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양극화…LG생건·아모레는 해외서 '훨훨' vs 로드숍은 줄줄이 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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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양극화…LG생건·아모레는 해외서 '훨훨' vs 로드숍은 줄줄이 폐점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4.23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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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건·아모레, 中 진출로 활로 확보
‘1세대’ 로드숍 미샤, 올해만 30개 폐점
로드숍들, 살길 찾으려 신사업 진출
대학가나 관광 상권을 주름잡았던 로드숍(길거리 매장)들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다. 사진=연합뉴스
대학가나 관광 상권을 주름잡았던 로드숍(길거리 매장)들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K-뷰티’라 불리던 국내 화장품업계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해 화장품 산업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주춤한 가운데,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은 럭셔리 제품의 해외 진출로 살 길을 모색한 반면 대학가나 관광 상권을 주름잡았던 로드숍(길거리 매장)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증가한 2조367억 원, 영업이익은 11% 늘어난 3706억 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고 분기 실적을 거뒀다고 23일 밝혔다. 뷰티·생활용품·음료 등 3대 성장 축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화장품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결과다.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화장품 부문을 되살리기 위해 오휘·후·숨 등 고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했다. 그 결과, 화장품 부문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성장세로 돌아섰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에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들의 판매 호조와 디지털 채널 성장이 지속되며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살아난 중국 소비 심리 덕분에 올 1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가 예상한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1%, 148.0% 증가한 1조2678억 원, 1513억 원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특히 이커머스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티몰과 온라인 특화 상품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고가 브랜드 설화수의 윤조에센스를 론칭하며 중국 내 한국 고가 화장품 충성 고객층 확보에 나섰다. 

이렇듯 해외 진출 활로를 모색할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을 기회로 바꾸며 도약 중이다. 하지만 대학가와 관광 상권, 지역 중심가를 휘어잡았던 로드숍들은 난처한 입장에 처해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가장 비싸다고 하는 명동과 강남역 1층 상가 대부분을 차지했던 로드숍들이 줄이어 폐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시작된 중국 내 한한령(한류제한령)과 H&B 브랜드의 급성장, 뒤이어 터진 코로나19 사태까지 끊임없는 악재를 직격탄으로 맞은 탓이다.

게다가 화장품 소비의 주축인 10~30대 젊은 층이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가 만든 화장품 브랜드를 더 선호하거나 SNS를 중심으로 소문난 코스메틱 브랜드를 사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로드숍이 기를 못펴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화장품 업종의 신규 개점률이 1.8%인데 비해 폐점률은 28.8%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화장품 업종의 오프라인 소매판매액은 28조 494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가맹사업 화장품업종의 브랜드 수도 22개(2019년)에서 19개(2020년)로 13.6% 떨어졌다. 

‘1세대’ 로드숍 브랜드 미샤는 지난해 164개 매장을 닫은 데 이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추가로 30개점을 폐점하면서 매장 수가 400개로 줄어들었다. 미샤는 2002년 설립된 국내 최초 화장품 브랜드숍으로 한때 매장 수가 800여 개에 달했지만 지금은 반토막이 났다. 

또 다른 1세대 로드숍 브랜드 스킨푸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2018년 126개였던 매장 수는 2019년 68개로 감소했다. 23일 기준으로 스킨푸드 홈페이지에 등록된 매장 수는 전국 37개다. 또한 토니모리의 매장 수(직영·가맹)도 2019년 517개에서 2020년 452개로 감소했다.

이에 로드숍들은 ‘탈 화장품’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신사업 진출로 본업인 화장품 사업의 부진을 씻어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목표다. 

토니모리는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 3월 사료 제조·유통 업체 오션을 인수했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앞으로 토니모리의 온라인몰을 통해 오션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라며 “화장품과 펫푸드의 주요 고객층이 20~40대 여성인 만큼 산업은 다르지만 충분한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미샤를 운영하고 있는 에이블씨엔씨는 지난달 31일 열린 주주 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물류 대행업과 휴게 음식점업을 추가해 카페와 음식료 사업 진출을 또 지난 1월에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매장을 폐점하고 ‘웅녀의 신전’이라는 카페를 오픈했다. 

웅녀의 신전은 웅녀가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여자가 됐다는 ‘단군신화’에서 착안한 콘셉트를 적용해 매장 내외부를 동굴 같이 꾸미고 쑥을 원료로 한 음료를 판매한다. 미샤 대표 제품인 ‘개똥쑥’ 라인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또한 클리오와 페리페라 등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색조 화장 전문 브랜드 클리오는 지난해 8월 자본금 5억원을 출자해 자회사 클리오라이프케어를 설립하며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지난 26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 식음료품 및 건강기능식품 제조·판매를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중 콜라겐 원료의 첫 건기식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고가 브랜드는 LG생활건강이나 아모레퍼시픽에서 만드는 제품을 사고, 저가 브랜드는 올리브영 등 H&B 스토어에서 구매하니까 로드숍이 중간에 끼인 형태가 됐다”며 “한때 ‘K-뷰티’ 신화를 만들어낸 브랜드들이지만 현재 위치는 매우 애매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 온라인으로 화장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로드숍들도 매장 개수를 더욱 줄이고 온라인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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