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불매운동' 확산...연 이은 본사 헛발질에 대리점주만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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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불매운동' 확산...연 이은 본사 헛발질에 대리점주만 ‘피눈물'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4.2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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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기업윤리 부재…가장 큰 문제
불매 운동 점점 심해져…'숨은 남양 찾기'까지
폐쇄적 조직 문화·오너 중심의 경영 탈피해야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남양유업 '불가리스'가 20% 할인된 가격에 판매 중이다. 사진=김리현 기자 rihyeon@opinionnews.co.kr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남양유업 '불가리스'가 20% 할인된 가격에 판매 중이다. 사진=김리현 기자 rihyeon@opinionnews.co.kr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는 남양유업의 이미지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8년 전 대리점 갑질 사건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은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대중의 뭇매까지 맞게 됐다.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은 “우리가 무슨 죄냐”며 하소연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남양에 대한 불신은 확고하다. 남양유업 제품의 40%를 만드는 세종공장이 2개월 간 영업정지 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과연 사태를 해결할 대책이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대리점들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한탄

남양유업이 코로나19 상황을 이용해 무리한 마케팅을 펼쳤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지난 2013년에 이어 또 한 번 ‘불매 운동’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한 남양유업 대리점 점주는 “이번 달 말에 발표가 나기 때문에 아직 결론 난 게 아니라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운을 떼면서도 “어느 대리점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힘든 상황인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매 운동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대리점은 아무 잘못도 없는 데도 생존 자체가 힘들게 됐다”며 “주위에서 ‘남양유업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소비자들이 10년 가까이 불매 운동을 펼치는 기업은 남양유업이 거의 유일하다. 특히 불매 운동은 기업의 사회적 이미지나 평판에 민감한 젊은 층 중심으로 퍼지기 때문에 그 확산 속도가 훨씬 빠르다. 남양유업 입장에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식약처는 남양유업의 코로나19 억제 효과에 대한 발표가 순수 학술 목적이 아닌 홍보 목적이었다고 보고,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고발조치했다. 

남양유업 세종공장 관할 지자체인 세종시에 영업정지 2개월도 요청했다. 세종시는 오는 30일까지 남양유업 측 의견서를 받고 영업정지 명령을 확정할 방침이다.

또 다른 남양유업 대리점주는 “한두 번도 아니고 잠잠해지면 (문제가) 터지고, 잠잠해지면 또 터지니까 대리점 입장에서는 말도 못하고 답답할 노릇”이라며 “안 그래도 기업 이미지가 좋지 않은데 불매 운동이 다시 시작되면 예전보다 더 크게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소비자 “절대 사먹을 일 없어”…문제는 기업윤리 부재

하지만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쉽게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롯데슈퍼 공덕점에서 일하고 있는 한 50대 직원은 “원래도 남양유업 제품이 많이 팔리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선 사가는 소비자가 더 줄었다”며 “너무 안 팔리니까 유통기한 임박한 제품들이 많아져 대부분 할인 중이다”고 설명했다.

CU, GS25 등 편의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포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매일유업, 빙그레 등 다른 기업들의 발효유 판매율과 비교해보면 현저하게 차이나는 걸 알 수 있다”며 “불가리스는 5일 내내 한 개도 안 팔린 적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불가리스와 타 사 발효유 제품들의 한 달 간 판매율을 확인해보니, ‘매일 바이오’, ‘매일 요구르트’, ‘요플레 바이오플레’, ‘요플레 닥터캡슐’ 등은 하루 1개 이상 꾸준히 팔린 반면, 불가리스는 원 플러스 원으로 행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장 6일 내내 판매가 안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맘카페 등 20·30·40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재 남양유업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과 디저트카페 등이 뭐가 있는지 정리한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남양유업이 계속된 불매 운동으로 사명이나 로고 지우기에 나서자 네티즌들이 나서서 직접 제품을 정리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분노한 부분은 무엇보다 ‘식(食)’을 다루는 기업으로서 최소한의 윤리나 도덕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남양은 중소기업이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알약 같이 먹는 요쿠르트병’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지난 20일 남양유업이 업무용 차량으로 리스한 외제차들을 홍원식 회장의 장남 홍진석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광고대행사가 남양유업에 쇼핑백, 생일파티 용품으로 각각 100만 원이 넘는 돈을 청구했는데 이는 회장 부인 선물용, 홍 상무의 자녀 생일이라고 행사 내용에 게재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결혼이나 출산을 한 여직원을 계약직으로 전환시키는 등의 사내 성차별 논란, 홍보대행사를 동원한 경쟁업체 비방 등 남양유업과 관련된 사태는 대부분 기업의 윤리의식 부재로 비롯된 문제들이다.

평소 집에서 발효유를 자주 구매한다는 김 모(30대)씨는 “이번 일 터지고 부모님께서 남양은 절대 사오지 않으신다”며 “다른 것도 아니고 코로나19와 관련된 문제인데, 정확하지도 않은 내용을 가지고 정말 효과가 있는 것처럼 발표했다는 게 소비자를 기만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폐쇄적 조직문화 ‘한몫’

현재 남양유업은 세종공장 영업정지 처분을 최대한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2개월 영업정지는 관련법 위반과 관련해 가장 강도가 높은 처분이다.

남양유업은 30일 전까지 세종시에 관련 의견을 성실히 제출하는 한편, 대국민사과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내부에서는 매일 같이 비상대책 회의를 열고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만약 매출액 비중이 다른 지역보다 큰 세종공장 영업정지 처분이 확정될 경우, 회사와 원유를 공급하는 낙농가, 각종 협력사, 공장 생산직 근로자, 제품을 판매하는 대리점까지 모두 큰 피해를 입기 때문에 세종시의 고민도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계속되는 악재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남양유업의 폐쇄적 조직문화를 꼽는다. 어느 기업보다 회사 내에서 오너의 지배력이 크고, 군대 문화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상장사들은 전문가와 주주들에게 기업 현황과 비전 등을 설명하고, 지속적인 소통 창구를 만드는 등 커뮤니케이션에 주력한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비롯한 외부 전문가들을 초청하는 기업탐방 행사를 하지 않는 업체로도 유명하다.  

실제 남양유업의 최근 증권 리포트를 보면 2016년 이후 멈춰져 있다. ‘소통 없는 기업’으로 10여 년째 지적받는 이유다. 또 주요 업무인 대리점 관리도 상명하복의 관계로 보는 회사로 소문이 나있고, 직원도 장교 출신을 많이 뽑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번 ‘코로나19 마케팅’ 결정에도 홍원식 회장과 홍진석 상무의 강한 입김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오너 일가가 중심이 되는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의견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어떤 식품이 의학적으로 효능이 있다고 말하는 걸 굉장히 조심한다”며 “파장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건 사실상 오너 중심의 경영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태가 무사히 마무리될 지라도, 또 이와 비슷한 문제가 터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여기저기서 남양유업 내부적으로 자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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