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본 이재용 사면론] ②반대 "삼성은 법 위에 있는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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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본 이재용 사면론] ②반대 "삼성은 법 위에 있는 것 아니다"
  •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대표변호사
  • 승인 2021.04.28 10:2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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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범죄 사면권 행사않겠다"던 문대통령 약속 번복할 명분안돼
재판 당시 '이부회장 부재'로 인한 어려움 예견돼...새로운 상황 아냐
검찰 논리 약한 불법승계 재판 시작...지금 사면하면 재판부에 판결 부담줘
이 부회장 일찍 출소시키는 이익보다 우리가 잃게 될 '법앞에 평등'가치 너무 커
류인규 변호사
류인규 변호사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대표변호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논의가 한창이다. 필자는 이 부회장의 재판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이 부회장에 대한 유죄 판결에는 일부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 부회장의 입장에서는 억울함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부회장 억울한 면 있지만 사면은 다른 차원

그러나 사면은 전혀 다른 차원의 논의다. 사면은 사법적 판단의 당부(當否)를 재평가 하는 절차가 아니다.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으로 이미 확정된 형벌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모든 정치적 행위가 그렇듯이 명분이 중요하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은 뇌물범죄에 대하여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한 바 있다. 보통의 명분으로는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 부회장의 재판은 불과 3개월 전에 확정되었다. 남아 있는 형기도 1년 3개월 남짓이다.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진지 얼마 되지 않았고, 형기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굳이 급하게 사면을 논의할 만한 명분이 과연 존재하는가.

물론 사면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몇 가지 명분을 내세우지만 과연 그 정도 명분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정당화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은 동의하기 어렵다.

첫째, 다들 당연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 

사면을 주장하는 측에서 주로 언급하는 것이 세계적인 반도체 경쟁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삼성전자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이 부재중인 상태에서는 중요한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정도의 막연한 주장에 불과하다.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에 대해 징역형이 집행되게 되면 기업이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이것은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시작될 때부터 충분히 예상된 것이다. 이렇게 당연한 것을 사면의 명분으로 삼는다면 앞으로 기업 총수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기업은 애당초 법을 지키려는 마음조차 가지기 어렵지 않을까.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이 논의되려면 적어도 판결이 내려질 당시와 비교하여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측면에서 특단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삼성의 경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뻔한 이야기를 가지고 재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사면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5개 경제단체는 지난 27일 청와대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서를 제출했다. 사진= 연합뉴스
대한상공회의소 등 5개 경제단체는 지난 27일 청와대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서를 제출했다. 사진= 연합뉴스

불법승계 재판에 영향 미칠 우려도 커 

둘째, 아직 불법승계 재판이 한창이다. 

이 부회장은 재판을 마친 국정농단 사건 외에도 불법승계 의혹으로 또다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을 승계 받기 위해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릴 필요가 있어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를 조작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필자는 해당 사건에서 검찰의 논리가 빈약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 부회장 측의 논리가 더 설득력 있다. 그러나 불법승계 재판은 이제 막 첫 공판을 마친 상황이다. 결과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면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만일 현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사면을 받는다면, 불법승계 사건 담당 재판부는 과연 공정하고 성실하게 나머지 재판을 진행할 수 있을까. 

대통령이 사면해 준 이 부회장에 대해서 다시 유죄를 선고하고 구속시킨다는 것은 여간 부담되는 결정이 아닐 것이다. 재판부에게 이런 부담까지 지우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가뜩이나 사법농단 사건 이후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전례 없이 추락한 상황이다. 더 이상 사법부를 정치의 소용돌이에 끌어들여서는 안된다.

삼성은 이미 두차례 사면받아

셋째, 바로 삼성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미 선대 이건희 회장이 두 차례나 사면을 받은 바 있다. 아들인 이 부회장 마저도 판결이 확정된 지 3개월 만에 사면을 받는다면 삼성은 세 번째 사면을 받는 셈이 된다. 음주운전도 세 번째 부터는 선처가 없다. 하물며 사면을 세 번이나 해준다면 삼성은 그야말로 법 위에 있는 셈이 된다.

삼성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삼성은 죄를 지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공고해 지면, 과연 일반 국민들은 법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대(大)전제가 무너진 사회는 상상조차 끔찍하다. 삼성은 법 밖에 있다는 인식은 삼성에게도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매를 아끼면 자식을 망친다’는 격언이 있다.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잘못을 고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부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에는 억울한 부분이 분명 있다. 재판 과정이나 결론 중 수긍할 수 없는 부분도 많다. 그렇다고 하여 이것을 사면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시도에는 공감하기 어렵다.

삼성은 물론 중요한 기업이다. 그러나 삼성보다 중요한 것이 ‘법 앞에서의 평등’이다. 이 부회장을 1년3개월 일찍 출소시키는 대신 우리가 잃게 될 것이 너무나 많다.

● 류인규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 시월의 대표변호사로 재직중이며, 대학원에서 경제법을 전공하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형사전문변호사로 공인받아 다양한 경제범죄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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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용 2021-04-29 07:10:24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또다시 사면을 하여 사법권을 무력하면 국제 사회에 웃음거리가 되며 한국에 대한 평가가 오히려 좋지 않을 것입니다 사면에 반대합니다

안해숙 2021-04-29 16:11:49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되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세계가 반도체및 경제전쟁인데...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땅을 치고 있는데..한국의 대표 경제인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하고 간곡히 기원합니다. 무거운 책임감을 주는 것도 벌을 주는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