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패트롤]남양유업 "불가리스, 코로나에 효과"→불매운동 조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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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패트롤]남양유업 "불가리스, 코로나에 효과"→불매운동 조짐까지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4.18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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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자 실제 효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남양유업에 또 다시 불매운동 여론이 일고 있다.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이후부터다. 남양유업에 5일 만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시작은 13일이었다. 남양유업은 이날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가 코로나19를 저감하는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는 한국의과학연구원이 개의 신장세포를 숙주 세포로 삼아 인플루엔자 연구를 진행했고, 충남대 수의대학 공중보건학 연구실에서 남양유업과 함께 '원숭이 폐세포'를 숙주 세포로 실험한 결과로, 동물 실험을 통한 검증인 셈이다. 

이날 남양유업은 보도자료를 내고 "안전성이 담보된 발효유에 대한 실험결과로, 1회 음용량 등을 감안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국내 첫 연구라는 성과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후 14일 오전 남양유업 주가가 급등했다. 34만원에서 48만9000원까지 오르며 1년 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남양유업뿐 아니라 관련주도 덩달아 수혜를 입었다. 

일부 대형마트 등에서 불가리스 품절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연구결과가 나온 당일 일부 매장에선 불가리스가 품절되고, 판매량이 급증했다"며 "본사에는 사연을 모르는 점주들의 문의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이 이날 오후 "인체 연구가 수반되지 않아 효능이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의 실험은 개, 원숭이 등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인 데다 세포 단위의 실험으로 임상 시험을 거치지 않아 인간에게 유의미한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질병관리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잘 통제된 사람 대상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그 이후에 공유할 만한 효능인지를 검토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가 남양유업의 지원 아래 이뤄져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충남대 수의과 공중보건학 연구실은 남양유업으로부터 용역을 받아 연구를 진행했고, 결과 발표자도 남양유업의 현직 임직원이다.

남양유업 연구결과를 두고 논란이 커지면서 14일 하루 사이 주가는 10% 넘는 급등락을 반복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네티즌들은 '주가조작'까지 거론하며 비판에 나섰다. 포털 다음에서 회원수 100만 명을 보유한 한 카페 회원들은 "그럴거면 예방주사 맞지말고 불가리스를 접종받아야 되는 거 아니냐" "주가조작 여부 조사하라" "이거 믿고 주식 산 사람들 많던데 어떻하냐" 등의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15일 식약처가 긴급 현장조사를 실시했으며,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남양유업을 고발했다. 불가리스 7개 제품 중 1개만 항바이러스 세포 시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리스 전체가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것처럼 특정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식약처는 "해당 연구에 사용된 불가리스 제품, 남양유업이 지원한 연구비와 심포지엄 임차료 지급 등 심포지엄 연구 발표 내용과 남양유업 관계를 고려할 때 순수 학술 목적을 넘어 사실상 불가리스를 홍보해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 위반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결국 16일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19를 사멸시킨다는 발표로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며 사과 입장문을 발표했다. 

남양유업은 이날 "인체 임상실험이 아닌 세포단계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코로나19 관련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세포 실험 단계 성과를 토대로 동물 및 임상 실험 등을 통해 발효유에 대한 효능과 가치를 확인해나가겠다"며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제품 연구개발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 17일에 이어 18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남양유업 불매운동에 관한 게시글들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남양이 또 남양했네요', '믿고 거르는 남양유업', '역시나 불매할 일들만 만들고 있다'는 등 성토글이 대부분이다. 

금융당국도 불가리스 사태로 불거진 주가 급등 사건을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거래소는 남양유업이 제품 효능을 과장해 주가조작을 했는지 여부와 발표 전 임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로 주식을 매매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계속된 실적 악화로 위기감을 느낀 남양유업의 무리한 자충수였다고 평가한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지속되는 영업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매출은 2012년 1조3650억 원에서 지난해 9489억 원으로 8년 만에 30.5% 감소했다. 남양유업 매출이 1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11년 만이다. 

남양유업 공장은 세종과 천안, 경주, 나주 등 전국 총 5개다. 식약처가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세포실험을 했던 세종공장에 2개월 내달부터 2개월 간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면서, 남양유업의 제품 생산에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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