낮아지면 쿠팡·11번가와 같은 위치에서 경쟁해야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네이버가 사업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는데 근간인 검색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며 “웨일로 크롬을 잡겠다고 하는 것은 네이버가 느끼는 초조함의 방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네이버는 현재 쇼핑을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중인데 그간 검색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이용자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검색 점유율이 낮아지면 쿠팡이나 SKT의 11번가와 같은 위치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 네이버의 사업 부문별 영업수익은 ▲광고와 검색 등을 담당하는 서치플랫폼 7527억원 ▲커머스 3244억원 ▲핀테크 2095억원 ▲콘텐츠 1308억원 ▲클라우드 817억원 순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쇼핑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몇년 후에는 이커머스 등 쇼핑관련 매출이 플랫폼 매출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웨일 사용자가 많아지면 웨일의 기본 페이지인 네이버 검색 기능을 이용하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네이버는 웨일을 ‘웹 서비스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웨일의 사이드바 탭에서는 다양한 네이버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사진=웨일 서비스바 캡처

웨일의 사이드바 탭을 활용하면 네이버 증권, 맞춤법 검사기, 환율, 파파고 번역, 웹툰, 뮤직,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NOW 등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사이드바탭을 이용해 모바일과 동일한 형태의 서비스를 PC에서도 이용하는 방식으로 PC와 모바일의 연계성을 높인다는 게 네이버의 구상이다. 자연스럽게 웨일을 통해 네이버에 접속한 이용자들은 다양한 네이버 서비스와 연계돼 플랫폼 체류 시간이 길어진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웨일 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유튜브 같은 플랫폼과 이용자 확보 경쟁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웨일 사용자가 늘어나면 기타 네이버 서비스 연동 등을 활용해 또 이용자 접근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길어진 체류시간에 따라 늘어나는 광고수입은 덤이다. 구글은 크롬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해 자체 광고 프로그램인 애드센스의 정밀도를 높였다. 크롬을 통해 기타 광고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구글의 광고 효과를 더 키우기도 한다. 네이버 역시 웨일로 확보한 개인 데이터를 활용하면 광고 적중률을 높이고 기타 광고를 선별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광고 단가를 높일 수 있다. 

노트북부터 자율주행차까지…네이버 생태계 확대

네이버는 웨일 기반 차량용인포테인먼트(IVI) 등 모빌리티 서비스를 중장기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모바일과 연계성을 강조한 웨일이 차량용 IVI에서 의미있는 점유율을 확보하면 웨일 자체가 네이버 못지 않은 서비스 플랫폼으로 거듭나게 된다. 

차량에서 이용하는 영화, 드라마 등 각종 콘텐츠는 물론이고 차량에서 발생하는 이동경로와 시간 등 다양한 데이터는 모빌리티 산업에서 활용도가 높은 자산이 된다. 

그밖에 웨일은 현재 화상회의 솔루션 웨일온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향후 기업용, 교육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가 기능 탑재도 가능하다. LG전자와 협력해 웨일이 탑재된 노트북(웨일북)을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웨일북이 보급되면 모바일-PC-차량-노트북을 잇는 하나의 생태계가 구성될 수 있는 것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웨일이 크롬의 점유율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점유율만 높일 수 있으면 디바이스를 뛰어넘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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