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소비자, 혼란만 지속된 '금소법' 시행 한달..."누굴 위한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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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소비자, 혼란만 지속된 '금소법' 시행 한달..."누굴 위한 법인가"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4.26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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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금융상품 설명시간 길어져 혼선
보험은 영향 덜하지만 보험업법 개정안 놓고 갈등
일부 카드사 모범사례로 꼽히기도… 소비자 안내 중점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됐으나 업권별로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카드, 보험 등 각종 금융업권에서는 금융당국에 지속적으로 법의 모호한 부분을 질의하는 등 제도 적응을 위해 힘쓰고 있다.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만든 '금융회사 애로사항 신속처리시스템'에는 지난 20여 일 간 100건이 넘는 의견이 접수됐다.

은행, 금융상품 설명시간 길어져 혼선… 실적은 회복 중

은행에서는 금소법 시행 후 지난 한 달 간 길어진 금융상품 설명시간과 부적합한 투자상품 판매 제한 등으로 혼선이 빚어졌다. 

금융위에 따르면 은행에서는 판매직원의 설명이 길어져 예금 가입에 30분, 펀드 가입에 1시간이 소요되는 등의 애로사항이 있었다. 설명 시 녹취로 인해 판매직원이나 소비자 모두가 불편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투자자성향 평가를 하루에 한 번 밖에 하지 못해 과거와 달리 평가결과 부적합한 상품에 대한 계약이 제한됐다. 소비자에게 제공할 계약서류가 많아져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은행들은 금소법의 영향으로 실적이 크게 감소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정문철 KB금융 CFO는 22일 진행된 자사 컨퍼런스콜에서 "금소법이 시행되면서 설명해야 할 내용이 많다보니 건당 30~40분의 시간이 소요돼 창구가 혼잡해져 소비자와 직원들이 힘들어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런 부분 때문에 시행 초기에는 실적이 줄어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그런 부분이 상호 이해되고 하면서 실적이 회복되는 상황이라 전체적으로 금소법 영향 때문에 실적이 좌우된 부분은 없다"며 "정부에서도 은행들 의견을 받아 창구 업무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이 있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금소법의 채널별·소비자별 설명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답도 나왔다.

노용훈 신한금융 CFO 역시 "현재 은행업무의 70%, 여신의 60% 이상이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비대면 금소법 절차는 대면 금소법 절차와 다른 면이 있고 그런 부분까지 파악해 소비자의 속성별·연령별·채널별 금소법 전략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대응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보험, 아직까지는 금소법 영향 적어…보험업법 개정안은 논쟁거리

보험업계는 금소법이 시행된 가운데 아직까지 별다른 혼란은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설계사들을 중심으로 한 인적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는 편"이라며 "그러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금소법에 대한 대비와 설명을 철저히 해 현장에서 혼선이 없게끔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소법 시행 이후 민원처리를 위해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변수가 될 수 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대표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협회가 보험회사 관련 민원과 분쟁을 처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 이익단체인 보험협회에 분쟁조정 업무를 이관하면 소비자가 공정한 결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보험사에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한 소비자가 협회로 간다고 해도 보험금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민원과 분쟁이 모두 보험협회로 넘어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는 보험 관련 단순한 질의도 금융감독원으로 넘어가는 상황인데 금감원에서 이를 다 처리하기엔 업무 효율이 떨어지니 민원의 경중을 따져서 질의처럼 간단한 것만 협회에서 처리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 단순한 상품 특성상 영향 적어… "금소법 안내는 철저"

카드업계는 투자상품이 따로 없는 업계의 특성상 다른 업권보다는 금소법으로 인한 영향이 덜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가입이나 발급은 다른 금융상품 가입에 비해 간단하다 보니 금소법으로 인해 혼란이 생긴 부분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업계의 노력도 동반됐다. KB국민카드는 금소법이 시행되고 난 지난달 30일 금융위, 금감원, 여신금융협회가 함께 만든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 안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소비자들에게 발송했다. 

이메일에는 ▲올바른 금융 생활을 위해 소비자가 지켜야 할 사항 ▲강화되는 소비자 권리 등이 기재됐다. 거래하려는 금융회사가 등록·허가받은 업체인지, 내가 거래하려는 상품이 거래목적에 적합한지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KB국민카드를 금소법 모범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소법으로 인해 설명하고 안내할 내용이 더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불편하게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소비자를 보호하자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법이니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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