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선두 '비트코인', 규제의 벽 넘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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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선두 '비트코인', 규제의 벽 넘어설 수 있을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4.20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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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美 재무부 조사 루머에 급락 후 여전히 부진
터키 중앙은행의 비트코인 결제 금지 등 규제 이슈 재차 부각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 취임은 긍정적 요인
한 때 6만5000달러에 육박했던 비트코인이 5만500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사진=연합뉴스
한 때 6만5000달러에 육박했던 비트코인이 5만500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로켓에 올라탄 듯 고공행진을 펼치던 비트코인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주말 미 재무부가 암호화폐 관련 범죄 조사에 나섰다는 루머가 시장 내 확산되면서 급락세를 보인 비트코인은 도무지 상승세를 회복하지 못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였지만,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규제' 이슈가 재차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모습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을 비롯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암호화폐에 대해 잇달이 부정적인 발언을 이어가면서 규제 우려가 커져있는 상황에서 최근의 '루머'가 비트코인의 상승세를 완전히 꺾어버리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비트코인, 닷새만에 1만달러 '뚝' 

20일 오후 2시(한국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5만5000달러(약 6100만원)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4일 6만5000달러(약 7300만원)까지 육박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던 비트코인은 불과 5일만에 1만달러가 떨어졌다. 

지난 주말 한 때 5만1000달러까지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낙폭은 다소 줄인 것이지만, 이렇다 할 회복에 나서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트코인의 급락을 가지고 온 것은 확인되지 않은 루머였다. 미 재무부가 암호화폐를 돈세탁에 이용한 금융기관에 대해 조사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비트코인은 순식간에 급락했다. 미 재무부는 이에 대해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선 비트코인의 주가가 순식간에 고꾸라진 것이 의아할 수 있지만, 암호화폐 업계에서 '규제'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악재 요인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혀 이상한 움직임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미 재무부 조사' 루머에 앞서 각국 중앙은행의 경고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터키 중앙은행은 16일(이하 현지시간) 관보에 "가상화폐를 상품·서비스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30일부터 금지한다"고 밝혔다. 

가상화폐가 지나치게 변동폭이 크고, 도난 위험이 크며, 불법적인 거래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터키 비트코인 거래량은 중동에서 가장 많으며, 전세계 154개 비트코인 사용국 중 29위에 해당했다. 최근 터키에서 인플레이션와 리라화 약세 등에 대한 헤지를 위해 가상화폐 수요가 급증하자 터키 당국이 이에 대한 규제를 내놓은 것으로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스리랑카 중앙은행 역시 지난 9일 암호화폐에 대한 경고 목소리를 냈다. 스리랑카 중앙은행은 "가상화폐 투자 관련 위험을 국민에게 알리려고 한다"며 "사용자, 투자자는 거래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없고, 변동성이 크며 범죄수익 세탁 등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 금융 수장들 역시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2월 뉴욕타임스(NYT)가 주최한 딜북 컨퍼런스에 참석해 "불법 금융에 종종 사용되는 비트코인이 거래 매커니즘으로 널리 쓰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비트코인은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고, 극도로 변동성이 높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겪을 수 있는 잠재적 손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규제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같은 맥락의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파월 의장은 "가상자산은 투기 수단일 뿐 실제 결제에 활발히 쓰이지 않는다"며 "가상자산은 금의 대체제가 될 수 있어도 달러의 대체제가 되기는 어렵다"고 언급, 가상화폐에 대해 깎아내리는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이같이 각국의 금융당국이 암호화폐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해온 상황에서 터키 중앙은행이 규제 방안을 내놓고, 미 재무부의 조사 '루머'까지 등장하자 투자심리가 순식간에 약해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FT는 "터키 중앙은행의 규제는 많은 국가들이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시기에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개발자가 장난삼아 만들어낸 도지코인 등이 급격하게 치솟은 점도 미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라고 해석했다.

도지코인은 지난 일주일간 4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한 때 비트코인, 이더리움, 바이낸스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4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장난으로 만들어진 도지코인이 주류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장난으로 만들어져 발행량조차 정해져있지 않은 도지코인의 몸집이 엄청나게 부풀어오르면서 규제의 필요성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제시 파월 크라켄 암호화폐 거래소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 정부가 암호화폐 규제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규제 강화는 암호화폐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미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 역시 "암호화폐 사업에 있어 규제는 가장 큰 위험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규제' 이슈 여전한 비트코인, 이번주 흐름이 관건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일시적으로 부진한 흐름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규제' 이슈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비트코인의 가격 역시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비트코인 가격이 상단을 유지한다면, 즉 투자심리가 견조한 것을 확인한다면 추가적인 상승흐름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하단으로 내려앉는다면, 즉 투자심리가 훼손된다면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밀러타박의 매트 말리 수석 투자 전략가는 "이번주 비트코인의 움직임이 향후 추세를 결정짓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이번주 6만3400달러에 가까이 간다면 그것은 매우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다"면서도 "반대로 3월말의 최저치인 5만2000달러에 근접한다면 이것은 단기적으로는 큰 경고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 애널리스트인 크리스퍼스 냐가는 "암호화폐 강세론자들이 다시 비트코인 시장에 진입하면서 가격이 상승 흐름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 경우 비트코인은 이번주 사상 최고치를 다시 시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만일 가격이 5만1392달러까지 떨어진다면 이같은 관점은 모두 무효가 된다"며 "이 경우 4만1560달러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암호화폐 시장에 호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4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게리 겐슬러가 취임한 것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겐슬러 위원장은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경영대학원에서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강의를 하는 등 사실상 암호화폐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암호화폐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보여왔던 제이 클레이튼 전 위원장에 비해 암호화폐에 대해 개방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다만 그 역시 지난 3월 미 상원 금융위 청문회에 출석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결제와 금융 포용에 새로운 지평선을 열었으나 동시에 여러가지 투자자 보호 문제도 발생시켰다"며 "이에 맞는 규제를 기관이 제공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겐슬러 위원장과 함께 일을 할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은 마켓워치 패널 토론회에서 "암호화폐 이해도가 높은 겐슬러 위원장이 취임하면 상황이 올바르게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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