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장’ 노리는 마켓컬리, 세 가지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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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장’ 노리는 마켓컬리, 세 가지가 불안하다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4.28 17:1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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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식품’ 콘셉트, 점점 옅어져
새벽배송 선두주자, 이젠 모두가 참여 중
누적적자 2700억 수준…적자폭 커져가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사진)가 올해 연내 상장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를 우려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마켓컬리가 쿠팡처럼 올해 중 미 뉴욕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가 인터뷰에서 연내 상장을 위한 계획을 금융인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이같이 밝히며 마켓컬리의 뉴욕증시 상장 추진 소식을 알렸다. 김슬아 대표 역시 팀장급 이상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연내 상장 계획을 밝히며 "한국과 미국 시장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면서 ‘이커머스 메기’에서 ‘이커머스 공룡’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자 쿠팡과 유사한 직매입 모델인 마켓컬리 역시 뉴욕 증시에 입성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마켓컬리는 현재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고 몸값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변신을 시도 중이다. 비(非) 식품 상품 취급 비중을 늘리는가 하면 샛별배송 권역 확대에 나섰다. 또 일부 제품에 한해 온라인 최저가 보상 제도까지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마켓컬리의 연내 상장을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이런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① 마켓컬리만의 색깔, 희미해지나

마켓컬리의 초창기 사업 콘셉트는 ‘고품질 프리미엄 식자재’였다. 가격이 조금 있더라도 질 좋고 가치 있는 제품을 제공해왔다. 판매되는 대부분의 신선식품은 유기농, 무농약, 친환경,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었고, 쉽게 구하기 힘든 외국풍 식재료나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베이커리가 즐비했다. 

여기에 고급 음식 잡지를 연상케 하는 사진이나 제품 설명은 단숨에 신혼 부부, 소비 여력이 있는 1인 가구, 워킹 맘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강남 엄마들의 필수 앱’이라는 칭호까지 얻으며 온라인 식재료 배달 문화 트렌드를 바꿨다. 

이랬던 마켓컬리가 변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라면, 과자. 스팸, 콜라 등 대형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공식품을 판매하며 '마트 가는 대신 컬리 주말 마트관'에 오라고 홍보하는가 하면 비식품 상품군의 비중도 늘리고 있다. 

현재 마켓컬리의 비식품군 제품 비중은 25%에 달한다. 작년보다 5% 늘어났으며, 올해도 더 늘릴 계획이다. 마켓컬리 측은 ‘소비자가 원해서’ 비식품군을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미국 증시 상장을 염두에 둔 마켓컬리가 식품 분야 특화라는 제한적인 성장성을 타파하기 위해 조처를 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식자재 분야에서만큼은 독특하고 질 좋은 제품을 판매한다는 마켓컬리의 고유 특색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켓컬리가 2015년 시작 때부터 지켜왔던 고품질의 소량 먹거리 전략에 대한 메리트가 희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 성격 상 물류센터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마켓컬리는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식품 외적으로 제품 수를 늘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쿠팡이 취급하는 전체 상품 가짓수(SKU)는 600만 개에 달하지만 마켓컬리는 약 3만 개에 불과하다. SSG닷컴도 취급 상품 가짓수를 대폭 늘리기 위해 상반기 내에 오픈마켓을 도입한다.

이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켓컬리가 등장 초기에는 강남을 중심으로 성공적인 마케팅을 펼쳐 충성 고객층을 많이 확보했지만 지금은 이용자를 늘리려고 기성 식품, 전자 제품,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면서 (마켓컬리만의) 색깔이 불분명해졌다”며 “제품군을 늘리면 늘릴수록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경쟁은 힘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지난 30일 진행된 김포 물류센터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식품, 도서 등은 온라인 시장 침투율이 80%에 육박하지만, 식품은 아무리 높게 봐도 20%가 되지 않는다”며 “사업을 다른 제품 영역으로 확장하기보다는 계속 식품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왼쪽)와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서소문동 본사 6층 대회의실에서 MOU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마켓컬리

② 너도나도 뛰어든 새벽배송

마켓컬리의 지난해 매출액은 952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3.5% 증가한 수치다. 이는 유통 대기업의 이커머스 사업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신세계와 이마트의 지원을 등에 업은 SSG닷컴은 지난해 매출액 1조2941억 원을 기록했으며 홈플러스도 온라인에서 약 1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2015년 연 매출 29억 원에서 시작한 마켓컬리는 2018년 1571억 원, 2019년 4289억 원을 기록하며 매년 약 2배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5년 만에 30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마켓컬리가 이토록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새벽배송 시스템인 ‘샛별배송’ 서비스 영향이 컸다. 마켓컬리는 밤 11시까지 제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전까지 문 앞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2015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선식품 등 식자재를 가장 신선한 상태로 출근 전에 받아 볼 수 있어 혁신적인 서비스로 다가왔다. 

문제는 새벽배송 서비스가 더 이상 마켓컬리만의 특별한 서비스라고 할 수 없어졌다는 점이다. SSG닷컴, 쿠팡은 물론 오아시스마켓, 헬로네이처까지 새벽배송 전쟁에 참여하며 마켓컬리의 시장 점유율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참여자의 확대로 새벽배송 서비스가 특화서비스가 아닌 보편화된 배송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마켓컬리와 타 이커머스 업체들의 취급 상품이 많이 겹칠 뿐더러 중복 이용 고객 비율 또한 높아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시장 점유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새벽배송은 온라인 기업의 차별화 포인트가 아닌 소비자의 배송편의를 높여주는 배송 서비스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마켓컬리는 샛별배송 권역을 확대해 컬리의 샛별배송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고객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다음달 1일부터 대전(서구, 유성구)과 천안, 아산, 청주시 등 충청권 5개 도시에 샛별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③ 커져가는 적자 규모 ‘빨간 불’

마켓컬리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부분은 ‘누적 적자’다. 지금까지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한 마켓컬리의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1162억 원가량으로 2019년(1012억원)보다 150억 원 이상 늘었다. 누적 적자는 2700억 원에 달한다. 

쿠팡 역시 수천억대 적자지만 그 규모를 큰 폭으로 줄여가고 있다. 2019년 7210억원에 이어 지난해 62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 방역 비용으로 쓴 5000억원이 없었다면 흑자 전환도 노려볼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마켓컬리가 현재 펼치고 있는 최저가 마케팅이나 무료 배송 서비스는 큰 출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저가 경쟁, 무료 배송 경쟁을 펼치고 있는 쿠팡은 뉴욕증시 상장으로 5조원이라는 실탄을 확보했고 이마트나 롯데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자금력이 받쳐주는 대기업이다. 

이와 관련 김슬아 대표는 “더 많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할 것이며, 수익성은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나아질 것으로 본다”며 “적절한 효율성을 확보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면 수익성은 개선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IB(투자은행) 업계에서는 마켓컬리가 지난해까지만해도 국내 유가증권 또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고려하다가 지난해 매출 1조원 육박에 이어 올해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자 미국 증시 상장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보다는 훨씬 규모가 큰 미국 증시로 진출할 수 있다면 자금 조달규모나 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안팎의 우려 섞인 시선을 불식시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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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2021-08-02 04:57:36
바선생도 같이 배송해 주던데

허허 2021-05-14 02:09:23
버거형들 또 속진 않겠지? 적자만 키워서 기존 상업 죽이는 사업은 물러가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