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암호화폐 차액거래 확인시 '해외송금 거래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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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암호화폐 차액거래 확인시 '해외송금 거래제한'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4.27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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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28일부터 비대면 해외송금 1만달러 초과시 증빙서류 확인
자금세탁·공중협박자금조달 행위 우려시 거래목적·자금 원천확인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국내 암호화폐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을 이용한 차익 거래가 나타나자 은행권이 월 해외송금 한도를 제한하고 나섰다. 

신한은행은 28일부터 비대면채널(인터넷·모바일뱅킹)로 해외 송금을 할 때 '월간 누적 송금액 미화 1만 달러 초과 송금' 시 증빙서류 확인 절차를 거친다고 27일 밝혔다. 

원래는 외국환거래법에 따른 해외송금 절차를 막을 이유가 없지만 암호화폐 차익거래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증빙서류를 확인하게 됐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 암호화폐 관련 법은 제정된 게 없지만 해외송금의 경우 일부는 자금세탁 등으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저촉될 여지가 있어 송금 한도를 제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우리은행도 지난 19일부터 비대면으로 중국에 송금할 수 있는 '은련퀵송금 다이렉트 해외송금'에 월 1만 달러 한도를 신설했다. 이전에는 연간 한도 5만 달러 이내면 매일 5000달러씩 송금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비대면 해외송금이 가능한 '하나EZ'의 월 한도를 1일 1만 달러로 제한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작년 5월부터 비대면 해외송금 한도를 1일 1만 달러로 제한했다. 동일 수취인을 기준으로 최근 3개월 송금누계액이 5만 달러를 초과할 수도 없다. 

NH농협은행은 비대면 해외송금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지만 내부통제를 강화했다. 창구에서 송금 시 송금사유와 자금출처를 확인하도록 직원 교육을 실시하고, 자금세탁이나 공중협박자금조달 행위 등이 우려될 시 거래목적과 자금 원천을 확인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정보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 거래를 종료하도록 했다. 또한 해외 송금 거래 시 은행 업무시스템 전산상에 주의 메시지가 뜨도록 조치했다. 

그간 '김치 프리미엄'이 커지자 중국과 한국에서의 암호화폐 시세 차이를 노리는 차액거래로 의심되는 해외송금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비거주자·외국인 등이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중국으로 송금한 금액은 9759만7000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월평균 송금액 929만3000달러의 10배, 지난 3월 송금액 1350만4000달러의 7배를 웃도는 규모다. 

은행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가장 먼저 시행중인 것은 은행 창구의 의심거래 모니터링이다. 

은행들은 지난 16일부터 암호화폐 차익 거래 관련 해외 송금 업무 시 지켜야 할 유의사항을 지점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내용은 암호화폐 시세차익을 노린 거래로 의심될 시 송금을 제한하라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송금은 본인이 해외에 있는 사람에게 보내는 건데 간혹 다른 사람과 함께 와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경우가 있다"며 "누군가에게 명의만 빌리는 것과 같은 이상징후 케이스가 발견되면 창구에서 차명송금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창구처럼 대면 채널의 경우 직원이 의심거래를 파악할 수 있지만 비대면 채널은 의심 정황을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도를 제한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법적으로 이러한 해외송금을 막을 규정이 없는 것은 논란거리다. 이론적으로는 신원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가 완료된 자신의 돈을 송금하는 것이라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기나 다단계가 아니라 단순히 거래한 금액을 신고하고 해외로 송금하는 거라면 불법이 아니다"라며 "다른 사람을 중개하거나 신고를 하지 않고 거래한다면 차액거래가 불법이 될 수 있겠지만 KYC와 AML이 완료된 상황이라면 해외송금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치 프리미엄'이 계속되는 한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이 상황이 해외와 국내의 암호화폐 시세 차이를 해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와 국내의 시세가 차이나면 시장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세가 조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런 상황일수록 금융당국에서 명확한 기준을 정해줘야 하는데 당국의 판단이 한발 늦는 것 같아 아쉽다"며 "금융당국이 흐름을 빨리 캐치해서 관련 대응방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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